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09.17 10:33 | 수정 : 2013.09.17 10:46
트렌디한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 배달음식 어플리케이션 ‘배달의 민족’이 인기다. 네이버도 따라하지 못한 ‘배달의 민족’은 과연 어떻게
탄생했을까?
집에서든 직장에서든 배달음식은 최소 한 달에 한 번쯤 시켜 먹는 메뉴다. 그때마다 전화번호부를 찾기 귀찮을 때, 적당한
전단지가 눈에 띄지 않을 때 이 어플리케이션을 다운받으시라. ‘배달의 민족’은 당신 주변의 배달음식점 정보를 한 큐에 제공한다. 이 앱을 만든
공고 꼴찌 출신의 한 젊은 청년 창업가, 김봉진 대표를 만났다.
스마트폰을 통해 다운받을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 ‘배달의 민족’. IT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지만 이를 만든 김봉진 대표는 디자이너 출신이다.
“어려서부터 디자이너가 꿈이었어요. 초등학생 때부터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거든요. 근데 가정형편이 넉넉한 편이 아니었어요. 예고에 진학하고 싶었지만 집에선 화실조차 보내주지 않았죠. 반항심에 공고에 들어갔어요.”
강남의 한 공고에 입학한 그는 그림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채 방황했다. 문제아는 아니었지만 학교에 출석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
“아침에 잠깐 들렀다 나오는 식이었어요. 공부도 거의 안 했죠. 반에서 꼴찌를 도맡다시피 했으니까요. 그래서 안타깝지만 지금도 영어를 잘 못해요.”(웃음)
창업가로 성공한 지금, 때로는 그때 미처 하지 못한 공부가 아쉽다. 그렇게 학교에 정을 못 붙이던 어느 날, 문득 정신을 차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 3에 올라가자 슬슬 진로가 걱정되기 시작했어요. 생각보다 문제가 심각했죠. 내신 15등급 중 14등급을 했으니까요. 그제야 아버지가 원하는 걸 시켜주겠다며 디자인 화실에 보내주셨어요.”
진작 보내주었더라면, 하고 후회할 법도 한데 김봉진 대표는 “간절하게 시작했기 때문에 더 열심히 했다”고 말한다. 물론 뒤늦게 시작한 만큼 또래 디자이너 지망생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란 쉽지 않았다.
“1~2학년 때부터 시작한 친구들은 내신과 실기를 병행한 상태였는데 저는 그러지 못했어요. 그래서 입시미술만 전문으로 하는 선생님 밑에 들어가 속성으로 배웠죠. 결국 내신보다 실기 비중이 큰 서울예전에 겨우 합격할 수 있었어요.”
실내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쟁쟁한 친구들 사이에서 디자이너로서의 진로를 닦았다. 하지만 졸업을 앞둔 즈음 뜻밖의 시련이 닥쳤다. IMF가 터진 것이다.
“불황 때문에 실내디자인 쪽으로는 일자리를 구하기가 힘들었어요. 하는 수 없이 전공을 버리고 웹디자인 쪽으로 취직을 했죠. 그 당시 IT 붐이 일었기 때문에 나름 빨리 자리를 잡을 수 있었어요.”
소위 ‘닷컴 회사’가 유행하던 2000년대 초반, 김 대표는 웹에이전시 중에서도 규모가 큰 ‘이모션’에 입사했다. 어린 나이에 팀장직을 달고 대기업 임원들 앞에서 프레젠테이션도 하는 등 많은 경험을 쌓았지만, 어느 순간 급격한 피로감이 찾아왔다.
“몸이 상할 정도로 일을 많이 했어요. 두통도 얻었고요. 좀 더 편한 환경에서 일을 해야겠다 싶어 네오위즈란 회사로 옮겼는데, 웬걸요. 바쁘게 살다 널널해지니까 1년도 안 돼서 지겨워지더라고요.”(웃음)
타고난 일벌레였던 김봉진 대표는 이때부터 사업을 꿈꾸기 시작했다. 그래서 시작한 첫 사업이 수제가구 숍. 결과는? 처참했다.
첫 사업 대실패, 연매출 100억 앞둔 두 번째 사업 ‘우아한
형제들’
“아내와 함께
강남구 대치동에 수제가구 숍을 차렸어요. 처음엔 반응이 좋았어요. 잡지사에서 협찬 문의도 많이 들어왔고요. 하지만 정작 구매하는 사람이 없었죠.
2년도 못 가 문을 닫았어요.”
감각과 손재주를 살려 수제가구를 제작했지만 몇 년 뒤 남은 건 날린 전세금과 못 다 판
가구들뿐이었다. 지금도 그때 남은 가구들이 집과 회사 여기저기에 비치되어 있다. 하지만 값진 수업이었다. 두 번째는 절대 실패하지 않으리라는
다짐은 결국 현실이 되었다.
“예쁜 디자인이 다가 아니구나, 사업은 무조건 수익을 남겨야 하는구나, 를 뼈저리게 배웠죠. 일단 은행
신용도 회복을 위해 회사에 다시 취직했어요.”
