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산층, 월급 절반은 아파트 대출로 빠져나간다
맞벌이 직장인 안모(36)씨 부부는 지난해 집값의 절반인 6억원을 빌려 서울 마포구에 전용면적 84㎡ 아파트를 장만했다. 부부의 월소득이 800만원 정도로 적지 않지만, 원금과 대출이자를 상환하는 데에만 매달 300만원이 넘게 든다. 안씨는 “작년만 해도 대출 이율이 2.2%였는데 지금은 3.65%로 올라서 생활비가 부족할 정도”라며 “내년에 대출 금리가 더 오를 것 같아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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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간 급등한 집값에 시중금리까지 오르면서 서울에서 내 집 마련하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중산층 가구가 대출로 어렵사리 집을 사도 소득의 절반 정도를 빚 갚는 데 쓴다는 통계가 나왔다.
24일 주택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서울 주택구입부담지수는 182로 조사가 시작된 2004년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지수는 중간소득 가구가 보통의 금리로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중간값의 주택을 살 때 대출 상환 부담을 나타내는 것이다. 소득의 25%를 대출 상환에 쓸 경우를 기준점인 100으로 표시하는데, 지수가 182라는 것은 매달 소득의 45.5%를 대출 원리금 상환에 써야 한다는 얘기다.
서울 주택구입부담지수는 3분기 기준으로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110.3에서 지난해 144.5까지 올랐다. 그러다가 올해 1분기 166.2로 역대 최고를 찍더니 2·3분기에 연속으로 최고치를 경신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주거비 부담이 커지면 가처분 소득이 줄어들 수밖에 없고, 이는 경제 전반의 위축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 들어 가계소득은 거의 늘지 않았지만,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로 시중금리가 빠르게 오르면서 대출을 일으켜 집을 구매한 사람의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무주택 수요자의 내 집 장만도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주택구입부담지수 계산 때 적용하는 가구별 중위소득은 올해 1분기 539만원에서 3분기 542만원으로 제자리걸음이다. 하지만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 금리(한국은행의 예금은행 신규 취급액 기준)는 2.73%에서 3.01%로 올랐다.
더 큰 문제는 대출로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중산층 가구가 살 수 있는 집 자체가 줄어드는 것이다. KB부동산이 조사한 올해 11월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10억8000만원으로 1년 전(9억3510만원)보다 1억5000만원 가까이 올랐다.
같은 기관에서 집계하는 서울 주택구입잠재력지수는 작년 4분기(7.3) 처음으로 한 자릿수를 기록하더니 올해 3분기 3.8까지 떨어졌다. 이 지수는 중위소득 가구가 자기 돈과 은행 대출을 더해 살 수 있는 집의 비율을 뜻한다. 3분기 지수가 3.8이라는 것은 서울에서 20년 만기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고, 자기 돈을 보태서 살 수 있는 집이 100채 중 4채가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KB부동산은 “중위소득 가구가 구입할 수 있는 서울 아파트 재고량이 작년 3분기 14만5000가구에서 올해 3분기는 5만4000가구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대출 원리금 상환 등 주거비 부담이 커지면서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진 것은 물론 중산층 가구의 삶의 질 하락이 우려된다”고 지적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에서 중산층이 자기 소득으로 감당하면서 살 수 있는 집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대출까지 막힌 상황”이라며 “무주택 서민들이 집값이 더 싼 외곽으로 이주하거나 전세에서 월세로 밀려나는 가구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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