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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인생 100세' 시대… 경제적 부담은 누가 지나

세대간 갈등·사회적 저항 우려…
정부, 정책적 리더십 발휘하고 개인은 노후대비 저축 늘려야

고령화 시대의 경제학

조지 매그너스 지음|홍지수 옮김|부키 | 416쪽|1만8000원


영국 이코노미스트지(誌)는 작년말 '나이를 먹어가는 즐거움'이라는 특집기사를 실었다. 세계 72개국을 대상으로 한 행복도 조사에서 사람들의 행복감이 평균 46세 때 바닥을 치고, 그 이후 급격히 상승하는 '유(U)자형 곡선'을 나타냈다는 것이다. 관절은 점점 뻣뻣해지고, 근육은 약해지고, 시력은 희미해지고, 기억력은 감퇴하고, 자신감은 줄어드는 노년(老年)의 시기에 사람들이 더 행복감을 느끼는 이유에 대해서는 해석이 분분하다. 'U자형 인생 곡선'의 원인과 그 정책적 시사점에 대해서는 앞으로 연구해야 할 부분이 많다.

이코노미스트지는 '행복한 노년'이 고령화 시대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열어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지금까지는 고령화 현상에 대해 경제에 부담을 준다는 사실만 강조해왔지만 사람들이 나이를 먹어가면서 더 행복해진다면 고령화 현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인생(人生) 100세'의 고령화 시대가 개인에게나 국가에나 재앙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이 있다. 인구 고령화는 지금까지 인류가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현상이다. 그래서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는 부분이 많다. 과거 역사에서 교훈을 얻거나 해법을 찾을 수도 없다. 고령화 추세에 대해 사람들이 불안감을 느끼는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이 책 '고령화 시대의 경제학'은 경제적인 측면에서 인구 고령화가 몰고 올 다양한 문제를 짚어보면서 그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앞으로 40년 동안 세계 인구는 25억명이 늘어나는데 그 중 절반은 60세 이상 인구다. 60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현재 10%에서 2050년엔 22%로 높아진다. 생산연령 인구는 줄어드는데 고령 인구가 크게 늘어나면 경제성장률은 떨어지고, 연금과 의료비 부담이 커진다.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세대 갈등과 노인 빈곤층, 국가 재정위기 같은 복잡한 문제가 터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우선 정년을 연장하고, 여성과 중·장년층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높이고, 이민을 더 많이 받아들이는 식으로 노동력 공급을 늘리는 방법이 있다. 저자는 "어느 한 가지만으로는 안 되고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해야 한다"고 말한다. 직장에서의 성차별과 연령차별을 없애고, 여성이 직장생활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건강과 능력이 허락하는 한 고령인구도 계속 일할 수 있도록 고용주들을 설득해야 한다. 정년 연장과 함께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연령도 올려야 한다. 이미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1990년대부터 이런 방향으로 연금개혁을 해왔다.

그러나 그렇게 하더라도 은퇴자와 고령자를 위한 정부 재정지출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늘어날 것이라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그래서 "고령화 논란의 핵심은 돈"이라고 말한다. 개인들은 노후에 대비해 미리 저축을 늘려야 한다. 정부는 앞으로 세수(稅收)를 늘릴 방안과 함께 고령화와 관련 없는 지출을 줄이는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 과정에서 누가 고령화의 비용을 부담할 것인지를 놓고 세대 간 갈등이 불거지고 사회적 저항과 반발이 터져 나올 수 있다.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인구 고령화가 세계 경제의 판도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2006년 현재 선진국은 60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인 데 비해 개발도상국은 8%에 지나지 않는다. 신흥시장과 개발도상국들은 앞으로 상당기간 생산 가능 인구는 늘어나고, 노인층 부양비 부담은 줄어드는 데 따른 혜택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중국은 예외다. 중국은 1980년대 도입한 '한 자녀 정책'의 영향으로 고령화 문제가 이미 눈앞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중국의 중위(中位) 연령은 33세로 한국의 35세와 큰 차이가 없다. 15~64세의 생산 가능 인구는 2015년에 정점을 찍고 서서히 줄어들 전망이다. 중국은 인구구조에 따른 이득을 거의 소진한 상태다.

저자는 중국의 고령화가 두 가지 측면에서 세계 경제의 불안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하나는 중국의 '값싼 노동력'이 줄어들고, 임금이 올라가면 수출품 가격도 따라서 오르고, 그로 인해 세계가 물가상승 압력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이미 그 가능성이 점점 현실화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이제부터 중국도 국내 소비와 함께 고령화 관련 지출이 늘어나게 되면 저축이 줄어들고 중국이 세계에 공급하는 자본의 양도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을 비롯한 경상수지 적자국들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

인류가 인구 고령화로 인한 이런 도전들을 슬기롭게 극복해나갈 수 있을지에 대해 저자는 낙관도 비관도 하지 않는다. 직장·교육·보건·노인요양 등에 대한 사회적 태도와 공공정책의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특히 정부의 역할과 리더십을 강조하고 있다. 세계 경제 차원에서는 서구 사회가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신흥 경제대국과 지역 강대국들을 인정하고, 이들과 협력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해법이 조금 막연해 보이기는 하지만 이 책이 제기하고 있는 다양한 문제의식은 참고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