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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50 청년, 70 중년, 90 노인' 시대 왔는데

얼마 전까지도 100세라는 나이는 희귀한 사람만이 올라갈 수 있는 에베레스트산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머지않아 100세는 누구나 올라갈 수 있는 북한산 같은 존재가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제 100세는 '남 일'이 아니라 '내 일'이다.

100년은 긴 시간이다. 경술국치 때 태어나 G20 서울정상회의까지 산 것이다. 요즘 세상의 변화속도는 과거보다 수백 배 빨라졌다. 앞으로 수십 년을 더 사는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새로운 상황 변화에 미리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하면 100세 수명은 개인과 사회에 가난과 고통이라는 커다란 재앙이 될 것만은 분명하다.

행복한 100세가 되려면 무엇보다 건강이 중요할 것이다. 건강하지 못한 채 인생 후반부 수십 년을 보내는 사람이 많다면 이는 개인에게는 참기 어려운 고통이요, 사회에는 의료비 폭탄이라는 재앙이 된다. 개인이나 정부 모두 훨씬 더 많은 시간과 돈을 건강을 지키고 증진하는 데 할애해야 한다.

행복한 100세가 되려면 더 일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처럼 20대 중반부터 약 30~40년 동안 일하고 이때 저축한 돈으로 추가적인 40년을 더 살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돈이 있다고 해도 의미 있는 일을 하지 않고 빈둥거리면서 40년을 산다는 것은 끔찍한 모습이다. 100세 수명 시대에는 50대 중반에 주된 일을 그만두더라도 다시 두 번째, 세 번째 일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50대 중반에 수확하는 첫 번째 추수보다 이모작과 삼모작에서의 추수가 인생의 승부를 결정짓는 시대가 오고 있다. 첫 번째 수확이 자기 인생의 조연이 되고, 두 번째 또는 세 번째 수확이 자기 인생의 주연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정부의 준비도 절실하다. 각종 사회보장제도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한국의 인구구조 고령화 추이를 감안할 때 본질적으로 현재와 같은 구조의 국민연금은 지속가능성이 없다. 현재와 같은 의료비 지출 행태가 지속되는 한 건강보험 재정은 통제 불가능한 정도로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에 대한 과도한 의존성을 낮추는 방향으로 정책 방향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중고령자 노동시장 활성화도 매우 중요한 과제다. 인생 이모작, 삼모작이 가능할 수 있도록 노동시장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 중고령층의 지혜를 활용하는 일자리 창출, 고령친화형 서비스업의 개발, 그리고 고령친화적인 작업장 환경개선 방안 등 해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태어나 20여 년간 배운 내용으로 80년을 먹고살 수는 없다. 중고령층이 새로운 지식이나 기술을 쉽게 습득할 수 있도록 평생학습체계를 완비해야 한다. 입학생 수의 급감으로 인해 위기에 처한 대학들을 중고령층의 재학습 기관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 모든 준비보다 더욱 중요한 일은 누구나 100세를 사는 시대가 되기 이전에, 한국이 수퍼 초고령사회가 되기 이전에 한국경제를 완전히 선진국에 안착시키는 일이다. 100세 수명 시대에 대비하여 재정을 튼튼히 하고, 초고령 사회에서도 한국경제의 지속성장을 담보할 수 있도록 남들이 넘보지 못할 경쟁력을 배양해야 한다. 그래야만 50세 청년, 70세 중년 그리고 90세 노인이 함께 살아가는 우리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