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25.02.18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연금 개혁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또다시 작은 차이 때문에 법안 처리를 하지 못하고 있다. 벌써 이런 일이 몇 번째 반복되고 있다. 두 당 모두 보험료율(내는 돈)과 소득대체율(받는 돈) 개혁부터 먼저 하고 그 후에 구조 개혁 논의를 시작하자는 데엔 이견이 없다. 그런데 이번엔 어디서 논의해 처리할지를 두고 맞서고 있다. 민주당은 모수 개혁은 국회 보건복지위에서, 구조 개혁은 국회 별도 특위에서 논의하자고 주장하고 국민의힘은 국회 연금개혁특위를 구성해 함께 논의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상임위에서 하든지, 특위에서 하든지 무슨 차이가 있다고 이러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연금 개혁은 한시도 미룰 수 없는 전국민적, 국가적 과제라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지금 기금 적자가 매일 885억원씩, 1년이면 32조원이 불어나고 있다. 당장 급한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개혁부터 하지 않으면 30년 내에 기금이 완전 고갈된다. 그 전에 신뢰 상실로 파탄 상황이 올 것이다. 그날이 대한민국 사회가 무너지는 날이 될지도 모른다. 이런 처지에 지금 누가 정치적으로 유리한지 따질 때가 아니다. ‘가장 좋은 개혁은 가장 빠른 개혁’이라는 말이 지금 연금 개혁만큼 잘 맞는 경우도 없다.
더구나 지금은 연금 개혁을 처리할 수 있는 최적의 시기다. 더 내고 덜 받는 쪽으로 개혁할 수밖에 없는 연금 개혁은 인기 없는 개혁이고 어느 정권이든 그 책임을 지고 싶어 하지 않는다.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1998년 9%로 정한 이후 27년째 올리지 못하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도 이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권력 공백기여서 어느 쪽이든 연금 개혁을 처리해도 정치적 부담을 혼자 지지 않게 돼 있다. 맞는 표현인지는 모르나 연금 개혁을 위해선 다시 오기 힘든 골든 타임이다.
만약 탄핵 심판이 기각되면 상당한 정치적 혼란이 올 것이고, 인용되면 곧바로 대선을 치러야 하기 때문에 국회는 올 스톱 되고 연금개혁안은 다시 휩쓸려 가버릴 것이다. 새 정권이 들어서면 그 정권은 다시 인기 없는 연금개혁을 차일피일 미룰 것이다.
남은 쟁점 중 하나인 소득대체율에 대한 입장 차이도 크지 않다. 민주당 주장이 44%, 정부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안이 42%였다. 여기에 정부가 내놓은 출산·군 크레디트 확대까지 더하면 약 1%포인트의 소득대체율 제고 효과가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민주당안과 정부안 사이에서 절충해 연금 개혁안을 처리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여야가 연금 개혁에 의견 접근을 본 상태에서 돌연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를 대며 어깃장을 놓은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20일 대통령 권한대행과 국회의장, 여야 대표가 만나는 국정협의회 4자 회담에서도 이 문제를 최종 타결 짓지 못하면 민주당이 단독으로라도 연금 개혁안을 처리해야 하고 정부는 이를 받아들여 공포해야 한다. 국민 모두를 위한 일이다. 지금은 그럴 수밖에 없고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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