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임대료 부담에 위생규제 강화로 속속 폐업… 10년전 600명 회원수 반으로
미국 뉴욕시의 한인 청과상들이 사라지고 있다.
치솟는 임대료와 온라인 및 기업형 점포와의 경쟁, 뉴욕시 위생당국의 엄격한 검사 등으로 인해 한인 이민 1세대의 젖줄이었던 청과상들이 속속 문을 닫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2일 보도했다.
뉴욕 맨해튼 어퍼웨스트에서 청과상을 운영하는 이민 2세 한주(42)씨는 쉴 새 없이 일하며 바나나와 우유팩을 들여놓고 있지만, 그의 부모를 중산층으로 이끌었던 청과업은 이젠 렌트비를 대기도 빠듯하다. 그는 가게를 닫거나 처분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부근의 다른 한인 청과상 두 곳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으며, 이미 수백개 한인 청과상이 같은 길을 걸었다.
뉴욕 한인농산물협회(KPA)에 따르면 아직도 뉴욕시 청과상의 70%는 한인이 차지하고 있지만, 10년 전 600명에 달했던 회원 수는 현재 절반으로 줄었다. 미 동부지역의 한인 이민사회를 연구해온 뉴욕 퀸스 칼리지의 민병갑 교수는 "1995년 2500개에 달했던 한인 청과상이 2005년엔 약 2000개로 줄었다"며 "이들은 네일 살롱이나 세탁소 같은 서비스업체로 전직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에 한인 청과상이 늘어난 것은 1970년대였다. 당시 부유한 지역에서도 신선한 농산물이 드물었던 뉴욕의 틈새시장을 한인들이 재빨리 파고들었다.
한인 이민자들 중엔 첫 일자리를 청과상에서 구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가 나중에 새로 가게를 차리는 식으로 한인 청과상이 퍼져 나갔다. 필리핀 가정부, 아프간 치킨집처럼 한인 청과상은 전형적인 한인 이민자의 모습이었다. 영어가 짧고 상대적으로 전문지식이 부족해도 비즈니스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동남아, 라틴아메리카, 중동의 이민자들도 이 비즈니스에 뛰어들고 있지만 아직 한인처럼 지배적인 그룹이 부상하고 있지는 않다.
한인 청과상의 쇠퇴는 영업환경이 변한 탓도 있지만, 이탈리아와 유대인 이민자들과 마찬가지로 2세들이 변호사나 의사, 금융인 등 다른 일을 하기를 바라는 한인 부모들의 기대도 중요한 원인이다. 청과상을 하는 한씨의 부인은 10대 자녀 두 명의 학교 성적이 좋지 않으면 "평생 청과상에서 일하고 싶으냐"고 꾸짖는다. 뉴욕 한인농산물협회장을 맡고 있는 이종식씨는 "앞으로 10년 내에 한인 소유 영세 점포는 모두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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