구멍 난 재정을 메우기 위해 NHN에 입사했지만 오랜만에 찾은 직장생활은 그리 쉽지
않았다. 동기 또는 후배가 저만치 성장한 동안 그는 다시 밑바닥부터 경력을 쌓아야 했다. 비집고 올라가기가 쉽지 않았고, 간극을 메우기는 더더욱
어려웠다. 결국 다시 뭔가를 시작해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아내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요. 한참을 고민한 뒤 아내가 그러더군요.
‘딸에 대한 투자는 잠시 미뤄두고 지금은 당신에게 투자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요. 그래서 대학원을 준비했고 창업을 했어요.”
그
시발점이 ‘배달의 민족’이다. 엔지니어인 형과 함께 프로젝트 삼아 만든 가벼운 앱은 출시 후 앱스토어 1위라는 뜻밖의 성과를 거뒀다. 그렇게
주목받기 시작한 ‘배달의 민족’은 현재 직원 수 90여 명에 이르는 회사 ‘우아한 형제들’로까지 성장했다.
“‘배달의 민족’은
주변에 있는 배달음식점 정보를 알려주는 어플리케이션이에요. 중국집이나 치킨집 맛있는 데 있으면 스마트폰에 전화번호를 저장해놓잖아요. 그런 정보를
한데 모으면 좋겠다는 아이디어에서 시작했어요. 바로결제 기능도 가능하고요. 현재까지 6백80만 명 정도가 다운받았어요.”
처음에는
그야말로 무식하게 발품을 팔았다. 강남 일대의 분리수거 쓰레기통을 뒤지거나, 오피스텔 경비 아저씨와 친분을 쌓는 등 돌아다니는 전단지를 수거하기
위해 별의별 방법을 다 썼다고. 그렇게 하나둘 정보가 모아지자 나중엔 “우리 음식점도 등록해달라”며 업체에서 먼저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저희는 전단지만 전문으로 수거하는 팀도 있어요. 사무실에 앉아 지역별 가게 수를 분석하더라도 정보가 빈약하다 싶으면
직접 가서 수거하죠.”
타깃 층을 ‘홍대문화를 좋아하는 젊은이들’로 잡은 것도 눈길을 끈다. 보통 회사에서 야식 주문 담당은 나이
어린 막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회사 분위기도 전반적으로 키치하다. 회사명을 ‘우아한 형제들’로 지은 것도 패러디의
일환이다.
“배달음식이 뭘까, 곰곰이 생각해봤어요. (배달음식은 결국) 축구 경기할 때 친구들과 시켜먹는 치맥, 야근할 때 동료들과
시켜먹는 족발, 보쌈 이런 거잖아요. 즉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누는 행복한 시간’이라는 제 나름의 정의를 내렸어요. 그 시간만큼은 즐겁고 신나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런 배달음식을 주문하는 앱인 ‘배달의 민족’ 역시 유쾌한 정보, 분위기를 줄 수 있게끔 만들었어요.”
김봉진
대표의 회사, 우아한 형제들은 올해 연매출 100억 원을 예상하고 있다. 손가락 한 마디 크기의 작은 앱에 불과하지만, ‘배달의 민족’을 통해
거래되는 한 달치 경제규모는 무려 몇 천 억 원대에 이른다고. 마지막으로 우아한 형제들의 글로벌 전략을 묻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전 세계 배달시장 규모가 약 100조 원 정도 돼요. 그중 10분의 1이 한국에서, 그중에서도 60%가 서울·경기권에서
이루어져요. 대한민국의 배달시장 규모가 굉장히 크기 때문에 향후 2~3년간은 수도권 지역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지는 데 집중하려고 합니다.
해외진출이나 다른 서비스 앱 개발은 그다음이고요.”(웃음)
배달음식·야식 관련 앱 뭐가 있나?
배달통 시즌2
배달음식점 정보를 제공하는 앱. OK캐쉬백 적립이 가능하다. 해당 앱을 통해 주문하면 기프티통이라는 적립금이 쌓이고, 추후 기프티콘으로 전환할 수 있다.
배달맛집 시즌2
배달음식점 정보를 제공하는 앱으로 주문, 회원가입, 맛 평가 등에 따라 차등된 액수의 코인이 적립된다. 쌓인 코인의 액수만큼 음식, 문화상품권, 음료 쿠폰으로 대체 가능하다.
배달의 민족
업계 최대인 누적 다운로드 수 6백50만 건의 배달음식 주문 앱. 전화주문 필요 없이 바로결제가 가능하다. 사용자 주변 동네 배달 맛집이 카테고리별로 분류되어 있다.
요기요
웹사이트와 앱을 통해 이용할 수 있는 배달음식 주문 앱. 올레TV로 플랫폼을 확장해
TV를 보다가 리모컨으로 주문할 수 있다.
다시켜
휴대폰결제기업 다날이 출시한 편의대행 앱. 야식 등 음식 주문배달은 물론 장보기, 약
사오기, 물건 전달 등 다양한 종류의 심부름을 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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