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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남들 골프장 갈 때 도서관서 책 펴… 대기업 임원에서 청소년 상담사로

입력 : 2013.11.28 03:00

제2부 [2] 신중년에 일을 許하라

-'인생 후반전' 새 길 찾은 문두식씨
자격증 따 은퇴 석달만에 취업 "준비가 없으면 미래도 없죠"

 
대기업 건설업체 임원이었던 문두식(60·사진)씨는 은퇴를 1년 정도 앞둔 2010년 4월부터 주말을 골프장이 아닌 도서관에서 보내기 시작했다. 주변 동료나 친구들이 골프 백을 메고 골프장을 향할 시간인 오전 7시, 문씨는 도서관을 향했다. 그의 손엔 상담사 자격증 관련 책이 가득 든 가방이 들렸다.

"처음엔 내용이 잘 이해가 안 가서 같은 내용을 수십 번씩 반복해서 공부했어요."

연봉 1억원이 넘던 그는 왜 자격증 공부를 시작했을까. 그는 "'신중년기'를 준비하기 위해서였다"고 답했다. 그는 '준비 없이 은퇴를 맞으면 큰일 나겠다'는 위기감이 들었다고 했다. 평일에는 회사로 출근했지만, 주말에는 도서관에서 종일 수험서를 외우고 모의고사를 풀었다. 시중에 나와 있는 수험서는 대부분 섭렵했다. 2010년 10월 그에겐 심리상담사 1급 자격증이 생겼다. 이듬해 6월 그는 회사를 나왔고, 7월 청소년상담사 3급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는 2011년 9월부터 의정부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서 청소년상담사로 취직하면서 준비된 '인생 후반전'을 보내고 있다. 그는 센터에서 게임중독·학교폭력에 시달리는 중·고등학생들을 상담한다.

당초 문씨는 동종업계로 이직하려 했다. 회사에 다니면서 건설업계 계약관리직을 알아봤지만 최종 면접에서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는 이때부터 새로운 길 '청소년 상담사'를 택하게 됐고, 57세에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섰다. 그의 현재 연봉은 2000만원 정도다. 하지만 문씨는 "지금은 보람 때문에 일하지, 돈 보고 일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또 '예비 신중년 후배'들에게 "반드시 미리 신중년을 준비해야 한다"면서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은퇴를 당하면' 반드시 위기에 빠진다"고 조언했다. 자신도 남부럽지 않은 연봉을 받았지만, 자식 교육과 결혼 비용 때문에 충분한 노후 자산을 마련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였다고 했다. 문씨는 상담을 해보면서 전문 지식 등이 많이 부족하다고 느껴 작년 가을학기에 가톨릭대 상담심리대학원에 입학했다. 문씨는 인터뷰 말미에 다시 못을 박듯 말했다. "용기를 내서 의미 있는 일을 찾아 나서느냐, 흘러가는 대로 무미건조하게 하루하루를 보내느냐. 선택은 자유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