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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책

김하중의 중국이야기 1·2

입력 : 2013.02.02 03:03 / 수정 : 2013.02.02 05:57

중국 외교 현장 36년간 누빈 저자, 퇴직 후 4년간 집필
"北 비핵화 설득할 나라는 중국뿐"

김하중의 중국이야기 1·2

김하중 지음|비전과리더십 | 각 권 451·361쪽|각 권 1만8000원·2만원

지난 5년간 한·중 관계가 삐거덕거릴 때마다 중국 전문가들이 가장 많이 찾은 사람 중 하나가 김하중(66·사진) 전 통일부장관이었다. 김대중 정부부터 3개 정권을 거치며 최장수(6년 반) 주중대사를 지낸 그는 외교가에서 최고의 중국전문가로 통한다. 중국어로 책을 쓸 만큼 중국어가 유창하고 1992년 한·중수교 비밀회담부터 참여해 중국문제에 해박하며 현지 인맥은 누구보다 넓었다. 2001년 10월 김대중 대통령이 그를 중국대사로 임명했을 때, 중국 정부는 "오랜 친구가 온다"며 베이징 도착 이틀 만에 장쩌민(江澤民) 주석에게 신임장을 제정하고 바로 다음 날 조어대에서 대대적인 환영 만찬을 열었다. 중국 외교부의 모든 전례를 깬 파격(破格)이었다.

중국대사를 마치고 이명박 정권 초기 통일부장관을 지낸 그는 2009년 2월 홀연히 사라졌다. 휴대전화로도, 이메일로도 연락이 잘 닿지 않았다. 무수한 인터뷰 요청도 다 거절했다. 그랬던 그가 4년의 은거 끝에 '김하중의 중국이야기' 두 권(1, 2)을 들고 세상에 나타났다. 지난 31일 시내 한 커피숍에서 만난 그는 편안한 얼굴로 "4년 동안 책 쓰고 교회 등에서 집회하며 조용히 지냈다"고 했다. "공무원 생활 36년 동안 쉬지 않고 일하며 살아왔기에 제2인생의 남은 시간을 유용하게 사용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그는 고교시절부터 세 가지 소망이 있었다고 했다. "외교관이 되는 것, 중국과의 수교에 직접 참여하는 것, 중국대사가 되는 것이었다. 셋을 다 이뤘다. 나라와 국민으로부터 입은 사랑과 은혜가 너무 커서 죽을 때까지 그것을 갚고 싶다. 책을 쓰거나 종교활동을 하는 것도 그 일환이다."

이번에 낸 '중국이야기'는 그가 대사 시절 만난 장쩌민·후진타오(胡錦濤)·시진핑(習近平) 등 국가 최고지도자를 비롯, 중앙과 지방의 수천 명의 고위인사 및 지식인들과 대화한 결과물이다. 또 황장엽사건, 6자회담, 탈북자문제 등 다른 중국 관련서에선 보기 어려운 생생한 실화와 경험이 녹아있다.

'중국이야기' 1권(떠오르는 용, 중국)은 2002년 중문판 내용을 수정 보완한 것으로 중국인의 기질부터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발전과정과 고민, 중국외교의 원칙과 목표, 중국의 장래 등을 다뤘다. 2권(영원한 이웃, 끝없는 도전)은 현대 중국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중 관계의 역사와 과제 및 미래를 다루었다. 책의 기조는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柔之勝剛)'는 노자 도덕경의 경구와 통한다. 사랑과 지혜를 갖춘 부드러움은 무엇보다 강하다는 것이다. 김 전 장관은 "한국이 중국에 무시당하지 않으려면 첫째 부강해야 하고, 둘째 국제적으로 존경받아야 하며, 셋째 도덕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이야기' 2권에서 그는 중국을 상대하는 한국정부와 사회리더들에게 ▲무조건 높은 사람을 만나려고 하지 말 것 ▲서두르지 말 것 ▲한국인의 품격을 유지할 것을 주문했다. '골프 안 치는 외교관'인 그는 후배 외교관들에게는 ▲중국어와 중국역사를 공부할 것 ▲중국에서의 근무를 전쟁터라고 생각할 것 ▲중국인을 배려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할 것 등을 당부했다.

임박한 북한 핵실험과 관련해 그는 "완전히 포기하기보다는 그래도 협상을 하는 게 낫다. 북한을 설득할 수 있는 나라는 중국"이라며 "미국 등과 연합하여 중국이 북한을 설득하도록 긴밀히 협의해야 한다. 중국이 6자회담을 주최하는 한 자신들의 자존심 때문에라도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노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의 대중국 외교에 대해서는 "아직 정권이 출범도 안 했는데…"라며 손사래를 쳤다. 그는 "매년 생일(1월 9일)에 책 한 권씩을 내는 게 목표"라며 "다음 책이 무엇인지는 비밀"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