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은퇴

노인 자살률 OECD 압도적 1위… 준비 안된 초고령 사회

 

 

 

노인 자살률 OECD 압도적 1위… 준비 안된 초고령 사회

     

    입력 2023.01.31

    [우리, 살자]③
    은퇴·사별·질병… 삶의 의욕 떨어진 게 원인
    부정적 감정 벗어나 삶의 의미 찾아야
    주변인이 해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은 ‘대화’

    그래픽=헬스조선DB
     
    통계청에 따르면 2025년에는 우리나라 사람 중 20.6%가 65세 이상 고령자일 것이라고 합니다. 후년이면 한국도 일본이나 유럽 국가들처럼 국민 5명 중 1명이 고령자인 ‘초고령 사회’가 된다는 뜻입니다. 고령화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노인과 관련된 여러 지표들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습니다. ‘노인 자살률’도 그 중 하나입니다. 잘 알려져 있듯 우리나라는 OECD 가입국 중 노인 자살률이 가장 높습니다. 수년째 평균을 크게 웃돌고 있으며, 불명예스러운 1위 자리도 계속해서 지키고 있습니다. 극단적 선택을 하는 노인 수는 해마다 3000여명에 달합니다. 초고령화 사회를 눈앞에 둔 시점에 외면할 수 없고 외면해서도 안 될 한국 사회의 현주소입니다.


    ◇한 해 3000명 이상 노인 극단적 선택… ‘고도성장’의 이면

    2020년 한 해에만 국내 65세 이상 노인 3392명이 극단적 선택을 했습니다(보건복지부 자살예방백서). 최근 5년까지 범위를 넓혀 보면 ▲2016년 3615명 ▲2017년 3372명 ▲2018년 3593명으로, 뚜렷한 감소세에 접어들었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자살률(10만명 당 극단적 선택 수) 역시 줄어들고는 있으나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습니다. 국내 연령대별 노인 자살률은 ▲60대 33.7명(10만 명 당) ▲70대 46.2명 ▲80세 이상 67.4명으로, OECD 평균(60대 15.2명, 70대 16.4명, 80세 이상 21.5명)보다 2.2배, 2.8배, 3.1배씩 높습니다. 2위인 리투아니아(60대 29.8명), 슬로베니아(70대 35.2명, 80세 이상 58명)는 물론, 이미 초고령 사회에 접어든 일본, 이탈리아와도 꽤 차이를 보입니다.


    고도성장과 급속한 산업화·현대화 등에 숨겨진 한국 사회의 이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지난 수십 년간 매우 빠른 속도로 성장해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사람들은 소외됐습니다. 사회에는 ‘현실주의’, ‘실용주의’와 같은 개념이 깊게 자리 잡았고, 성장에 기여하지 못한다고 판단되면 쓸모없는 존재로 치부해버렸습니다. 그리고 그 중 대다수는 노인이었습니다. 노인들은 스스로 사회적 가치가 없는 사람이라고 여기면서 고립감, 외로움, 우울함 등을 느끼게 됐고, 그렇게 삶의 의욕을 잃어갔습니다.


    ◇노년에 맞는 다양한 변화, 우울·외로움·고립감 유발

    노인 극단적 선택의 원인은 다양하면서도 복합적입니다. 가족구조 변화와 은퇴 후 사회적 역할 축소·상실, 배우자 사망, 죽음에 대한 두려움, 신체기능 저하, 경제력 감소 등 노년기에 맞닥뜨리는 여러 가지 삶의 변화와 문제들이 우울, 외로움, 고립감, 자괴감 등을 유발합니다. 이 같은 감정들이 해소되지 않으면 점차 삶의 의욕이 떨어지고, 살아야 할 이유마저 잊게 될 수 있습니다.
     

    특히 노인은 인지능력이 저하되면서 감정조절능력, 판단력 등이 떨어져 부정적인 감정을 더 크게 느끼는 반면, 충동성·공격성이 증가해 극단적인 방법으로 상황을 해결하려 할 위험이 높습니다. 살아갈 날이 많이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거나, 근본적인 문제 해결 노력 없이 음주만으로 순간의 감정을 벗어나려는 행동 역시 노년기 극단적 선택 위험을 높이는 원인이 됩니다.


    ◇30년 뒤면 5명 중 2명 고령자… “남의 일 아냐”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고령 인구 비중은 2025년 20.6%, 2035년 30.1%, 2050년 40.1%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금의 30·40대가 고령 인구가 될 때쯤이면 국민 5명 중 2명이 노인일 것이라는 뜻입니다. 나이와 관계없이 사회 구성원 모두가 노인 자살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입니다.


    주변 사람이 노인을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은 ‘대화’입니다. 깊은 이야기를 나누지 않아도 무엇을 먹었고, 기분은 어떤지, 요즘 어떤 문제가 있는지, 아픈 곳은 없는지 등 사소한 말들을 주고받음으로써 관심 받고 있다는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단, 해결할 문제가 있을 때는 일방적으로 들어주기보다, 함께 대안을 논의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있도록 설득해야 합니다.
     


    노인 스스로도 부정적인 감정과 생각에서 벗어나 삶의 의미를 찾아야 합니다. 자책하거나 우울감에 빠지지 말고 주변 배우자, 동네 주민들과 어울려 지낼 필요가 있습니다. 도움이 필요할 때는 손을 내밀고, 노인 역시 상대방, 젊은 사람들을 존중하고 이해하려 노력해야 합니다. 한창수 교수는 “노인은 결국 나의 미래기도 하다. 노인의 입장에서 대화법을 배울 필요가 있다”며 “노인을 불쌍하게 여기지 말고 즐거운 대화 상대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국가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전문가는 새로운 정책이 아닌 ‘가까운 정책’을 당부했습니다. 새로운 일들을 구상·시행하는 것만큼 이미 마련된 시설·프로그램 등을 홍보하고 접근성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는 의견입니다. 한창수 교수는 “여러 정책을 만드는 것은 좋지만, 노인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접근성을 강화하는 일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