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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달러 가치 10년 추락에 대비해야

대공황 이후 최대 경제 위기의 해법, 세계 석학에 듣는다…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 교수

대공황 때보다 美경제 최저점 도달기간 길어
느리게 내려온 만큼 회복 속도도 매우 느려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 교수

"매우 무섭다.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되면 '재정절벽(fiscal cliff)'이 일어날 확률이 매우 높다. 그러면 미국은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그 여파가 독일과 프랑스를 덮칠 것이다."

하버드대 인근 전미(全美)경제연구소(NBER)에서 만난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 교수는 "재정절벽이 현실화되면 미국은 물론 유럽 선진국들을 포함한 세계가 다시 경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폭탄성 발언'을 했다. 레이건 대통령 시절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에 이어 지난해 오바마 대통령의 경제회복자문위원회 위원을 지낸 그는 "미국은 발전한 자본·노동시장·교육열 등을 볼 때 장기적으로는 성장 가능성이 크지만, 지금 당장은 세계에서 가장 빨리 경제가 회복돼야 할 나라"라고 했다.

―미국 경제의 회복 속도가 너무 느린 것 같다.

"과거 1930년대 대공황 땐 성장률이 최고점에서 최저점으로 급락할 때까지 10개월이 걸렸으나 이번 글로벌 금융 위기는 최고점에서 최저점까지 떨어지는 데 18개월이나 걸렸다. 늦게 내려온 대신 회복도 매우 느린 국면이 벌어지고 있다. 또 과거 대공황 시기에는 정부의 통화 정책이 엄격했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없는 경기회복기가 된 다음 비로소 금리를 내려 성장세를 독려했다. 그런데 이번 정부는 너무 달랐다."

―어떤 의미인가?

"최근 4년간 정부의 재정·통화 정책이 실패했다는 것이다. 오바마 정부는 초기부터 기준금리를 동결해 '제로금리'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 주택 시장은 물론 기업 투자도 늘리지 못하고 있다. 간단한 이유에서다. 대출금리가 너무 낮아 은행들은 수익성이 적다고 판단, 아무에게나 대출하지 않았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이미 현금자산이 너무 많은 상황인 만큼, 금리가 낮아도 기업은 대출을 꺼리고 있다."

―오바마 정부가 큰 과오(過誤)를 했나?

"무엇보다 2009년 세밀하게 디자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재정지출 정책을 단행했다. 재정지출은 1달러를 풀면 거의 1달러가 국내총생산(GDP) 증가로 이어져야 한다. 3년에 걸쳐 퍼부은 8500억달러는 지금 그 돈이 연방정부 안에 돌았는지, 저축이나 소비로 갔는지 전혀 모른다. 내 분석으로는 50% 정도만 효과가 있다. 너무 큰 구멍에 모래를 조금 대충 던져 부은 꼴이다. 그러면서 생긴 막대한 재정 적자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해 국민들에게 귀띔조차 하지 않으니 세금에 대한 저항심리만 높아졌다."

―부양책마저 없었다면 미국 경제가 더 추락하지 않았을까?

"주식시장 과열에 비해 기업 실적이나 경기 회복세가 턱없이 낮고 결과적으로 채무 한도만 높인 꼴이 됐다. 지금 GDP대비 부채비율이 100% 이상 치솟는 건 매우 무서운 상황이다. 2차 세계대전 직후 미국의 GDP 대비 부채비율은 109%였다. 이것을 40%까지 낮추는 데 40년이 걸렸다. 당시 3%대의 명목 GDP 상승률과 3%의 인플레이션율로 해결한 것이다. 지금은 5%의 경제성장률을 15년 동안 유지해야 현재의 부채를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 무엇보다 경제가 조금씩 회복 조짐을 보이는데, 아무런 출구전략(기준금리 인상 등 유동성 흡수전략)을 마련해두고 있지 않다."

―미국과 세계경제의 최대 위협 요인은?

"미국의 '재정절벽'이 가장 걱정된다.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될 경우, 발생 가능성이 무서울 정도로 높다. 감세정책을 포기하고 세율을 올리는 재정절벽이 일어나면 GDP의 3~4%가 1년 내 증발한다. 약 5000억~6000억달러 규모다."

―롬니가 당선되면 재정절벽 위험은 어떨까?

"롬니는 재정절벽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그가 대통령이 되면 반대당인 민주당 일부가 협조를 꺼리겠지만, 롬니는 정치적 타개책으로 '경기침체가 유발되면 민주당에 책임이 있다'고 할 것이다. 이러면 민주당이 입장을 바꿀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기에다 의회도 공화당이 장악할 가능성이 높아 협조가 원활할 수 있다. 그는 기존 공화당의 정책을 유지하는 선에서 재정 개혁을 단행할 것이다. 사회보장 지출, 세제 혜택 조치 등이 개혁 대상이다. 관련 법안들이 이르면 내년에 통과되면 2018년~20년에 다시 안정적인 경제 성장을 구가할 수 있다."

―현재 상황에서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미국 달러화 가치는 앞으로 8~10년 동안 더 떨어질 것이다. 신흥국은 여기에 대비해야 한다. 유로존은 유로화 평가절하로 경제적 활로를 마련해야 한다. 10년 뒤 위안화는 복수통화로 쓰일 가능성이 크다. 어떤 통화를 구매하고 투자할지 영리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