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우리 상속세 체계는 다른 선진국보다 지나치게 과중하다. OECD 38국의 상속세 최고세율이 평균 13%이지만 한국은 50%에 달해 일본(55%)에 이어 둘째로 높다. 상속세 공제한도도 1997년 이후 28년째 그대로다. 이 기간 물가가 96% 올랐고 1인당 소득은 3.8배로 불었지만 이런 현실을 상속세에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 그 결과 서울에 아파트 한 채만 가져도 상속세 걱정을 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이것은 상속세의 본뜻이 아니다. 서울 아파트 중 기본 공제(5억원)와 배우자 공제(5억원) 한도를 넘어 상속세 부과 대상에 해당되는 10억원 이상 아파트 비율이 40%에 달한다. 2000년엔 3만9000명이 내던 상속·증여세가 2022년에는 납부자가 26만8000명에 이르러 중산층 세금이 됐다. 우리나라 보통 가구는 자산의 80%를 부동산이 차지한다. 집 한 채가 전부인데 가장이 사망하면 가족들이 상속세 내려 살던 집을 팔아야 한다면 정상적인 세금이 아니다. 미국의 경우, 지난해 기준 연방법상 상속세 공제 한도가 1290만달러(약 178억원)나 된다.
30년 가까이 방치한 상속세 체계를 현실에 맞춰 손보는 것이 마땅하다. 기재부 개편안대로 법 개정이 이루어진다면 상속·증여세가 연간 4조원 정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정도 결손은 방만한 정부 지출에 대한 구조조정으로 만회할 수 있다. 돈 쓸 곳을 찾지 못해 고민이라는 지방교육재정 교부금만 올해 68조원이 넘는다.
기재부가 발표한 191개 세법 개정안은 국민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안이다. 30년 가까이 현실을 반영하지 않아 지금 고쳐도 늦었다. 그런 중요한 정부안이 발표됐지만 ‘현실감’이 떨어지고 있다. 시행령으로 처리가 가능한 것을 뺀 168개(88%)가 법 개정 사항이기 때문이다. 국회를 장악한 민주당이 반대하면 108석에 불과한 국민의힘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다행히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민생 우선을 강조하고 있고, 민주당 일각에서 상속세·종부세에 대한 개선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민주당이 낡은 시각에서 벗어나면 국민이 다시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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