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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상장 첫돌 만에… 공모가보다 더 떨어져… 삼성생명 주가 붙잡는 '3災'

지분 가진 CJ·신세계, M&A 앞둬 언제 팔지 몰라
빚내서 산 임원들도 이자 부담… 생명보험주 가치 평가 논란도

"언제쯤 오를까요? 빚은 계속 늘어나고 답답해 죽겠네요."

삼성생명 직원이었던 강호준(가명)씨는 퇴사한 지 몇 달이 지났지만 아직도 삼성생명 주식을 보면 답답한 심정이다. 상장할 때 1억원이 넘는 대출을 받아 주식을 샀다. 지금은 회사를 그만뒀지만 삼성생명 주가가 공모가보다도 더 떨어져 팔 수도 없는 실정이다.

20조원이 넘는 시가총액을 자랑하며 증시에 공모주 열풍을 불러일으킨 삼성생명보험이 12일로 상장 1주년을 맞는다. 그런데 작년 이맘때와는 분위기가 확연히 다르다. 최소한 10% 이상의 수익을 낼 것으로 기대했던 투자자들은 실망만 가득하다. 11일 종가 기준으로 삼성생명 주가는 9만8200원. 지난 1년 동안 공모가(11만원)보다도 11%가량 손실을 봤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최대주주인 삼성그룹의 핵심 계열사이고, 2010년 회계연도(2010년 4월~2011년 3월) 실적도 사상 최고로 좋다. 올해 주당 2000원의 파격적인 배당도 했다. 그런데도 삼성생명 주가는 왜 못 오르는 걸까? 전문가들은 삼성생명 주가에 '3대 악재(惡材)'가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첫 번째 악재는 'CJ와 신세계'다. CJ는 투자 목적으로 삼성생명 지분 3.20%(639만4340주)를 지난 1998년 12월 취득해 약 13년간 보유해 왔다. CJ제일제당도 2.3%(459만주)의 삼성생명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CJ는 대한통운 인수에 강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대한통운의 예상가격은 1조5000억~2조원 수준. CJ는 대한통운 인수대금을 마련하기 위해 보유하고 있는 삼성생명 지분을 블록세일(대량매매) 방식으로 처분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신세계도 2214만4000주(11.07%)의 지분을 갖고 있다. 12일 1년간의 보호예수 기간이 해제돼 신세계는 주식을 팔 수 있다. 신세계는 최근 매물로 나온 '킴스클럽'과 패션기업 '톰보이'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는 등 인수·합병(M&A)에 적극적이다. M&A를 위해 현금이라는 실탄이 필요하다. 이에 투자자들은 CJ와 신세계가 삼성생명 주식을 언제 내다 팔지 모른다는 우려에 선뜻 주식 매매를 꺼리는 상황이다.

두 번째 악재는 생명보험주 가치 평가에 대한 논란이다. 생명보험사들은 상장 당시 비교할 만한 기업이 없었다. 그래서 해외 생보사들이 주로 쓰는 미래가치를 평가하는 내재가치(EV)로 공모가를 산정했다. 보통 손해보험사나 일반 상장사는 주가순자산비율(PBR)과 주가이익비율(PER) 등으로 주식 가치를 산정한다. EV 기준으로 봤을 때 삼성생명의 주가는 싸게 느껴진다. 하지만 PER이나 PBR을 적용하면 주가가 상대적으로 비싸다. EV로 공모가를 산정한 동양생명도 1년이 지난 현재 공모가보다 주가가 26% 하락했다.

세 번째 악재는 '빚 부담'이다. 삼성생명 임직원들은 작년 5월 은행 대출을 받아 삼성생명 주식을 969만주(4.85%) 사서 보유하고 있다. 지난 1년간 직원들은 보호예수가 걸려 있어 주식을 팔지 못했다. 이제 1년이 지나 주식을 팔 수 있다. 삼성생명 직원들은 1인당 평균 1억원의 대출을 받아 삼성생명 주식을 산 것으로 알려졌다. 이자는 연 4% 수준. 주가는 하락하고 빚 부담은 늘어가니 언젠가 주식을 내놓을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