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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직업

취사병 형과 주유소 알바 동생, 연매출 1300억 피자회사를 굽다

입력 2018.06.30 03:02

흙수저 형제의 피자알볼로 창업기

서울 양천구 ‘피자 알볼로’ 본점에서 브랜드 로고인 비행기를 든 형 이재욱(왼쪽) 대표와 인기 메뉴 ‘꿈을 피자’를 든 동생 이재원 부사장
충남 홍성 출신인 두 살 터울의 형제는 외모만큼 성격도 달랐지만 100년 가는 ‘맛있는 피자집’을 만들자는 꿈은 같았다. 서울 양천구 ‘피자 알볼로’ 본점에서 브랜드 로고인 비행기를 든 형 이재욱(왼쪽) 대표와 인기 메뉴 ‘꿈을 피자’를 든 동생 이재원 부사장./이진한 기자
형은 취사병이었다. 용돈을 벌려고 한 외식업 아르바이트가 경험이 됐다. 근무지는 간부 식당. 돼지고기, 감자 넣고 뚝딱 끓여낸 찌개를 다들 맛있다고 칭찬했다. '이게 요리하는 재미일까.' 전역하고 조리학과로 편입했고 졸업 후 레스토랑·식품 회사에서 일했다.

동생은 주유소에서 근무했다. 대학을 진학하긴 했지만 거의 가지 않았다. 어느 날 동료가 말했다. "피자를 만들면 큰돈을 벌 수 있다"고. 프랜차이즈 피자집에 취직해 도우(빵) 돌리는 것부터 배웠다. 잘한다고 인정받아 TV광고에도 출연했다. 그러나 동료들의 시기·질투로 회사를 그만둬야 했다.

2005년 7월 어느 날, 형이 동생을 불러 말했다. "피자집을 열어보자." 동생이 "알겠다"고 하자마자 형은 다음날 사업자 등록을 하고 서울 목동에 6평짜리 가게를 얻었다.

가게 이름은 '피자 알볼로'. 지금은 본사 매출 362억원, 가맹점 총매출 1300억원, 매장 수 280여 개(2017년 기준)로 성장한 어엿한 외식 기업이다. 충남 홍성 출신인 형제는 어떻게 이런 기업을 만들었을까. 서울 양천구 본사에서 형 이재욱(41) 대표, 동생 이재원(39) 부사장을 만났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하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요.

형: "제가 일하던 식품회사가 피자 체인에 재료를 공급하는 곳이었어요. 그 회사들을 보며 '저렇게 만들어도 장사가 되는데, 내가 하면 더 잘할 수 있겠다' 싶었죠."

동생: "전 당시 잃을 게 없었어요. '난 네가 만든 피자가 제일 맛있어'라는 형의 말에 흔들리기도 했고요."

―창업 자금은 어떻게 마련했나요?

형: "아버지가 주신 전세 자금 2500만원으로 시작했어요. 당시 저희가 물 새는 지하 1층에 살고 있었는데, 그 모습을 보시곤 좀 더 좋은 집 구하라고 주신 돈이었죠. 아버지에겐 전 재산이나 마찬가지였어요. 직장 그만두고 소일거리로 한 푼씩 모은 돈이었거든요."

동생: "아버지 생각하면 절대 창업해서는 안 됐죠. 장사하면 망하는 줄 아는 분이셨으니."

―피자집 차려보니 어떻던가요?

형: "너무 힘들었죠. 하루에 한두 판 팔 때가 많았어요."

동생: "그래도 한 번 드신 다음엔 일주일에 3~4번씩 오시는 분들도 계셨어요. 한 부동산 아주머니는 두 달 동안 65번 드셨어요. 힘들었지만, 희망은 있었죠."

―자금이 부족하진 않았나요?

형: "저희가 계약한 곳이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30만원이었어요. 재료도 직접 만들어서 썼으니 돈이 들어올 데는 없어도 나가진 않았죠."

동생: "형이랑 저랑 한 달에 1만원을 안 썼어요. 둘 다 어릴 때부터 안 쓰고 사는 건 이골이 난 사람들이라. 아침 8시에 나와서 자정에 들어가니 돈 쓸 곳도 없고."

