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01.04 03:00
[국내 최고령 투수 장기원씨]
아침마다 왕복 1.5㎞ 달리기, 팔굽혀펴기 등으로 몸 단련
전문의 "규칙적인 생활하고 수면·운동 어우러지면 가능… 마냥 놀랄 일만은 아니다"
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창전동의 한 아파트에서 백발이 성성한 할아버지를 만났다. 푹 눌러쓴 붉은색 야구 모자에는 1997년 창단한 실버 야구단, '노노(No-老)야구단'의 마크가 새겨져 있었다. 노노야구단의 선발투수 장기원(83) 할아버지다. 그는 50세 이상 30여명이 멤버인 노노야구단에서는 물론 국내에서 활동하는 야구인 중 최고령이다.
키 160㎝, 몸무게 60㎏ 남짓한 작은 체구지만 장 할아버지는 2011년 고양원더스 트라이아웃(선수 평가)에 참가했을 때 스피드건에 시속 80㎞를 찍었다. 지난해에는 227과 3분의 1 이닝 출전해 19승14패, 탈삼진 86개를 기록해 팀 내 투수 MVP로 뽑혔다. 장 할아버지는 "내 나이 팔십이 넘었지만 고혈압·당뇨병 하나 없다"며 "컨디션이 좋으면 시속 90~100㎞는 가볍게 나온다"고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런던올림픽 국가대표선수 주치의였던 바른세상병원 서동원 원장은 "투수가 공을 던지려면 허벅지 고관절부터 시작해 요척추, 몸통 회전, 어깨, 팔꿈치, 손목, 손가락까지의 관절이 순차적으로 부드럽게 연결돼야 한다"며 "운동을 하지 않던 노년층이 갑자기 공을 던지면 온몸의 근육과 관절, 인대에 큰 무리가 갈 것"이라고 말했다.
- 83세로 국내 최고령 투수인 장기원씨가 3일 집 근처 공원에서 공을 힘차게 던지고 있다. 장씨는 “컨디션이 좋으면 시속 90~100㎞는 가볍게 나온다”고 자신만만해했다. /이명원 기자
장 할아버지는 중·고교 때 잠시 학교 야구 선수로 활약했지만 먹고살기에 바빠 한참 동안 공을 잡을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러나 1997년 노노야구단에 가입한 것이 그의 야구 인생 2막의 시작이었다.
그의 자신감은 10여년 동안 매일같이 해온 꾸준한 운동의 결과다. 그는 매일 오전 6시 집을 나서 신촌로터리까지 왕복 1.5㎞를 달린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1분간 물구나무서기를 하고, 윗몸일으키기, 허리와 다리 스트레칭, 팔굽혀펴기 등을 수십 차례 반복한다. 두 다리를 양옆으로 넓게 벌린 뒤 허리를 숙이는 스트레칭을 할 때면 이마가 거의 바닥에 닿을 정도로 몸이 유연하다. 그 뒤엔 양손에 각각 5㎏짜리 아령을 들고 15분 동안 팔 운동을 한다. 투수에게 필수적인 팔과 어깨 근육을 키우기 위해서다.
팔 운동까지 마치면 1㎏ 아령을 든 채 10분 동안 150회 정도 실제로 던지듯 오른팔을 휘두른다. 장 할아버지는 "이렇게 야구공보다 몇 배 무거운 아령을 꾸준히 던지다 보면 야구공이 깃털처럼 가볍게 느껴진다"며 "운동을 끝내고 나면 온몸이 땀으로 흥건해져 한겨울에도 찬물로 샤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 장기원씨는 아침마다 팔굽혀펴기를 수십 차례 반복하고, 물구나무서기, 윗몸일으키기, 스트레칭 등도 꾸준히 하고 있다. /이명원 기자
노노야구단은 매주 일요일 서울 양천구 신정동 갈산초등학교에서 연습한다. 요즘처럼 날이 추울 때는 공을 던지고 받는 연습 정도에 그치기도 하지만, 보통은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두 팀으로 나눠 실제 야구 경기를 진행하듯 연습하고 있다.
고려대 의대 조경환 노인병교육센터장(가정의학과)은 장 할아버지 체력에 대해 "마냥 놀랄 일만도 아니다"고 말했다. 100세 시대를 앞둔 한국 사회에서 앞으로 장 할아버지 같은 '건강한 80대', '정정한 90대'가 계속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당뇨병 등 만성 질환이 없고, 단백질과 비타민 등이 적정한 식사를 할 경우 노화에 따른 근육 감소를 줄일 수 있다"며 "중요한 것은 규칙적인 생활과 적당한 수면, 꾸준한 운동과 건강한 식생활, 질병 조기발견과 치료 등이 모두 어우러져야 가능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동원 원장은 "야구나 골프 같은 운동은 나이가 들어도 충분하고 꾸준한 운동과 연습을 하면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 할아버지는 "새해를 맞은 나의 새로운 꿈은 국토 종주"라며 "모르는 것은 더 배우고 새로운 목표를 세워 도전하며 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시진 롯데 감독 "그 연세에 그런 공을… 놀라워"
평생 야구만 해온 프로야구 관계자들도 80대 할아버지가 시속 80㎞ 수준의 공을 던진다는 사실에 놀란 듯했다. 양후승 NC 다이노스 2군 코치는 "그 정도 스피드면 투수 훈련을 받은 초등학교 6학년에서 중학교 1학년 수준"이라며 "일반적인 20~30대 남성은 있는 힘껏 던져도 90~100㎞를 넘기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시진 롯데 자이언츠 감독은 "80㎞라는 속도도 놀랍지만, 그 연세에 그런 공을 계속 던질 수 있다는 점이 더 놀랍다"며 "분명 젊은이 못지않게 팔목과 어깨 운동을 하신 덕분일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에선 환갑을 넘긴 전직 야구 선수가 시속 130㎞의 공을 던져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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