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9일 오전, 추미애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서울 양천구 목동 서울남부준법지원센터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첫 출근을 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이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 당시 장관 인사청문회 준비단 대변인을 맡았다./고운호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정직 2개월’ 징계 의결 과정마다 논란의 중심에 섰던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이 “윤 총장은 사조직 두목에나 어울리는 사람, 이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검찰독재가 이뤄질 것”이라는 의견서를 전날 징계위에 제출한 것으로 16일 알려졌다. 징계위는 심 국장 증인심문을 당일 취소하면서 이런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받았는데, 윤 총장 측에 반론 기회를 주지 않고 심의를 종결했다.
이날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심 국장은 의견서에서 “윤 총장이 대권 후보로 얘기가 나오는 것 자체가 정치적 중립성을 해치는 것”이라면서 이같이 비판했다고 한다. 이 같은 의견서는 징계위와 윤 총장 측 변호인에게 제출했고, 징계 여부 및 수위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내용이 알려지자 검찰 안팎에서는 “심 국장이야말로 정치적으로 사안을 판단하는 것 아니냐”, “사실 관계를 밝혀야 하는 징계위에 자기주장만 늘어놓은 건 타당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왔다.
한편 정한중 징계위원장 대행은 심 국장 증인채택 철회 관련 이날 새벽 징계위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심 국장이 불출석해서 취소했다”고 밝혔다. 징계위가 열린 법무부 차관 회의실은 과천청사 1동 7층, 심 국장의 사무실은 같은 건물 6층이었는데 한층 아래에 있는 심 국장이 징계위에는 불출석하고 의견서만 내자 그대로 증인심문을 취소했다는 것이다.
◇”판사 문건은 특수통 검사들의 언론플레이 수단” 주장
또 심 국장은 의견서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 총장 징계청구 사유 핵심으로 꼽은 ‘판사 사찰 의혹’에 대해 “윤 총장은 재판 외적으로 압력을 넣고 의사를 관철시키는 문제점이 많은 인물”이라며 “(판사 문건을 통해) 윤 총장을 중심으로 한 특수통 검사들이 판사들의 개인정보를 수집해 언론플레이를 하려고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당일 다른 증인 5명에 대한 심문 중 이 의견서를 급하게 검토한 윤 총장 측은 심 국장에 대한 증인심문을 통해 이런 내용을 반박하려고 했으나, 징계위가 지난 10일 직권으로 증인 채택했던 심 국장을 돌연 증인 취소하면서 반박 기회가 사라졌다고 한다. 이후 윤 총장 측은 반박 서류를 제출하겠다고 징계위에 추가 시간을 요청했으나 징계위가 심의를 강행해 이뤄질 수 없었다.
◇'판사 문건' 제보자 의혹 규명 없이 의견서만 제출
검찰 안팎에서는 ‘판사 사찰 의혹’ 기획·공작 당사자라는 의혹이 제기된 심 국장의 주장을 징계위가 일방적으로 받아들인 것은 공정성에 크게 위배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심 국장은 지난 2월 대검 반부패부장 시절 판사 문건을 보고 받은 뒤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감찰부장은 이후 지난 11월 6일 이 문건을 법무부 감찰담당관실에 전달한 뒤 얼마 뒤 ‘수사참고자료’ 형태로 돌려받아 지난달 23일 윤 총장을 ‘성명불상자 직권남용 혐의’로 입건하고, 지난 25일 대검 수사정보담당관실을 압수수색했다.
전날 징계위 증인으로 출석한 한 감찰부장은 ‘문건 출처’와 관련한 질문에 “제보자 보호 때문에 답할 수 없다”고 답변을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징계위원들도 추가 질문을 이어가지 않고 “수사 중인 사안으로 알고 있다. 답하기 어려우면 답하지 않아도 된다”고 관련 쟁점을 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심 국장도 의견서에 판사 문건 전달 관련에 대해서는 포함하지 않았다고 한다.
◇'정운호 사건' 최유정 변호사 ‘적의처리’ 다시 회자
심 국장의 징계위 의견서가 논란을 빚으면서 검찰 내부에서는 과거 심 국장의 ‘적의 처리 의견’ 논란도 다시 회자되고 있다. 윤 총장의 정치 중립성 위반이나 재판 관여를 비난한 심 국장이야말로 과거 검찰 수사 및 재판 관련 청탁을 받은 의혹이 있다는 것이다.
상습 해외 도박 혐의로 1심 실형 선고를 받은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2심 변호를 맡았던 부장판사 출신 최유정 변호사는 지난 2016년 1월 항소심 재판부에 정 대표에 대한 보석을 청구했다. 그런데 검찰은 이틀 뒤 재판부에 ‘적의(適宜) 처리해달라’는 의견을 제출했다. 공식 표현은 아니지만 재판부가 알아서 판단해달라는 것으로 석방해도 무방하다는 뜻이다.
변호사법 위반으로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인 최유정 변호사/조선DB
그런데 당시 사건에 관여했던 검찰 관계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당시 검찰의 적의 의견 방침은 최 변호사가 보석을 청구하기도 전에 결론이 내려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 변호사가 보석 청구를 앞두고 1월 두 차례 서울중앙지검을 찾아가 정 대표 해외 도박 사건을 수사한 강력부장과 공판부장을 만났는데, 이 자리에서 “정 대표 보석에 반대하지 말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당시 강력부장이 심재철 국장이었고 최 변호사와는 사법연수원 27기 동기, 전북 전주가 고향이라 연수원 시절부터 친하게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강력부장이었던 심 국장은 이런 의혹에 대해서 “최 변호사가 찾아와 구형을 줄여 달라는 말을 하긴 했지만, 보석(적의 처리 의견)과는 관계없다”고 반박했었다.
이후 항소심 재판부가 보석도 기각하고 실형까지 선고하면서 정씨와 최 변호사 간 ‘수임료 반환 공방(攻防)으로 이어지면서 법조 비리 사건으로 불거졌다. 최 변호사가 2심 변호를 맡으면서 ‘검찰과 법원에 로비해 보석(保釋)으로 빼내주고 집행유예를 받게 해주겠다’는 명목으로 50억원을 받기로 한 사실도 뒤늦게 알려졌다. 이후 최 변호사는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돼 대법원에서 징역 5년 6개월이 확정됐다.
검찰 내부에서는 “요직이었던 중앙지검 강력부장을 맡았던 심 국장은 이 사건쯤 일선청 형사부장으로 발령났다”며 “징계는 없었지만 사실상 문책성 인사가 났던 것”이라는 말이 파다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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