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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정부, 8·8대책으로 42.7만 채 주택과 필지 공급
2: 서울과 인근지역 그린벨트 해제해 8만 채 확보
3: 서울 강남 3구와 경기 하남시 등에 해제 후보지
4: 그린벨트 토지의 70% 사유지로 걸림돌 우려도
최상목 기획경제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왼쪽)과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20일 경기 부천시 오정구에 위치한 3기 신도시 부천대장지구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제공“부동산은 주식이 아니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20일 경기 부천시 오정구에 위치한 3기 신도시 부천대장지구 공사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이런 내용의 발언을 했습니다. 정확하게는 “부동산 시장은 바로 반응하는 주식과 성격이 다르다”였습니다. 정부의 ‘8·8대책’ 발표 이후 부동산 시장 반응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대답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입니다.
현 정부는 출범 이후 시장기능 회복과 주택공급 확대를 목표로 내걸었습니다. 하지만 2023년 이후 공사비 상승과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에 따른 건설 경기 침체 등의 여파로 공급이 크게 위축됐습니다. 이는 집값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고, 실제로 최근 서울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아파트값이 눈에 띄게 올랐습니다.
정부는 이를 위해 ① 도심 내 아파트 공급 획기적 확대 ② 빌라 등 비 아파트 시장 정상화 ③ 수도권 공공택지 신속 공급 확신 부여 ④서울·수도권 신규 택지 발표 ⑤ 주택공급 여건 개선 등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뜨악했습니다. 무엇보다 현 정부의 4번째 주택 공급 대책인데, 야당의 협조 없이는 이뤄지기 어려운 내용이 많다는 점이 걸림돌로 지적됐습니다. 정부 대책이 대부분 중장기 과제여서, 당장 우려되는 주택공급 부족 우려를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이어졌습니다.
여기에 한국부동산원이 정부 발표 나흘 뒤인 12일 조사해 15일 발표한 ‘전국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은 불붙은 데 기름 부은 격이 됐습니다. 대책의 배경이 된 서울 아파트값이 0.32% 오르며 전주(0.26%)보다 상승 폭을 키웠기 때문입니다. 이후 언론들은 앞다퉈 ‘서울 아파트값 6년 만에 최대폭 상승’, ‘8·8 대책 역부족’이라는 자극적인 제목과 함께 비판적인 보도를 쏟아냈습니다.
박 장관의 20일 발언은 이런 상황에 대한 반응이었습니다. 박 장관은 또 “2주 만에 시장에 어떻게 바뀌었다고 얘기하는 건 성급하다”며 “공급을 꾸준히 확대해 가면서 적절히 수요를 관리하면 시장 상황에 굉장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 마디로 정부 대책 효과가 시장에 반영되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다행히도 서울 집값 상승 폭은 약간 줄었습니다. 부동산원이 22일(19일 기준) 발표한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서 서울 집값 상승률이 0.28%로 전주보다 0.04%포인트(p) 낮아진 것입니다.
하지만 추이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집값 상승을 주도하는 강남 3구 가운데 서초구는 0.59%로 전주(0.57%)보다 상승 폭을 키웠고, 강남구(전주·0.46%→이번 주·0.39%)와 송파구(0.58%→0.48%)도 상승률이 소폭 줄었으나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관건은 정부가 발표한 대책 내용을 계획대로 신속하게 추진해 나갈 수 있는가에 달렸습니다. 그 중심에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가 있습니다. 그린벨트는 전체 물량의 20%에 가까운 8만 채가량을 책임집니다. 제대로 추진된다면 가시적인 성과물로 인정받기에 효과적입니다.
반면 정부가 목표한 42만 7000채 가운데 30%에 해당하는 13만 채는 재건축·재개발 촉진 특례법이 제정돼야 확보가 가능하다는 게 단점입니다. 국회에서 다수 의석을 차지한 야당이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11만 채는 빌라 등 비아파트로서 선호도가 떨어지고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도 크지 않습니다.
다만 그린벨트 해제에도 넘어야 할 산이 적잖습니다. 일단 후보지를 둘러싼 지자체들의 눈치 싸움입니다. 또 그린벨트 해제에 대한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하는 반대의 목소리도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정부가 제시한 조건에 따라 해제가 유력한 그린벨트 지역들을 짚어보겠습니다. 또 그린벨트 해제를 둘러싸고 제기되는 우려들도 따져보겠습니다.
