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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미국진출 유럽계 은행서 뱅크런 조짐

피치, 유럽 5개은행 신용등급 강등…독일 코메르츠방크 국영화 착수

 

유럽은행들이 재정 불량국가의 국채 투자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1월 중순까지 생존을 위한 획기적인 자본 재확충 방안을 마련해 자국 중앙은행에 제출해야 하는 부담 속에 해외 자회사에서는 뱅크런 조짐까지 나타나는 등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실제로 미국에 진출한 유럽 등 외국계 은행에서 뱅크런에 가까운 자금 인출이 벌어지고 있다. 독일 2대 은행인 코메르츠방크는 미흡한 자본 확충 탓에 국영화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유럽 주요 은행들 신용등급 강등도 현실화하고 있다.

15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자료에 따르면 이달 초 미국 내 외국계 은행 예금자산은 8790억달러. 지난 5월 말에 비해 예금자산이 2190억달러(25%)가량 급감했다. 이는 6개월 동안 예금유출액 기준으로 사상 최대치다. 6개월 연속 예금이 빠져나간 것은 2002년 이후 처음이다.

2008년 3월 말 외국계 은행에 예치된 예금액은 총 1조1500억달러로 미국 내 전체 예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6.8%였지만 지난달 말 현재 10.3%로 쪼그라들었다.

반면 토종 미국 은행으로 유입된 예금액은 올해 들어 6630억달러에 달한다. 최근 미국계 은행들이 외국계 경쟁 은행 자산을 대거 매수하고 있어 외국계 은행 예금 비중은 앞으로 더욱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맷 버넬 웰스파고은행 애널리스트는 15일자 파이낸셜타임스와 인터뷰에서 "그동안 외국계 은행과 함께 일했던 많은 미국 기업이 JP모건, US뱅크처럼 좀 더 안전한 곳과 사업을 하고 싶다고 말하고 있다"고 전혔다.

글로벌 경제가 불확실할 때 글로벌 자금이 위험자산에서 안전자산으로 탈출하는 것처럼, 위험 은행군으로 분류되고 있는 유럽계 은행에서 돈을 빼내 상대적으로 안전한 미국 은행으로 예금이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내 금융사에 예치된 예금 총액은 11월 초 현재 사상 최고 수준인 8조4600억달러로 늘어난 상태다.

독일 정부는 2위 은행인 코메르츠방크의 국영화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독일 정부는 코메르츠방크가 자본확충 계획을 제출하지 못할 것에 대비해 코메르츠방크에 대한 구제금융 준비에 들어갔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보도했다. 코메르츠방크는 내년 6월까지 53억유로 규모 자본 재확충에 나서야 하는데, 독일 정부는 코메르츠방크가 이만큼 자금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인 피치는 유럽 5개 금융사 신용등급을 강등시켰다.

프랑스 크레디아그리콜과 BFCM, 네덜란드 라보뱅크, 덴마크 단스케방크, 핀란드 포횰라금융그룹 등 유럽 5개 주요 금융사 신용등급을 1단계 하향 조정한 것.

피치는 이들 은행 지점이 보유한 유로존 국가의 투자나 대출이 신용등급 강등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크레디아그리콜은 투자은행(IB)과 소비자 금융 부문을 대상으로 2350명을 감원할 계획이다. 해외 50개국 중 20개국에서 IB사업을 철수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