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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LNG 도입계약 줄줄이 만료… 2013년 '가스大亂' 막아라

가스도입 계약 2013~2015년 만료 계약 후 공급까지 3년 걸려
지금 재계약 차질 빚을 경우최대 1200만t 가스 부족사태 우려

정부의 액화천연가스(LNG) 도입에 초비상이 걸렸다.

가스는 대부분 20년 장기계약을 통해 들여오는데 중동과 아시아 각국과의 계약 만료 시점이 속속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브루나이와의 가스 도입계약은 2013년, 인도네시아와는 2014년, 말레이시아와는 2015년 각각 계약 만료를 앞두고 있다. 그런데 현재 국제 가스 시장이 요동치고 있어 재계약의 전망이 갈수록 불투명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재계약에 차질을 빚을 경우 2013~2015년까지 최소 800만t에서 최대 1200만t에 이르는 가스부족 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는 우리나라 연간소비량의 3분의 1 수준이다. 지난해 지식경제부가 발표한 에너지산업주요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1차 에너지 소비 비율에서 LNG 비중은 13.3%로 석유 42.2%, 석탄 28.3%에 이어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가스 장기 도입 계약이 줄줄이 만료돼가고 있지만 국제 가스시장은 일본 원전사고와 중동사태 등으로 장기 전망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한국가스공사는 기존 가스 공급 국가와 재계약을 우선 추진한다는 방침이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대체 수입선을 찾거나 계약의 형태를 바꿔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 사진은 한국가스공사 인천기지본부 전경.
가스 장기계약 줄줄이 만료

가스의 경우 도입 계약 체결 뒤 통상 3년 정도 이후에 공급이 시작되기 때문에 현재 우리로서는 서둘러 재계약을 해야 하는 기로에 서 있다. 하지만 국제 가스 시장 상황은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최근 인도네시아는 2014년 가스 공급만료를 앞두고 자국 수요 충당을 이유로 우리나라와 계약 연장 불가를 통보해왔다. 따라서 현재 추진 중인 브루나이와 말레이시아와의 재계약 협상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 두 나라와의 협상이 인도네시아처럼 순조롭지 못할 경우 가스 공급에 큰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가스의 안정적 공급을 위한 수입선 다변화를 위해 작년 말 호주와 처음으로 연간 350만t 도입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2015년부터 가스를 공급받게 됐다. 중동과 아시아 국가 일변도에서 벗어난 계약이다. 정부는 또 러시아와도 가스 도입 협상을 추진했지만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지난해 러시아는 한·러 정상회담을 통해 2017년부터 부분적인 가스 도입을 시작한 뒤 장기적으로 최대 연간 750만t을 공급하기로 우리측과 합의했다. 그러나 러시아가 협상을 차일피일 미루면서 계약가능성이 희박한 상태다. 그 때문에 중동과 아시아 특정국에 지나치게 의존된 수입선을 다변화하겠다는 정부의 시도도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동사태와 일본 원전사고로 상황 악화

설상가상으로 올해 초 연이어 터진 중동사태와 일본 원전사고로 LNG 공급불안과 수요증가라는 암초가 등장하면서 가격상승 조짐까지 부각돼 수급 불안은 가속화되고 있다.

우리가 2009년부터 연간 200만t의 가스를 도입하고 있는 예멘에서는 중동에 몰아닥친 민주화 열풍으로 정세 불안이 심화되면서 가스 공급이 중단돼 우리 당국을 긴장시켰다. 예멘의 가스공급 중단 사태로 현장에서 대기 중이던 우리나라 LNG선박에 가스 공급이 되지 않은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특히 일본 원전사고 발생 이후 국제사회의 원전건설·가동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면서 LNG의 수요가 급증한 것도 우리로서는 새로운 부담이다.