문을 연 지 3개월 후 형은 전단을 붙이러 인근 아파트 단지에 갔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한 중년 여성이 장을 본 짐을 들고 왔다. 무거워 보여 집까지 들어 드렸더니 "뭐 하는 청년이냐?"고 물었다. "피자집 합니다"라고 답하니, "전단이나 여러 장 줘 봐" 하셨다. 알고 보니 그 여성은 아파트 부녀회장. '착한 청년'으로 소문나며 배달이 늘었고, 뒤에는 '목동 맛집'이 됐다.

―부녀 회장님을 만나 도와드린 게 신의 한 수였네요.

형: "제가 짠해 보이셨나 봐요. 낯을 가려서 전단 붙이는 것도 어려워했거든요. 괜히 좋은 아파트 가면 위축되고."

동생: "단지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장이 섰는데 저희가 매주 나가서 시식회를 했어요. 어머니들이 '젊은 친구들이 열심히 한다'며 많이 도와주셨어요."

―부끄럽고 힘들 때 마인드 컨트롤은 어떻게 했나요?

형: "계속하다 보니 늘더라고요."

동생: "절실하니깐."

피자 알볼로는 업계 고정관념을 깨는 프랜차이즈로 불린다. 음식에는 잘 쓰지 않는 '하늘색'을 쓰고, 메뉴 이름도 '꿈을 피자' '어깨 피자' 등 특이하다. 이런 독특함 때문인지 지난해 6월엔 중국 외식업체 란유그룹과 상하이(上海)에 1호점을 내기도 했다.

―피자 알볼로라는 이름은 누구 아이디어인가요.

형: "제가 사업자 등록할 때 지었어요. 하늘색을 좋아해서 이 색과 어울리는 말을 찾다 보니 이탈리아어로 비행·비상이라는 뜻인 '알볼로(Alvolo)'로 골랐죠."

동생: "처음엔 이름 잘못 지었다고 욕 엄청 먹었어요. 발음도 어렵고, 하늘색도 말도 안 되는 색이라고. 식욕을 죽이는 색이거든요."

―차별화에는 성공했네요.

형: "최근에 직원을 채용할 때도 업계를 모르는 젊은 친구들 위주로 뽑아요. 좀 안다는 사람들은 자꾸만 정답을 찾으려고 하더라고요."

―중국 진출은 어떻게 하게 됐나요.

형: "그분들이 제주도 놀러 오셨다가 저희 매장에서 피자를 먹고는 반하셨대요."

―형제가 공동 창업하면 어떤가요.

형: "엄청 싸우죠. 똑같이 태어나도 생각이 다르고 습관이 다르니. 싸우는 게 나쁜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잘되기 위해 싸우는 거니깐. 거기서 타협점을 찾는 게 독단적으로 결정하는 것보다 좋다고 생각해요."

동생: "저는 부정적이고 형은 긍정적이에요. 다만 '맛있다'는 것에 대한 기준은 같아요. 형은 사업하는 사람이고, 전 피자를 만드는 사람이니 맞춰갈 수 있어요."

―어릴 적부터 피자를 좋아했나요?

형: "처음 먹은 게 23세였나? 시골에 피자가 어딨어요."

동생: "피자 회사에서 일하면서 처음 먹었는데 짜고 별로더라고요. 계속 먹다 보니 맛있어졌지만."

―앞으로의 꿈은 무엇인가요.

형: "아버지가 2년 전에 위암으로 돌아가셨어요. 편하게 사실 수 있으실 때 가셨죠. 눈 감으실 때 그러셨어요. '형제끼리 우애 잊지 마라'고. 저희가 이렇게 지내는 게 보기 좋으셨나 봐요. 100년이 지나도 남을 수 있는 피자회사를 만드는 것이 꿈이에요."

동생 : "저희가 이렇게 사는 건 로또 1등 당첨과도 같아요. 처음엔 생존이 목표였지만, 앞으로는 가치를 위해 살고 싶어요."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6/29/201806290181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