● 그린벨트 해제 유력 후보지는
정부는 8·8대책을 통해 앞으로 6년간 42만 7000채 규모의 주택과 신규택지를 공급하기로 했다. 그래픽은 대책의 주요 내용과 서울시내 그린벨트 현황이다. 동아일보 DB박상우 장관은 ‘8·8 대책’ 발표에서 그린벨트 해제와 관련해 “서울과 서울 인근에서 올해 5만 채, 내년 3만 채 규모로 신규택지 후보지를 발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부동산 투기 수요가 유입되지 않도록 서울 그린벨트와 인접 지역에 대한 관계기관 합동 기획조사를 추진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대책 발표 이튿날인 9일 오세훈 서울시장은 “그린벨트 중에 이미 훼손된 곳, 녹색공간으로서 기능을 이미 상실한 곳에 한정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여기에 전문가들은 정부가 기대한 주택공급 효과를 제대로 보려면 수요자들이 선호할 만한 입지여건을 갖춘 곳이어야 한다는 조건을 덧붙입니다. 일자리가 풍부한 업무지구로 향하는 교통이 좋고, 지형 또한 평지에 가까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전문가들이 꼽는 유력 후보군은 서울 서초구 내곡동과 우면동, 강남구 세곡동 등입니다. 국토부가 8·8 대책 발표 직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 서울 송파구 방이동과 오금동, 마천동, 하남시 감일동, 감이동, 감북동, 초이동 등도 후보군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이들 가운데 일부 지역은 단점도 있습니다. 우선 유력 후보지로 많이 거론되는 강남구 세곡동 운전면허학원 일대는 경기 성남시에 위치한 서울공항으로 고층 아파트 건설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서초구 내곡동과 우면동도 상황이 여의치는 않습니다. 개발이 사실상 불가한 공익용산지 등이 자리하기 때문입니다. 공익용산지는 ‘산지관리법’에 따라 재해방지와 같은 목적으로 산림청장이 지정합니다. 산림청과 협의 없이는 개발이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방이동 그린벨트도 2018년에 공공주택 개발이 추진됐으나 인근 지역주민들이 공사 소음과 아파트 대량 공급에 따른 집값 하락 등을 우려해 강력히 반대하면서 중단된 경력이 있습니다.
반면 녹색공간으로서 기능을 상실했더라도 기존 거주민이 이주하고 집을 헐어야 해 시일이 오래 걸리고 절차가 복잡한 집단 취락지역은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밖에 서울 강북과 수도권 북부지역 그린벨트도 후보군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지 않습니다. 대부분 산지여서 보존 가치가 높기 때문입니다.
● 그린벨트 해제에 부정적인 반응 적잖아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서울과 인근 지역의 그린벨트 해제를 추진하기로 했다. 서울 서초구 에 세워진 개발제한구역 안내표지판. 동아일보 DB한편 그린벨트 해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넘어야 할 산도 있습니다. 우선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하는 반발이 거셉니다. 이들이 목소리를 키우고, 야당이 가세한다면 정부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대표적인 곳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입니다. 정부 발표 직후 성명을 내고 “단순히 집값 상승 때문에 그린벨트를 대규모로 풀어서 택지를 조성하고,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논리는 실질적 문제해결과는 관계가 크지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경실련은 또 “지금 계획하더라도 실효적 공급은 6,7년 이후에나 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현재의 집값 상승을 잡는다는 표면적 이유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울시 산하 서울연구원이 2021년 발간한 보고서, ‘수도권 개발제한구역 50년 정책변천사’에서 “그린벨트 해제 후 2012~2016년 입주가 진행된 강남보금자리주택지구의 집값 안정 효과가 미미하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은 것도 이런 주장에 힘을 실어줍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전용면적 85㎡ 이하 아파트의 1㎡당 매매가격은 2013년 830만 원에서 2018년 1465만 원까지 올랐습니다. 세곡동의 1㎡당 매매가격은 2014년 말 521만 원에서 2018년 3월 782만 원으로, 자곡동은 2016년 말 810만 원에서 2018년 3월 944만 원으로 상승했습니다.
보고서는 따라서 “그린벨트 해제는 서울시의 도시정책 방향에도 부합하지 않고, 대중교통 등 기반시설 확충이 미흡하여 도시관리 부담을 가중시킨다”며 “그린벨트를 해제해 개발사업을 추진하는 지금까지의 국책사업은 지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린벨트 해제에 대한 국민 인식도 그다지 우호적이지만은 않습니다. 이는 국토연구원이 지난해 발행한 보고서(국토이슈리포트 75호-우리 국민은 개발제한구역 제도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에서 잘 드러납니다. 보고서는 일반인 2000명, 도시계획·환경분야 전문가 100명, 권역별 그린벨트 담당 공무원 55명 등 215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입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설문에 응답한 일반인 10명 가운데 7명(72.0%)는 그린벨트가 필요하다고 응답했습니다. 또 전문가는 93%가, 공무원은 67.2%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습니다.
