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국外

미 “공산당원 이민 금지”, 30년 전 미국 온 천안문 시위자 귀화 반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중국 공산당에 대한 선전포고’라고 할 수 있는 지난 7월 닉슨도서관 연설 현장에 1989년 천안문 시위 주역인 왕단(王丹)을 초청했다. 중국 체제를 변화시키기 위해 중국 공산당과 중국 국민을 분리하고, 중국 반체제 인사들과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미국 정부가 2일 중국 공산당적을 가졌던 사람의 이민을 금지하는 규정을 공식화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이 정책 때문에 미국에 거주하던 천안문 시위 참가자가 피해를 보는 사례도 나왔다. 주인공은 미국에서 ‘공민역량’이라는 단체를 만든 양젠리(楊建利)다. 양씨는 1986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가 1989년 천안문 시위가 터지자 중국으로 귀국해 시위에 참가했다. 당국이 시위자 체포에 나서자 미국으로 망명했다. 1992년 미국 영주권을 취득했고 30년 가까이 국제 사회에 중국 인권 문제를 알려왔다.

 

양씨는 지난 4일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미국 국적을 취득하려고 했지만 미국 당국으로부터 거절당했다고 공개했다. 이민국 면접 과정에서 밝힌 ‘과거사’가 문제였다. 그는 이민국 면접관에게 “1986년 미국 학생 비자 신청 서류에 ‘중국 공산당원입니까’라는 항목이 있었는데 당시 거짓으로 ‘아니다’라고 답했다”고 밝혔다고 한다. 다만 양씨의 미국 국적 취득 신청이 반려된 것이 중국 공산당적을 가진 인사의 이민을 불허하는 새 규정 때문인지 아니면 과거 비자 신청 과정에서 허위 사실 때문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천안문 사태 당시 미국으로 망명해 중국 인권운동을 펼쳐온 양젠리./양젠리 트위터

양씨는 소셜미디어에 올린 A4 4장 분량의 글을 이 과정을 자세히 설명했다. 1983년 베이징사범대 수학과 석사 과정이던 그는 수천명의 다른 대학생들과 함께 중국 공산당에 가입했다. 개혁파로 분류되는 후야오방(胡耀邦) 전 중국 공산당 총서기가 젊은이들에게 “당에 들어와 당을 바꾸라”고 권할 때였다. 미국 유학이 결정되고 비자를 신청하면서 공산당원이라는 사실을 숨긴 것은 중국 당국이 사전 교육 때 “당원 신분을 밝힐 필요가 없다”고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당원이라는 사실을 밝히며 미국 비자가 나오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많았다”며 “(밝히지 않는 것은) 당시는 아주 일반적인 일이었다”고 했다.

 

양씨는 천안문 사태 직후 미국으로 망명했지만 30년 가까이 중국 국적을 유지해왔다. 유엔 인권이사회에 출석해 중국 인권 문제를 제기할 때도 “나는 중국 국민”이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중국 당국은 양씨의 여권 갱신을 거부했고, 양씨는 미국 영주권은 있지만 중국 여권과 미국 여권도 없는 상태가 됐다. 외국에서 활동하기 점점 불편해져 미국 국적을 신청했지만 당국으로부터 거절당한 것이다.

 

양씨는 “이번 일로 법치와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며 “귀화 거부도 이민 담당자가 법을 집행하는 것으로 미국 법치의 일부”라고 했다. 양씨는 미 국토안보부 등을 상대로 사유를 설명하고 필요한 경우 소송도 할 계획이라고 했다.

 

북미 지역에서 운영되는 중국어 매체인 세계신문망에 따르면 미국 이민국은 지난해부터 미국에 입국하려던 중국 공산당원 여러 명을 중국으로 송환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