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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포화지방 비상 … 빵 1개로도 제한량 초과

포화지방 비상 … 빵 1개로도 제한량 초과

[중앙일보] 입력 2013.05.22 00:10 / 수정 2013.05.22 00:41

가공식품 20개 조사해보니
과자·초콜릿 등 15개 제품 어린이 ‘정크푸드’ 기준 넘어
혈관질환 유발, 뇌에 악영향 영국선 함량 규제할 방침

요즘 선진국에선 포화지방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혈관 건강에 해로울 뿐만 아니라 정자 수를 감소시키고 뇌 건강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들이 계속 발표되고 있기 때문이다. 덴마크 국립의료원이 지난 1월 ‘미국 임상영양학지’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포화지방을 가장 많이 섭취한 최상위 그룹은 최하위 그룹에 비해 정자 밀도가 평균 38% 낮았고 정자의 수도 41% 적었다. 영국 정부는 비스킷·도넛·우유·커피·케이크 등 포화지방 함량이 많은 제품의 1회 제공량을 줄이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현재 국내에서 팔리는 빵과 가공식품 중엔 포화지방 함량이 많은 것이 적지 않다. 본지 취재팀은 지난달 12일 동국대 식품공학과 신한승 교수팀에 의뢰해 시판 중인 빵·초콜릿·과자·커피믹스 등 20개 제품의 포화지방 함량을 검사했다. 검사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펴낸 ‘식품공전’에 명시된 방법으로 2주간 실시했다.

 검사 결과 유명 프랜차이즈 제과점에서 만든 타르트의 경우 1회 제공량당(90g) 포화지방 함량이 16.7g으로 한 개만 먹어도 식약처가 정한 하루 포화지방 섭취 제한량인 15g을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검사한 20개 제품 가운데 단팥빵과 포장 단위가 작은 커피믹스 등을 제외한 15개 제품의 1회 제공량당 포화지방 함량이 4g 이상이었다. 이는 어린이식생활안전관리특별법에서 정한 고열량·저영양 식품의 네 가지 기준 중 하나(1회 제공량당 포화지방 4g 이상)를 초과한 것이다. 신 교수는 “버터를 사용하는 크림빵의 포화지방 함량이 단팥빵보다 4∼5배 높았다”며 “초코파이 1개만 먹어도 하루 포화지방 제한 섭취량(15g)의 3분의 1을 섭취하게 된다”고 말했다.

 우석대 정문웅(외식산업조리학) 교수는 “포화지방을 쓰면 상온에서 고체 상태를 유지하고(초코파이·초콜릿), 빵의 볼륨감을 높이고(크루아상), 산화(酸化)를 억제(튀김류)할 수 있기 때문에 식품업체들이 즐겨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검사 결과 제품의 영양성분표에 표시된 포화지방 함량과 실제 검사 결과가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경우도 있었다. 타르트의 경우 제품엔 1회 제공량당 포화지방이 10g 들어 있다고 씌어 있었으나 검사 결과는 16.7g으로 나왔다. 꽈배기도넛도 제품에 표시된 1회 제공량당(58g) 포화지방 함량(2.3g)과 검사 결과(6.4g)가 두 배 이상 차이가 났다. 인제대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강재헌 교수는 “포화지방이 혈관 건강에 미치는 해악은 트랜스지방 못지않다”며 “업체들이 포화지방 함량 표시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를 제대로 단속하고 식품류에서 포화지방 사용을 줄이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김소현 기자

◆포화지방=혈중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 수치를 높이는 등 혈관 건강에 해로운 지방이다. 실내 온도에서 딱딱하게 굳어 있는 ‘굳기름’이다. 반면에 불포화지방은 액체 상태라 혈관 건강에 이롭다. 트랜스지방은 액체인 식물성 기름을 고체 지방(경화유)으로 바꾸기 위해 수소를 첨가하는 과정에서 생긴다. 포화지방과 마찬가지로 고혈압·동맥경화·심장병·뇌졸중 등 혈관 질환을 유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