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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세 이하 실업률 16%… 전체 실업률의 두 배 넘어 인문학 전공 패스트푸드 점원, 월세 못 내 노숙센터 전전…


25세 이하 실업률 16%… 전체 실업률의 두 배 넘어
인문학 전공 패스트푸드 점원, 월세 못 내 노숙센터 전전…
두 달 전 실직한 20대 남성 재취업 실패 후 예금도 탕진 "태어나서 처음 길거리서 자"

미국 시애틀에 사는 두에인 테일러(24)는 패스트푸드점 직원이다. 대학에서 인문학을 전공한 그는 월세 아파트에 살며 첫 직장을 다녔다. 하지만 얼마 못 가서 정리해고를 당했고 두 번째, 세 번째 직장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 그는 임시직 월급으로는 아파트 월세를 감당하지 못해 요즘 노숙인 쉼터 매트에 누워 밤을 보낸다. 테일러는 "언제든 직장을 잃을 수 있다. 자력으로 내 삶을 지탱하는 것이 내 유일한 목표다"라고 말했다.

미국 전역에서 테일러처럼 대학 교육을 받은 청년 실업자 수만명이 밤을 지낼 곳이 없어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8일 보도했다. 미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지난 10월 전체 실업률은 7.9%였지만, 25세 이하 청년 실업률은 이보다 두 배 높은 16%였다. 불경기 한파가 청년층 취업 전선에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직업이 없다 보니 집을 구할 수도 없다. 일부는 부모 집으로 돌아가지만 부모들도 대부분 생활고에 시달려 자식들을 감당하기 어려운 처지다. 결국 대다수 청년 실업자는 일정한 주소 없이 차에서 자거나 친구에게 신세를 지거나 또는 싼 민박을 구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젊은이들은 아예 길거리에서 잠을 자고 있다.

 미국 시애틀의 노숙인 쉼터 직원 두 사람이 몰려든 젊은 노숙인들 앞에서 이날 침대에서 잘 사람을 추첨하고 있다. 청년 실업자가 늘어나면서 미국 전역에 대학 교육을 받은 고학력 젊은 노숙인이 급증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18일 보도했다. /NYT 연합뉴스
댈러스 출신 로만 타노(20)는 두 달 전 실직한 뒤 아파트에서 짐을 싸들고 나왔다. 도요타 자동차도 처분한 뒤 일자리를 찾아 시애틀로 이사했다. 방 하나를 빌려 이력서를 여기저기 제출했지만 취업에 실패했다. 예금 2000달러(약 214만원)도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길거리에서 자야 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머물 곳조차 없는 청년 실업자들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미국 정부가 집이 없는 가정·어린이·노인 등을 지원하는 정책에 집중하면서 청년 노숙인 문제에는 소홀했기 때문이다. 또한 젊은이들이 노숙인으로 도움받는 것을 수치스럽게 생각해 숫자 파악이 쉽지 않은 측면도 있다고 NYT는 전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최근 로스앤젤레스(LA)·뉴욕·보스턴 등 대도시 지방정부와 연계해 청년 노숙인 문제 해결에 나섰다. LA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청년 노숙인 숫자를 파악한 결과 3600명으로 집계됐고, 시 보호시설은 이들 중 17%만 수용할 수 있었다. 보스턴도 2010~2011년 같은 조사를 실시했다. 보스턴의 젊은 노숙인은 6000명이었고 이들 중 12%가 노숙인 쉼터를 찾고 있었다. 짐 그린 보스턴 공공건강위원회 국장은 "청년 노숙인 수가 계속 늘고 있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고 말했다.

플로리다 대학에서 저널리즘을 전공한 랜스 풀러(26)는 지난달 말 실직한 뒤 아파트에서 나와 여자친구 집에 머물고 있다. 2010년 대학 졸업 이후 다니던 직장마다 8개월 이상 일하지 못하고 해고당했다. 그는 "우리 세대는 현 경제 상황에 완전히 좌절하고 말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