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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93%, -56%… 국가대표 기업들 3분기 처참한 실적


입력 2019.10.25 03:14

[오늘의 세상]
반도체·철강·화학·조선·항공 등 모든 업종 영업이익 줄줄이 추락
하이닉스 13분기만에 최저치
현대차 영업이익률 1%대 그쳐

'-93%, -56%'.

국내 대표 기업인 SK하이닉스, 삼성전자(잠정실적)의 3분기 영업이익 성적표다. 지난해 같은 기간 번 이익보다 각각 93%, 56% 급감했다. 반도체 업체만의 일이 아니다. 포스코(-32%), 삼성물산(-21%), LG상사(-37.9%), 에쓰오일(-26.9%) 등 국내 산업계 전반에서 대표 기업들의 실적이 줄줄이 꺾였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 기업 188개사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전년 동기 대비 35%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죽 쑤는 국가 대표 기업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는 "수출은 10개월 연속 감소했고, 국내 총소득은 3분기 연속 전 분기 대비 줄어들고 있다"며 "수출과 내수가 모두 얼어붙은 빙하기에 돌입했는데 더 큰 문제는 언제 녹을지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IT·자동차·유통 등 모든 산업 부문에서 사업 성격 자체가 바뀌는 패러다임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며 "생존을 위한 변신에 온 힘을 쏟아도 부족할 판에 우리 기업은 통상, 규제 강화 등 국내외 다양한 외부 변수를 신경 써야 하기 때문에 실적은 더 나빠지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가 대표 기업들, 줄줄이 실적 악화

SK하이닉스는 24일 "올 3분기 영업이익이 작년 3분기(6조4724억원)보다 93% 감소한 4726억원"이라고 밝혔다. 1년 새 영업이익이 이처럼 크게 줄어든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13분기 만의 최저치다. 이미 감산에 들어간 SK하이닉스는 이날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내년 반도체 생산량은 올해보다 감소하고, 투자 금액도 상당 수준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8일 잠정 실적을 내놓은 삼성전자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6.2% 감소한 7조7000억원이었다. 주력인 반도체가 부진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월 말 기준 PC용 D램 반도체(DDR4 8기가비트) 고정거래가격은 2.94달러다. 1년 전보다 64%나 폭락한 가격이다.

세계 1위인 한국 디스플레이 업계도 대규모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올 3분기 영업손실이 4367억원으로 창사 이후 역대 둘째 규모의 분기 손실을 기록했다. 중국 업체들의 물량 공세에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가격이 지속 하락했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다간 LG디스플레이의 올해 총 누적 손실액은 역대 최고였던 2006년(-9452억원)의 1.5배가 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중후장대부터 소비재까지… 모든 산업 부문 흔들

같은 날 3분기 실적을 발표한 포스코는 가까스로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뒀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30% 넘게 떨어졌다. 업계에서는 철강석 등 원료 가격은 올랐는데, 철강 제품을 사용하는 자동차·조선·건설 등 수요 산업의 경기가 좋지 않아 제품 가격을 올리지 못한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포스코는 "4분기 실적은 더 좋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는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올랐지만 이는 전년 동기 실적이 워낙 안 좋았던 탓의 기저효과 때문이다. 이는 3분기 영업이익률이 은행 예금이자 수준인 1.4%에 불과한 것에서 방증된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의 영업이익률은 7~10% 수준이고, 신차 개발에 대규모 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5% 수준은 나와야 한다"며 "제품을 팔아서 이자도 못 갚는 1%대 영업이익으로 그동안 약속한 대규모 투자를 제대로 집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현대차의 실적 악화는 수백개 부품업체의 영업이익 동반 하락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반짝 반등을 보이던 조선 업종도 3분기 상황이 암울하다. 대우조선해양은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 -55%, 현대중공업은 -40%를 거둘 것으로 증권업계는 예상했다. 일본 여행객이 줄어들고 국제 유가까지 상승하면서 2분기 실적 악화를 기록한 항공업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영업이익 예상치만 놓고 보면 대한항공(-46%)과 같은 대형항공사뿐 아니라 제주항공(-90%) 등 저비용항공사 실적도 빠르게 추락하고 있다. 일반 유통업도 마찬가지다. 지난 2분기 사상 첫 영업적자를 기록한 이마트는 3분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영업이익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는 "미·중 무역전쟁과 한·일 갈등 등으로 외부 환경이 안 좋아졌고, 최저임금·주 52시간제 등 정부의 과격한 정책으로 기업들이 위기 대응을 할 여력이 줄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