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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악명 높은 김골라에 곧 대곡소사선까지…9호선 역대급 '지옥철'로 진화?

    입력 : 2023.06.14 16:43

    부천 소사역~김포공항역~고양 대곡역 잇는 '대곡소사선' 7월 개통
    5호선·9호선·공항철도·김포골드라인·대곡소사선까지
    '5개 노선 환승역' 김포공항역, 혼잡도 올라갈듯

    [땅집고] 대곡소사선 노선도. /땅집고DB
     

    [땅집고] 경기 서남부와 서북부 지역 주민들의 숙원이던 대곡소사선이 7월 개통된다. 대곡소사선이 운행을 시작하면 경기도 고양 일산신도시 등에서 서울 강남까지 기존 1시간 이상 걸리던 이동시간이 40분대로 줄어드는 등 교통 편의성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다만 대곡소사선 개통으로 악명 높은 9호선 혼잡도가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현재 김포공항역엔 9호선 등 4개 노선이 지나는데, 대곡소사선 개통으로 5개 철도 노선의 환승역이 되기 때문이다.


    ■경기 서북부 숙원사업 ‘대곡소사선’ 7월 개통

    대곡소사선은 기존 서해선 소사~원시 구간의 연장선으로 경기 부천시 소사역에서부터 부천종합운동장역, 원종역, 김포공항역, 능곡역을 거쳐 고양시 대곡역까지 18.3㎞ 구간을 잇는 노선이다. 2021년 7월 개통 예정이었으나 신호체계, 난공사 등의 문제로 개통이 지연됐다.


    이 노선은 경기 서남부와 서북부를 잇는 첫 노선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경기도 고양시 등 경기 북부와 부천시 등 남부를 직접 잇는 노선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간 경기 서부 지역 교통망은 김포대교와 행주대교, 방화대교 등 한강 다리에 의존해 왔다. 대곡소사선 6개역 가운데 원종역을 제외한 5개 역이 환승역인 점도 특징으로 꼽힌다.
     

    이에 노선 개통에 대한 주민 기대감도 상당하다. 대곡소사선 개통으로 대곡역에서 신논현역까지 이동시간은 1시간 이상에서 40분대로 단축된다.
     

    LG, 코오롱 등 대기업이 밀집한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로의 출퇴근 시간도 줄어든다. 현재 부천시 소사역에서 마곡지구까지 버스로는 약 1시간이 걸리지만, 대곡소사선과 9호선을 이용하면 10여분 만에 도착한다.
     
    [땅집고] 18일 오전 8시경 9호선 지하철역 노량진역에서 급행열차에 탑승하고 있는 승객 모습. 혼잡 시간대인 8시경에는 몸을 욱여넣지 않고는 탑승이 불가했다./배민주 기자
     

    ■국내 최초 ‘5종 환승역’ 김포공항역, 혼잡도 ‘최악’ 불 보듯

    그러나 대곡소사선 개통으로 김포공항역을 지나는 기존 노선 혼잡도는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현재 김포공항역엔 5·9호선과 공항철도, 김포골드라인(경전철)까지 총 4개 노선이 지나는데, 여기에 1개 노선이 더 추가되는 셈이다. 이로써 김포공항역은 국내 최초로 5개 노선 환승역이 된다.


    5호선은 여의도와 광화문을, 9호선은 강남 일대를 관통한다. 이 중 여의도와 강남권을 지나는 9호선은 ‘지옥철’로 악명이 높다. 특히 김포공항역은 승객의 절반을 태우고 출발할 정도로 탑승객이 많은 편이다. 철도통계연보에 따르면 출근시간대(7~9시) 9호선 김포공항역 최대 혼잡도는 2015년까지 200% 이상이었다가 2017년 이후부터 170% 내외의 혼잡도를 유지하고 있다. 지하철 혼잡도는 지하철 한 칸의 정원을 160명 기준으로 혼잡 정도를 나타낸다. 혼잡도 170%는 한 칸에 270여명의 승객이 탑승한다는 의미다. 참고로 지하철 권고 혼잡도는 150%다.


    대곡소사선 개통 이후 9호선 혼잡도 증가가 우려되는 이유는 또 있다. 김포골드라인 개통(2019년) 이후 9호선 이용자가 더욱 늘었기 때문. 2018년 김포공항역 9호선 승차인원은 889만명(환승유입 537만명) 수준이었으나, 지난해에는 1489만명(환승유입 1219만명)으로 67.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대곡소사선이 추가되면 환승 인원이 더 늘면서 9호선 혼잡도는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서울시, 9호선 신규 열차 연내 투입 예정

    서울시와 9호선 운영사인 서울시메트로9호선 측은 비상이 걸렸다. 서울시는 내년 초 도입할 예정이던 9호선 신규 열차 8편성 중 3~4편성(12~16량)을 연내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신규 열차는 일반적으로 설계-승인-차량제작-시운전을 거쳐 최종 투입까지 통상 최소 2년~3년의 기간이 소요된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미 초도편성 차량 등 2대는 4월 말 개화차량기지에 입고돼 예비주행(철도법 상 초도편성은 5000km 이상) 중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차량이 제대로 만들어졌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밟고 있다”며 “빠르면 12월 말, 1월 초에 새 열차를 투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출퇴근 시간대 안전 요원 배치 등도 계획 중이다. 다만 9호선 신규 열차가 조기 투입되는 올해 연말까지는 이용 승객들의 불편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는 지하철 혼잡도를 줄이기 위해선 인원을 최대한 분산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특히 철도 건설에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드는 만큼, 당장 이용 가능한 버스를 이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서울은 대중교통 발달 수준이 높지만, 버스 통행권을 보장해 주지 않는 편이다”며 “과감하게 버스전용차로를 늘리는 등 일반 승용차보다 혼잡한 상황을 피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된다면 지하철 혼잡도는 자연스레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이어 “경기 남부지역은 지하철보다 광역버스 이용 빈도가 높은데, 경부고속도로 버스전용차로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