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경영학과 입학 아들, 엄마-딸, 일가족 자살...아빠는 왜 사라졌었나

집안의 자랑이었던 아들. 서울대 경영학과에 입학한 20살 아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나흘 뒤 그의 엄마와 여동생도 뒤를 따랐다. 가장인 아버지 A씨는 사건 내내 행방이 묘연했다가 나타났다. 그는 정신적 충격으로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다. 이 가족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16일 영등포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9일 오전 10시45분 서울 영등포구의 한 아파트 옥상에서 20대 대학생인 A씨의 아들이 옥상에서 뛰어내려 숨졌다. 13일 오후 2시10분쯤에는 그의 어머니와 여동생도 똑같이 숨졌다. 이들은 모두 아무런 유서를 남기지 않았다고 한다.

사고 당시 A씨는 연락 두절 상태였다. 경찰은 A씨의 휴대전화 신호가 지난 13일 서울 용산구에서 마지막으로 확인된 사실을 파악하고 그의 행방을 수소문해왔다. 그러던 중 15일 새벽 A씨가 집으로 돌아왔다. 오전 1시56분쯤 귀가하던 그는 경찰에 발견됐다. 가족들의 소식을 들은 그는 정신적 충격으로 현재 병원에 입원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가족들의 죽음에 타살 흔적은 현재로선 없다”면서 “A씨가 진술을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다만 A씨와 유족들은 “아들이 왜 죽었는지 모르겠다. 특별한 계기가 없다
고 진술했다고 한다.

실제로 A씨의 아들은 올해 초 대학에 입학하면서 엄마의 주변의 큰 기대를 모았다. 신입생 환영회에서도 친구들과 적극적으로 어울렸다고 한다. 그의 죽음 이후 어머니는 주변에 ‘아들을 뒤따라가겠다’는 등 괴로운 심경을 토로한 것으로 확인됐다. 유족들도 “아들 뒷바라지에 전력을 다하는 어머니였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여동생 역시 오빠와 사이가 돈독했던 것으로 주변사람들은 기억했다.

경찰은 다만 A씨가 가족 내에서 목소리를 높이면서 불화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증언도 일부 확보했다. 이웃 주민들은 “A씨가 크게 소리를 지르거나 싸우는 소리가 자주 들렸다”고 말했다. 아들의 한 대학 친구는 “신입생 행사에서 술을 먹고 늦게 들어가 아버지가 크게 뭐라고 혼내서 다툰 적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일가족의 극단적 선택과 아버지의 연락두절을 아직까지 어떤 연관이 있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 “A씨가 건강을 회복하는 대로 이야기를 들어보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