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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75 新중년] [4] 獨 70代 신차시장 '큰손'… 佛, 新중년에 경제회복 걸어

[글로벌 소비 주역 떠올라]

자신 위해 돈쓰는 독일 新중년, 국민 평균보다 8%p 더 소비
佛, '실버 이코노미' 정책 발표… 全분야서 노인 겨냥 상품 개발
美 인구 30%인 1946~64년생… 보유자산은 美 전체의 67%
도시·州 은퇴新중년 잡기경쟁

지난 12일 오후 6시 독일 베를린에서 최고급 백화점으로 꼽히는 카데베(KaDeWe) 백화점. 이곳에는 양손에 백화점 로고가 새겨진 쇼핑백을 든 은발(銀髮)의 부부들로 가득했다. 백화점에 입점해 있는 고급 식당가에도 말끔하게 차려입은 노부부들로 빈자리를 찾을 수 없었다.

카데베 직원 크리스티안 그루버(Gruber)씨는 "60대 이상의 고객이 백화점 전체 고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며 "노년층들이 쇼핑 이후에 카페나 레스토랑에서 쓰는 돈도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오후 독일 베를린 중심가의 카데베(KaDeWe) 백화점에서 쇼핑을 마친 독일 신중년들이 백화점 내 식당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이 백화점은 독일 최고급 백화점 중 한 곳인데, 백화점 측은 전체 고객의 절반 이상이 60대라고 밝혔다
지난 12일 오후 독일 베를린 중심가의 카데베(KaDeWe) 백화점에서 쇼핑을 마친 독일 신중년들이 백화점 내 식당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이 백화점은 독일 최고급 백화점 중 한 곳인데, 백화점 측은 전체 고객의 절반 이상이 60대라고 밝혔다. /석남준 특파원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침체에 빠진 유럽에서 가장 돋보이는 성장을 보이는 독일 경제의 '일등공신'은 신중년층이다. 독일연방통계청이 1년 전 펴낸 보고서 '독일과 유럽의 노인(Older people in Germany and the EU)'에 따르면 독일의 65~79세 국민은 수입의 84%를 자신을 위해 소비한다. 독일 국민 평균 소비율(76%)보다 8%포인트 높다.

독일연방통계청의 조사에 따르면 새 차(新車) 구매 비율이 가장 높은 연령대도 70대다. 가장(家長)의 나이가 70대인 가정은 72%가 차를 소유하고 있고, 이 중 43%가 새 차였다. 가장의 나이가 35~44세인 가정은 84%가 차를 소유하고 있었지만, 이 중 새 차의 비율은 28%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자동차 시장에서 신중년층의 소비력은 절대적이다.

한국 신중년층들은 최근에서야 소비와 생산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국보다 경제 규모가 크고, 고령화가 빨리 진행됐던 미국과 유럽·일본 등 선진국에선 이미 신중년이 소비 규모에선 내수 시장의 핵심으로 자리잡고 있다.

65~74세 인구 비중 변화 그래프

14일 오전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 인근에 있는 안경점 '옵틱 2000'. 60세 이상 고객이 안경을 두 개 이상 구매할 경우 30% 할인해 주는 행사를 하고 있었다. 한 노인 부부는 300유로(45만원) 이상인 유명 브랜드의 선글라스를 두 개 구입했다. 직원 클레르 몽페랑(34)은 "항상 돈에 쪼들리는 젊은이들과는 달리 노인들은 연금을 받는 데다 은퇴 이후에도 소소한 일을 하며 돈을 벌고 있어 부자가 많다"며 "우리 고객 중에도 관광객을 제외하면 노인층이 최대 고객"이라고 말했다.

현재 프랑스에서 60세 이상 인구는 150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22% 정도다. 그러나 소비력은 훨씬 막강하다. 프랑스 생활조건연구조사센터(CREDOC)는 2015년에 전체 소비지출의 54%를 60대 이상이 담당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프랑스 정부도 급증하는 신중년의 소비가 침체에 빠진 경제의 구원 투수가 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가 4월 발표한 '실버 이코노미' 정책은 자동차와 주거·건설 등 모든 산업에서 노인층을 겨냥한 상품과 기술을 적극 개발하고, 파리 인근 도시인 '이브리 쉬르 센'에는 노인 산업을 한곳에 모은 '실버밸리'를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IT 분야에서도 유럽의 60대 이상 소비자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스웨덴 통신사 도로(Doro)는 고연령층을 공략한 휴대폰을 출시해 북유럽에서 400만대 이상 팔아 치웠다. 프랑스 통신사 오랑주(Orange)도 지난 6월 60대 이상 연령층을 겨냥한 스마트폰 'S01'을 출시했다.

미국에서는 2차 대전 이후 태어난 '베이비부머' 세대(1946~1964년생)들이 신중년층으로 진입하며 막강한 소비력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경제신문 IBD(Investor's Business Daily)에 따르면, 베이비부머의 인구는 7700만명 수준으로 인구의 30%이지만, 이들이 보유한 자산 규모는 미국 전체의 67%, 소비지출 규모는 50%를 차지한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부유층 은퇴 신중년층을 붙잡기 위한 주마다, 도시마다 경쟁이 치열하다. '신중년 도시'가 들어서면 인구도 늘고, 건축·식당·마트 등이 생겨 일자리와 세수가 함께 늘기 때문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와 미시시피, 아칸소, 텍사스주 등에선 재산세 등을 할인해 주고, 병원 등의 시설을 제공하며 '신중년 도시' 유치 경쟁을 벌였다. 그 결과 미국 전역에선 50여개의 은퇴 도시가 생겨났다. 일본에서도 신중년들의 소비력은 막강하다.

일본의 60세 이상 소비지출액도 101조엔으로 전체 소비액의 44%를 차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