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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서울대가 어쩌다… 연구비 빼돌려 950만원짜리 노트북

 

 

법인화 이후 첫 교육부 감사… 교수·교직원 666명 비위 적발
교수가 제자에게 줄 인건비 ‘꿀꺽’
무면허 건설업체와 계약한 직원도

입력 2022.09.15 04:36
 
 
 
 
 

서울대 교수가 가짜 거래내역서를 발급받는 수법으로 연구비로 노트북 컴퓨터를 구입해 사적으로 쓰고, 대학원생 몫 인건비를 임의로 사용한 것이 교육부 감사에서 지적됐다. 이 밖에 곳곳에서 ‘도덕적 해이’로 볼 수 있는 비위(非違)들이 여럿 적발됐다.

14일 교육부 공시 자료에 따르면, 서울대는 교육부가 작년 실시한 종합감사에서 총 58건의 지적을 받았다. 서울대가 종합감사를 받은 것은 2011년 법인화 이후 처음이다. 이 감사 결과에 따라 교육부는 서울대 교수와 교직원 등 662명에 대해 경고 또는 주의 처분을, 3명에게는 경징계를, 1명에게는 중징계를 내리라고 학교 측에 요구했다. 오세정 서울대 총장도 조국 전 장관이 뇌물수수 등 혐의로 기소됐다는 사실을 통보받았지만 제때 징계위원회에 징계 의결 요구를 하지 않은 이유 등으로 경징계 요구를 받게 됐다. 이는 서울대의 재심의 요구까지 반영한 최종 처분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A교수의 경우 2014년 1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3개의 연구 과제를 수행하면서 대학원 조교 3명에게 줘야 할 인건비 1억6692만원을 자기가 관리하면서 그중 2000만원을 학생에게 사용처를 알리지 않은 채 임의로 썼다. 연구계획서에 없는 946만원짜리 노트북을 연구비 카드로 구입하고 외장하드 등 소모품을 구매한 것처럼 허위 거래내역서를 발급받기도 했다. 또 건설업 면허가 없는 업체에 공사를 맡긴 직원도 있었다. 이 두 사람은 경찰에 고발됐다.

배우자를 자기 연구 과제에 참여시켜 인건비 총 2억7000만원을 받게 해 19명이 경고를 받기도 했다. 기관장에게 신고해야 하는 절차를 어겼다는 것이다. 내부 직원끼리 식사를 해놓고 49차례에 걸쳐 이를 회의 비용으로 꾸며 연구비 287만원을 쓴 29명도 적발돼 주의 처분을 받았다. 교수를 채용하면서 지원자의 지도교수를 심사위원으로 위촉하는 등 채용 때 심사 규정을 위반해 경고를 받은 사람도 3명 있었다.

음주운전이나 성 비위 등이 적발된 교원에 대해 징계위원회에 기준보다 낮은 수위로 징계 요구를 한 사례도 9건 적발돼 서울대가 기관경고를 받았다. 2020년 면허 취소 수준의 만취 상태로 운전하다 적발된 사람에 대해 정직 등 중징계를 요구해야 하지만 경징계를 요구해 최종적으로 견책 처분만 받은 사례도 있었다.

또 연구년 때나 해외에 파견된 뒤 활동(파견)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거나 늦게 제출한 사례도 무더기 적발됐다. 교수와 교직원 등 131명이 경고를, 284명이 주의 처분을 받았다. 서울대는 향후 징계위를 열어 오세정 총장 등 경징계 이상의 처분 요구를 받은 사람들에 대해 감봉·견책·파면·해임·정직 등의 처분을 해야 한다.

서울대 관계자는 “감사 지적 사항 등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향후 재발 방지 및 제도 개선 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