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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기자 간담회 자리에 섰다. 8년간의 재임 기간 중 76번째이자 마지막으로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를 주재한 직후였다. 그는 ‘8년간 잘한 통화정책과 아쉬운 통화정책이 각각 언제였느냐’는 질문을 듣고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 총재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질문”이라며 잠시 생각하더니 말을 이어갔다. “항공모함을 운항하듯이 단기적으로 보는 게 아니고 통화정책은 적어도 1년 후의 경제 상황을 보고 결정하거든요. 선제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어려움이 태생적으로 있어요. 내다보는 것이 과연 그대로 될지 하는 두려움이 있다고 해야 하나요. 통화정책에 대한 평가는 좀 시간이 지나서야 가능할 겁니다.”
이날 금통위는 연 1.25%인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올해 소비자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기존 2%에서 3.1%로 대폭 올렸다.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3%를 그대로 유지했다.
◇10년 만에 3%대 물가 상승률 전망
한은이 3%대 물가 전망치를 내놓은 건 2012년 4월 3.2%로 전망한 이후 10년 만이다. 지난달까지 4개월 연속 물가 상승률이 3%대를 이어간 데다, 연초에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 급등 현상이 나타나자 이를 반영한 것이다.
이 총재는 “지금과 같은 높은 물가 오름세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고 금융 불균형 위험을 줄여나갈 필요성도 여전하다”며 “(통화 정책) 완화 정도를 계속 적절히 조정해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연내에 추가적인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걸 시사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올해 기준금리가 2~3차례 더 올라 연말에는 1.75~2%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같은 예측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대해 이 총재는 “시장의 그런 기대가 합리적인 전망을 토대로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시나리오라는 뜻이다.
연준이 3월부터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릴 전망인데도 이날 한은이 금리를 동결한 건 선제적으로 대응한 결과라는 평가가 많다. 이 총재와 금통위는 2020년 5월부터 1년 넘게 0.5%였던 기준금리를 작년 8월부터 지난달까지 세 차례 올려 코로나 사태 직전인 1.25%로 되돌려 놓았다.
이날 기준금리를 동결한 데 대해서는 급격한 금리 변화가 가져올 충격을 감안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한은은 작년 11월과 지난달에 두 번 연속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올렸는데, 역사적으로 한 번도 세 번 연속 인상한 적은 없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긴장 고조, 한풀 꺾인 가계 부채 등도 기준금리 동결의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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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년 최장수 근무 한은맨
이 총재는 숱한 기록을 쓰고 임기를 마치게 됐다. 43년간 한은에 몸담은 그는 1950년 한은 설립 이후 최장기 근무자다. 2018년 역대 세 번째로 연임한 총재로 주목을 받았다. 직전 연임이 1974년이라 44년 만의 연임이었다. 재정경제부 장관이 맡던 금통위 의장직을 넘겨받아 한은 총재가 명실상부한 통화 당국의 수장이 된 1998년 이후로는 첫 연임이었다.
이 총재는 유연하게 경제 상황에 대응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의 재임 기간 중 기준금리가 가장 높았던 시기는 2.5%였던 2014년 4월 취임할 때였다. 이 총재와 금통위는 2015년 메르스 사태와 2016년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가결 사태 등의 충격이 있을 때 경기 반등을 위해 서서히 금리를 내렸다. 2015년 무렵 최경환 당시 경제부총리가 내수 부진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쓸 때 이 총재와 금통위는 적절히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가동하며 호흡을 맞췄다.
코로나 사태가 터지자 이 총재는 2020년 3월 16일 임시 금통위를 소집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내려 0.75%를 만드는 ‘빅 컷’을 단행하는 과감함을 보였다. 그해 5월 추가로 금리를 내려 0.5%로 만들었다. 그는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0%대로 만든 한은 총재로 기록됐다.
◇비교적 정부와 ‘거리 두기’에 성공한 총재
한은 안팎에서는 이 총재가 합리적이고 무난하게 중앙은행을 이끌어왔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다만, 일부에서는 한은이 나랏돈 퍼주기에 일조했다는 지적이 있다. 정부가 재정을 확대하면서 국채를 많이 찍어내고, 그에 따라 국채 금리가 오르자(국채 가격 하락) 한은은 시장 안정을 명분으로 국채를 대량으로 매입했다. 한은 보유 국채는 약 30조원으로 최근 2년 사이 두 배 가까이로 늘었다.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이 총재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유지했다. 그는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촉발한 ‘기축통화 논란’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이 나오자 “경제적 측면에서 설명하기에는 정치 이슈가 됐고,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즉답을 피했다.
차기 총재에 대한 질문에 대해 이 총재는 “작금의 경제 상황에 비춰 보면 총재는 공백 기간이 없는 게 낫고 있어도 최소화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차기 총재 지명이 대선 직후 이뤄질 예정인데, 청와대와 차기 대통령 당선자 측과의 이견 등으로 인해 총재 자리가 한동안 공석으로 남아 있는 건 적절하지 않다는 의미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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