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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이충성의 결승골, 그리고 우리의 이민정책

한국 이름 ‘이충성(李忠成)’, 그리고 일본 이름 ‘리 타다나리’.

두 개의 이름을 가진 재일교포 4세 청년이 일을 냈다. 지난 29일(현지시각) 벌어진 일본과 호주의 아시안컵 결승전에서 그는 연장 후반 멋진 발리슛으로 골을 터뜨렸다. 경기가 1대0으로 일본의 승리로 끝나면서 그의 골은 결승골이 됐다.

골을 넣은 후 이충성은 벅찬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흥분한 채 그라운드를 돌며 기쁨을 만끽했다. 그리고 등에 박힌 영문 이름 ‘리(Lee)’를 자랑스럽게 손으로 가리켰다.

이충성은 일본에서 태어난 재일교포 4세다. 그의 가정은 반 세기 넘게 일본에서 살았지만 한국국적을 유지했고, 일찌기 축구에 소질을 보인 이충성도 한국의 국가대표로 나서기를 열망했다. 실제로 지난 2004년 우리나라 청소년대표팀에 선발되기도 했다.

그가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이충성’이란 한국 이름 대신 ‘리 타다나리’란 이름의 일본 국가대표로 나설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재일교포에 배타적이었던 팀 분위기 때문이었다. 청소년대표로 훈련에 임했던 당시 이충성은 주위 동료들에게 ‘반쪽바리’로 불리며 갖은 멸시와 따돌림을 당했다고 한다.

낯선 조국이었지만 ‘충성’을 다하고 싶었던 한국에서 씻기 힘든 상처를 경험한 이충성은 고민 끝에 귀화를 결심했고, 이제 일본 대표팀에서 그는 아시안컵 우승을 안긴 당당한 대표선수로 성장했다.

이충성의 스토리를 꺼낸 이유는 그의 결승골 장면을 보면서 우리 정부의 이민대책이 오버랩됐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는 줄어들고 있는 인구를 늘리고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적극적인 이민 활성화 정책을 모색하고 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올해 초 “인구 문제를 총괄할 이민청을 설립해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고 다양한 외국의 우수 인재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국적에 대한 개방도 이뤄지고 있다. 정부는 국적법을 개정해 올해부터 복수국적에 대한 문호를 넓혔다. 자신이 태어난 나라의 시민권을 함께 유지하고자 하는 외국인과 선천적 복수국적 교포(속지주의 국가에서 태어나 한국과 외국의 국적 모두를 가진 사람)에게 복수국적을 허용해 인구를 늘리겠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그러나 이충성의 사례에서 보듯, 이민을 늘리기에 앞서 우리나라가 적극적으로 이민자들을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로 의식이 개방되어 있는 지를 먼저 짚어볼 필요가 있다. 같은 피를 나눈 동포임에도 불구하고 살아온 환경이 다르다는 이유로 배척하는 환경에서 앞으로 혈통도, 환경도 다른 수많은 이민자들이 조화롭게 뿌리내릴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이민자, 재외교포 등이 우리나라에서 계속 낯선 이방인으로 취급받는다면 정부의 이민활성화 정책은 효과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이민자의 숫자를 늘리는 가시적 대책 뿐만 아니라 이민자들이 이 사회의 일원으로 자연스럽게 동화될 수 있도록 우리의 의식을 끌어올리는 일에도 정부가 나서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