세계 최대 LNG 수입국 일본이 당장 원전을 화력으로 대체하고 시설 가동을 위해 LNG 대거 조달에 나서면서 가격상승과 수급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일본은 4월 이후 최대 150만t의 추가 물량 도입을 검토 중이다. LNG 시장은 현물시장이 발달하지 않아 판매자와 구매자의 일대일 협상을 통해 거래되기 때문에 일본 원전사고 변수는 가스가격 상승과 공급처 확보를 위한 나라 간 경쟁에 불을 지핀 셈이다.

정부는 국제 가스 시장 상황이 악화되자 일본의 예상 수요량을 예측하면서 공급 국가와 비밀리에 접촉을 진행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지식경제부는 일본 지진 발생 이후 비상대책회의를 통해 가스 가격 변동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국가스공사를 주축으로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중·단기 공급선 확보와 스팟(현물거래) 물량 확보에 여념이 없다. 하지만 가스가격 상승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데다 그만한 물량을 확보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 긴장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일본 원전사고 발생 이후 세계적으로 원전건설 재검토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고 중국·스위스·태국은 원전 대신 LNG를 이용한 화력 발전소 건설로 전환할 계획이라는 소식은 장기적인 국제 가스 수요를 예측 불가능한 상황으로 내몰고 있다. 김용래 지경부 가스산업과장은 "최근 수년 동안 가스공급 과잉으로 바이어스(수요자) 마켓이 형성됐던 국제가스 시장이 지난 연말부터 다시 셀러스(공급자) 마켓으로 전환되면서 공급자 목소리가 커진 것도 장기계약을 노리는 우리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진행 중인 장기계약 실패하면 가스대란 올 수 있어

우리나라의 가스 도입은 카타르·오만·예멘·브루나이·말레이시아 등 특정국에 80%를 의존하고 있다. 이 중 43%는 중동에 의존하고 있어 이미 오래전부터 수입선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우리나라 가스 도입 계약은 대부분 1993년부터 1997년까지 집중됐다. 김영삼 정부 때 20년 장기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가스 도입 계약은 가스전 개발이 전제되고 생산·저장의 등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통상 20년 장기계약을 통해 이뤄진다. 대부분의 가스도입 계약이 2013년~2015년에 계약이 끝나 지금 반드시 재계약해야 하는 시점이다. 결국 단기간에 집중된 가스 도입 계약이 화를 불러오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국내 가스 소비량은 3120만t이었고 수입량은 3180만t이었다. 당장 한국가스공사는 비상 수급계획을 마련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최소한 국내 소비량 3000만t 이상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가스공사는 최근 수년 동안 계속된 국제가스 시장의 공급 초과 현상 때문에 느긋한 입장을 취하다가 수요예측에 실패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급변하는 정세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지 않고 지나친 낙관론을 유지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인도네시아와의 계약 실패에 이어 만약 브루나이·말레이시아와도 장기계약에 실패할 경우 국가적인 에너지 위기가 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안정적 공급 위한 계획적인 계약이 대안

국제시장에서 가스는 장기계약이 일반적 관행이다. 중·단기, 스팟 계약이 있지만 이는 부수적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장기계약이 차지하는 비율이 90%에 이른다. 만약 장기계약에 차질이 빚어지고 대체 공급선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비싼 가격의 스팟 물량을 확보해야 하는 어려움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연간 가스 소비량의 10%를 스팟으로 충당해왔다. 지난해의 경우 300만t의 물량을 스팟으로 확보했다. 국내 LNG 소비량은 해마다 1.8%씩 증가하고 있다. 장기계약에 실패하면 최악의 경우 최대 1300만t을 중·단기 또는 스팟으로 매입해야 하는 곤혹스런러운 상황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물량을 제대로 확보하리라는 보장도 없다.

4월 공개된 세계가스정보국(WGA) 자료에 의하면 한국가스공사가 올해 도입한 LNG 가격은 100만Btu당 10달러를 넘어섰다. 이는 기존 물량보다 10~20% 상승한 가격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 김기중 선임연구원은 "가스 재계약을 일시에 해야 한다는 것은 악재"라며 "2013년이 최대 고비가 될 것이며, 최악의 경우 1200만t의 가스 물량을 일시에 확보해야 하는 벼랑 끝에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