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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外

실리콘밸리는 코로나 끝나도 재택근무, 미친 집값 누르다

입력 2020.07.10 03:01

6월 샌프란시스코 월세 1년새 11.8% 사상최대폭 하락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남쪽에 사는 사친 다르(Sachin Dhar·25)와 그의 약혼녀는 최근 이사를 계획 중이다. 그는 실리콘밸리 페이스북으로 출퇴근하는 약혼녀를 위해 한 달 월세가 2650달러(약 317만원)인 방 한 개짜리 좁은 집에서 살았다. 하지만 페이스북이 재택·원격 근무를 발표하면서 굳이 비싼 집에서 살 필요가 없어졌다. 그는 미 주간지인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에 "다른 지역에서 (원격으로) 일할 수 있다면, 지금처럼 비싼 돈을 내며 이곳에 사는 건 말이 안 된다"며 "렌트비를 아낄 수 있는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것을 고려 중"이라고 했다.

코로나 사태로 미국 실리콘밸리의 트위터·페이스북·구글 등 '테크 공룡'이 장기간 재택·원격 근무에 들어가자 세계 최고 수준을 보이던 실리콘밸리 렌트비(월세)가 유례없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는 지난 2일(현지 시각) 부동산 정보 사이트 '줌퍼(Zumper)'를 인용해, 6월 샌프란시스코의 방 한 개짜리 아파트 월세가 1년 전보다 11.8% 하락했다고 보도했다. 2개월 연속 하락세이자 월간 하락 폭으로 사상 최대다. 줌퍼는 "그동안 오르기만 한 샌프란시스코 월세의 최근 하락세는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했다. 그동안 실리콘밸리 집값은 테크공룡 성장과 함께 급등했다. 하지만 원격근무 확산으로 '지리적 자유'를 얻은 직원들의 실리콘밸리 탈출이 이어지면서 정반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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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공룡 몰린 지역 렌트비 폭락

실리콘밸리엔 'IT 공룡' 본사가 몰려 있다. 샌프란시스코엔 트위터, 마운틴뷰엔 구글, 멘로파크엔 페이스북, 새너제이 인근 쿠퍼티노엔 애플 본사가 있다. 이 지역의 집값과 렌트비는 미국 최고 수준이다.

줌퍼에 따르면 올 6월 샌프란시스코 방 한 개짜리 월세 평균 가격은 3280달러(392만원)로, 1년 전(3720달러)보다 400달러 이상 하락했다. 여전히 미국 아파트 평균 월세 중간값(147만원)의 2.7배에 달하는 고가지만, 두 자릿수 하락한 것은 이례적이다. 구글 본사가 있는 마운틴뷰 지역 월세 가격(방 한 개 기준)도 1년 전보다 15.1% 하락했다. 멘로파크(-13.5%), 새너제이(-8%), 팰로앨토(-11.1%) 지역도 줄줄이 떨어졌다. 반면 실리콘밸리 외곽은 가격이 올랐다. 구글 본사까지 차로 45분이 걸리는 오클랜드의 6월 월세는 1년 전보다 4.5% 올랐다. 더 먼 새크라멘토 지역은 7.9% 상승했다.

◇"28%는 외곽으로 이사 의향"

실리콘밸리 월세 하락은 IT 기업들의 재택·원격 근무 선언 때문이다. 잭 도시 트위터 CEO는 지난 5월 "코로나가 끝나더라도 원하는 직원은 앞으로 계속 원격근무를 할 수 있다"고 선언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도 "앞으로 5~10년에 걸쳐 페이스북 직원 중 절반이 영원히 원격근무를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굳이 출퇴근을 할 필요가 없어지자 IT 기업 직원들은 집값이 비싼 회사 근처에서 도심 외곽으로 이동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샌프란시스코 베이에 사는 사람 중 28%가 (집값이 비싼) 중심부를 벗어나 다른 곳에 살 의향이 있다"고 보도했다.

재택근무 확산은 화려하고 큰 사옥도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다. 구글은 사무 공간 확대를 위해 본사 인근 부동산을 매입하고 있었는데, 코로나 사태 이후 모두 중단했다.

◇한국엔 아직 별 영향 없어

실리콘밸리 집값 하락 현상이 단기간 우리나라에서 벌어질 것 같지는 않다. 우리나라에서는 에어비앤비 등 일부 외국계 기업을 제외하면 실리콘밸리 기업처럼 완전한 재택·원격 근무를 선언한 대기업이 없을뿐더러 부동산 문화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국내 IT 기업 중엔 네이버가 일주일 중 이틀만 회사에 나오고, 나머지는 원격근무하고 있다. 삼성·LG·현대차 등 대기업 직원 대부분은 여전히 회사로 출퇴근한다. 롯데가 일주일에 하루 정도 재택근무를 추진하고 있고, SK가 유연 근무제 확대를 추진하는 정도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한국에서는 도심 집중화, 아파트 선호화가 더

 

 빠르고 강하게 진행되고 있어 실리콘밸리와 같은 현상이 나타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 외국계 공유경제 기업의 한국지사장은 "중요한 것은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원격으로도 실제 업무가 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은 점"이라며 "코로나 사태 이후 원격·재택근무는 더욱 확산하고 이로 인한 파급 효과도 부동산을 포함해 전방위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7/09/202007090423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