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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반도체·석유제품 빼면 상반기수출 `제자리`

상반기 최대 실적 냈지만 반도체 제외땐 증가율 0.1%…선박·자동차는 수출 급감
美통상압박·신흥국 불안 등 하반기 수출둔화 우려 커져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수출이 512억3000만달러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0.1% 감소했다고 1일 밝혔다.

올해 수출은 1월 22.3% 증가로 산뜻하게 출발했지만 2월 3.3%, 3월 6.0%로 증가폭이 크게 줄었고, 4월에는 18개월 만에 마이너스(-1.5%) 성장을 기록했다.

5월 13.2%로 반짝 두 자릿수 반등을 보였지만 6월에는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원희 산업부 수출입과장은 "작년 6월보다 조업일수가 1.5일 줄었고, 작년 6월 역대 최대 규모 선박 수출(73억7000만달러)이 있었던 기저효과 탓에 지난달 수출이 소폭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기저효과를 고려하더라도 불안 요인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올해 들어 수출 증가세가 한국 기업의 경쟁력 향상보다는 세계 경기 회복, 반도체 경기 호황, 국제유가 상승 등 외부 요인에 기인한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미 경고등이 들어오고 있다. 최근 산업연구원은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글로벌 경쟁 심화로 올해 수출 증가율이 작년 15.6%보다 급감한 6.0%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지난해는 상반기와 하반기가 고른 증가세를 보인 반면 올해 하반기는 상반기보다 크게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연구원은 "수출을 견인하고 있는 반도체 수출 증가율이 상반기 42.5%에서 하반기 15.9%로 크게 둔화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정보기술(IT) 경기 호황에 따른 반도체·컴퓨터와 국제유가 상승 덕을 보고 있는 석유화학·석유제품을 제외하면 수출을 견인할 동력을 찾기 힘들다. 올해 상반기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6.6% 증가한 2975억2000만달러로, 역대 최대 반기 실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반도체를 제외하면 2362억5000만달러로, 작년 상반기(2362억2000만달러)보다 불과 0.1% 증가에 그친다. 올해 상반기 13대 주력 품목 중 반도체(42.9%) 컴퓨터(38.6%) 석유제품(33.7%) 석유화학(13.2%) 일반기계(9.6%) 섬유(5.5%) 등 6개 품목만 증가세를 보였고, 철강(-0.3%) 자동차부품(-2.5%) 자동차(-5.6%) 디스플레이(-15.7%) 가전(-18.2%) 무선통신기기(-17.8%) 선박(-55.0%) 등 7개 품목은 감소세를 나타냈다.

이런 가운데 미국발(發) 통상 압력, 미·중, 미·유럽연합(EU) 간 통상전쟁에 따른 보호무역주의 확산, 미국의 금리 인상 가속에 따른 신흥국 경기 불안 등 수출 감소 요인이 하반기에도 이어지는 것이 최대 변수다. 정부도 하반기 수출을 낙관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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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반짝 반등했던 수출이 6월 다시 주춤한 모습을 보이면서 하반기 수출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월별 등락에도 불구하고 올해 수출 증가세가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지나친 반도체 편중과 자동차, 철강, 선박을 비롯한 주력 품목 부진 등 수출구조 취약성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한편 통계청은 지난달 19일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한국개발연구원(KDI)과 민간 연구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경기 정점을 논의하는 회의를 열었다. 이에 따라 정부가 경기 둔화 국면을 공식화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통계청은 각종 지표와 전문가 의견을 토대로 `경기 순환기 기준 순환일`을 설정한다. 언제가 경기 저점이고, 고점인지를 판정해 주는 것이다.

현재 한국 경제는 2013년 3월을 저점으로 시작한 `제11순환기`에 속해 있다. 회의에 참석한 한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회의는 11순환기의 고점을 설정하기 위한 자리였으나 아직 고점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지난달 29일 발표된 통계청의 `5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경기 국면을 예고해 주는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4개월 연속 내리막길을 걸었다. 통계청은 6개월 연속 하락하면 경기 하락 국면으로 판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