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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직업

또 3000명 내보낸 구글… ‘엔지니어 철밥통’ 끝나나요

 

 

 

실리콘밸리=오로라 특파원

입력 2024.01.17. 03:00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 차려진 구글 부스 앞에 안드로이드 마스코트 인형이 세워져 있다.  구글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대규모 감원에 나섰다.
 

구글이 연초부터 수천명 규모 감원을 단행하며 실리콘밸리 테크 업계에 불안감이 급격히 퍼지고 있습니다. 매년 고속 성장을 이루며 직원 규모를 늘려왔던 빅테크가 2년 연속으로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엔지니어 철밥통’ 시대가 끝난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옵니다.

 

구글은 지난 10일(현지 시각) 퇴근 시간에 진행된 일방적인 해고 통보 이후 일주일 넘게 시끄러운 상태입니다. 구글 내부 소통 게시판인 ‘밈젠’에 올라온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고위 경영진을 향한 노골적인 욕설에는 ‘좋아요’ 표시가 수천개 달렸습니다. IT 전문매체 더버지는 15일 “구글의 문화는 완전히 바뀌었고, 아무도 이번이 대규모 해고의 끝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이번 감원에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은 곳은 구글의 스마트폰 ‘픽셀’, 인공지능(AI) 스마트홈 스피커 ‘네스트’, 스마트워치 ‘핏빗’ 등 하드웨어 부문입니다. 부사장·이사급 인원도 20명 넘게 감원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 구글 엔지니어는 “회사가 대외적으로 구체적인 감원 규모를 공식적으로 밝힌 적이 없지만, 적어도 3000명이 직장을 잃었다”고 말했습니다.

 

 

구글에 불고 있는 감원 바람은 실리콘밸리 취직을 꿈꾸는 한국의 젊은 엔지니어들에게도 악재입니다. 미 당국은 지금까지 구글이 채용하는 고급 ‘브레인’들에게는 손쉽게 전문가 비자인 H-1B 비자를 발급해줬습니다. 이 비자는 기업이 ‘국내에서 적합한 인재가 없으니 외국인을 채용해야 한다’고 증명하면 받을 수 있는 비자로, 6년의 체류기간이 주어지며 영주권 획득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외국인을 고용해야 한다는 구글의 논리는 대규모 감원으로 궁색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앞으로는 미 노동부와 이민국 등이 쉽게 비자를 주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죠. 구글의 한 한국계 직원은 “모든 빅테크들이 호황기에 과도하게 몸집을 불렸던 만큼, 향후 수년간 감원이 이어지고 취업문은 점점 좁아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미 서부에서 시작된 고용 불안이 세계 엔지니어 지망생을 강타하는 태풍이 되는 게 아닌지 우려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