또 전문가를 대상으로 진행된 2000년대부터 수도권을 중심으로 추진돼 온 그린벨트 내 공공주택사업에 대한 평가에서도 긍정(19%)보다는 부정(78.0%)의 반응이 훨씬 높았습니다. 전문가들은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가장 큰 이유로 ‘수도권 인구집중으로 국가균형발전정책에 역행한다’(52.6%)를 꼽았습니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그린벨트를 추진하고 있지만 넘어야 할 산이 적잖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그린벨트 내 토지 상당수가 사유지라는 점도 정부 계획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국토연구원이 지난해 작성한 보고서(국토이슈리포트 76호-개발제한구역 토지를 누가 얼마나 소유하고 있을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그린벨트 3751㎢, 132만 필지 가운데 사유지가 면적 기준으로는 70%, 필지 수로는 61%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특히 개인은 그린벨트 토지의 약 49%를 소유해 가장 많은 토지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그 외 사유지가 21%를 차지했습니다. 남은 30%는 국가 및 지자체의 소유였습니다.
1개 필지이지만 소유주가 2인 이상인 곳도 15만 필지에 달했습니다. 이런 토지는 정부가 매수할 때 복잡한 과정을 거칠 가능성이 많다는 뜻입니다. 특히 경기 성남시에 위치한 산지(면적 1.4㎢)의 경우 1개 필지인데도 소유주는 물려 4859명에 달했습니다. 소유주 유형도 개인, 법인, 외국인, 종교단체 등 다양했습니다.
1971년 그린벨트로 지정된 이후 개인 소유 토지의 절반 이상은 소유권 변동이 발생했습니다. 또 상속이나 증여 등의 과정을 통해 1명이던 토지 소유주가 여러 명으로 변경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최초 소유주가 개인이었지만 국가나 지자체, 공공기관 등이 매입한 그린벨트는 24만 385필지, 340.38㎢에 달했습니다. 이는 전체 소유권 이전이 발생한 토지 가운데 필지 수 기준으로는 23.8%, 면적 기준으로 12.0%에 해당합니다.
1971년 이후 발생한 소유권 이전은 모두 230만 9855건. 이는 2023년 기준으로 52년 간 연평균 4만 4420건의 소유권 이전이 진행됐다는 뜻입니다.
시기별로 보면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즉 ▲1971~1980년 25만 8769건에서 ▼1981~1990년 44만 2건 ▲1991~2000년 45만 4616건 ▲2001~2010년 50만 7473건 ▲2011~2020년 54만 5639건으로 증가했습니다.
개인이 소유한 토지도 약간의 편차가 있지만 비슷한 흐름입니다. ▲1971~1980년 15만 9019건에서 ▼1981~1990년 27만 9999건 ▲1991~2000년 24만 9664건 ▲2001~2010년 31만 6036건 ▲2011~2020년 31만 5345건으로 꾸준한 상승세를 보인 것입니다.
개인이 소유한 토지의 경우엔 2010년대 이후 1인이 소유한 토지보다 2인 이상이 소유한 토지의 소유권 이전 비중이 높아졌습니다. 부모에서 상속이나 증여 등으로 여러 명의 자손에 물려준 토지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개인 토지의 소유권 이전이 시대별로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2000년대 이전까지는 정권 변화에 따른 제도 완화를 기대한 심리가 반영됐습니다. 그런데 2000년대 이후에는 부동산 경기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특히 노무현 정부(2003~2008년) 이후 문재인 정부(2017~2022년)까지는 정권별로도 차이가 나타났습니다. 노무현 정부는 가파른 주택가격이 시작된 시기로, 그린벨트 토지 소유권 이전도 급격히 증가했습니다. 노 정부 때 무려 18건의 소유권 이전이 진행됐는데, 이는 민주 정부 이후 가장 많은 것입니다.
반면 이명박 정부(208~2013년) 때는 보금자리주택과 같이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주택공급이 활발하면서 상대적으로 소유권 이전이 적었습니다. 이후 박근혜 정부(2013~2017년)에 접어들면서 소유권 이전 횟수는 늘어났고, 문재인 정부로까지 증가추세가 이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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