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지난해 11월부터 실시한 6000억 달러 규모의 국채 매입 프로그램(제2차 양적완화)이 30일(현지시각) 종료됐다.
2008년 말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연준은 유동성 공급을 위해 대규모 통화 완화정책을 도입해 국채와 모기지 매입(제1차 양적완화)을 실시했다. 그러나 2010년 초 미 경제에 더블딥(이중침체) 위험이 불거지면서 연준은 추가 부양을 위해 두 번째 국채 매입 프로그램을 고려하기 시작했다.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은 지난해 8월 와이오밍주(州) 잭슨홀에서 열린 연례 연준 회의에서 제2차 양적완화 도입을 시사했고, 11월부터 6000억 달러 규모의 국채 매입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연준은 올 6월 30일에 2차 양적완화를 끝낼 것이라고 줄곧 밝혀왔고, 전날 예정대로 종료됐다.
◆ 국채 매입, 경기부양 효과 있었나?
2차 양적완화의 경기부양 효과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양적완화를 도입할 때부터 연준은 신흥국의 비판을 샀다. 연준이 국채를 사들이면서 시장에 풀린 유동성이 고(高)수익·고금리를 찾아 신흥국으로 빠르게 유입됐기 때문이다. 급격한 자금 유입으로 신흥국 통화가 절상되고 물가 상승을 일으키자, 한국·브라질을 비롯한 신흥국은 금리를 올리거나 자금통제에 나섰다.
연준의 통화정책에 반대하는 미 공화당 보수계 인사들도 6000억 달러 규모의 국채 매입이 미국에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수도 있다며 비난했다. 신흥국은 양적완화가 실제로 세계 경기부양으로 이어진다는 증거가 없으며 자금흐름을 불안정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연준이 양적완화를 실시한 뒤, 신흥국 통화 가치는 계속 올랐고 인플레이션은 가속화했다. 동시에 올 초 아랍권 정정불안으로 유가가 상승하면서 미국에서도 물가가 상승했다.
30일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은 "대규모 양적완화를 통한 신용완화나 경기부양 효과는 미미했다”고 평가했다. 그린스펀 의장은 “대규모 자금 완화가 금융 시스템에 투입돼도 효과있다는 증거는 없다”며 “제 1차 양적완화가 제대로 작동했는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연준 인사들은 양적완화로 디플레이션은 피할 수 있었다고 평가한다.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양적완화로 미국은 일본 같은 디플레이션을 피할 수 있었다"며 "연준이 제로 금리에서도 효과적으로 통화 안정책을 쓸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UBS증권의 폴 도너반 글로벌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국채 매입을 하고 공급된 자금은 미국 은행권에 유입됐고, 신흥국으로 직접 들어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도너반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제 2차 양적완화를 실시하면서 투자자들의 위험투자 심리가 개선됐고, 이에 따라 신흥국 주식·통화에 대한 투자가 늘어난 것”이라며 연준의 정책이 직접적으로 신흥국 인플레이션을 발생시킨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미 은행권에 자금을 제공하면서 신용완화의 효과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연준도 양적완화 정책으로 신용이 완화됐다고 보고 있지만, 경기 회복이 취약하다는 것은 인정하는 듯하다. 연준은 지난 22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미국의 경기 판단을 하향 조정했다. 연준은 “미 경기 회복세는 완만한 수준에서 계속되고 있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속도가 느리다" 며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연 2.7~2.9%로 낮춰 잡았다.
한편 전문가들은 연준이 제 3차 양적완화를 실시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 양적완화 승자와 패자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양적완화로 인해 상승세를 탄 ‘승자(勝者)’보다 별 이익을 못 본 ‘패자’(敗者)가 더 많다고 분석했다.
< 승자 >
― 주식시장
양적완화와 함께 수혜를 본 승자는 단연 주식시장이다. 뉴욕 증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양적완화에 대한 기대감에 상승했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은 지난 8월 연준의 잭슨홀 행사 이후 지금까지 25% 상승했다. 2차 양적완화가 시작된 11월부터 두 달간 다우존스는 4.1% 상승했고 S&P500은 6.2% 올랐다. 3대 지수는 올 들어서도 강세를 보였다. 지난 4월에 다우존스와 S&P500은 2008년 이후 최고가를 쳤고 나스닥 종합은 2000년 이후 최고가까지 올랐다.
― 미국 대기업
주가가 오른 배경에는 기업 실적의 개선이 있다. 연준의 계속된 저금리 정책 덕분에 기업들은 저렴한 비용으로 자금을 차입할 수 있었고, 투자와 생산을 늘리면서 실적이 개선됐다.
미국의 '경기 풍향계'라고 불리는 물류체인 페덱스는 지난 22일 대폭 개선된 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페덱스는 최근 분기(3~5월) 순익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33% 증가했다고 밝히면서 남은 한 해 실적도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상품
상품시장에서 유가와 금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랐다. 유가는 지난해 8월 대비 30% 상승했고, 금값은 21% 올랐다. 금값은 지난해 11월부터 현재까지 13% 올랐고 은값은 같은 기간 45% 상승했다. 특히 올 초 중동권 정정 불안으로 유가는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았다.
< 패자 >
- 달러
양적완화로 달러 가치는 떨어졌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의 가치를 집계하는 달러 인덱스는 지난 8월 이후 지금까지 10% 하락했다. 지난 11월부터는 4% 가까이 떨어졌다. 그린스펀 의장도 양적완화가 달러 가치만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 주택가격
미 주택시장은 여전히 부진하다. 미국 주요 20개 도시의 주택 가격을 집계하는 S&P/케이스쉴러 지수는 지난 해 7월 이후 계속 하락세를 보여왔다.
- 고용
미 실업률은 지난해 8월 9.6%에서, 올 5월 9.1%로 떨어졌다. 하지만 여전히 9%를 웃돌고 있다는 점에서 양적완화는 고용 창출에 실패했다.
- 연준의 신용
통화 완화정책을 실시하면서 연준은 점점 신용을 잃고 있다. 양적완화를 시행했는데도 예상만큼 경기 회복이 강하지 못했던 것은 연준의 부양카드가 효력이 없다는 인식을 심어준다. 최근 미국의 물가 상승 압력이 오르면서 연준이 효과적으로 인플레이션을 통제할 수 있을지도 의심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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