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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증시 현황

외국인 IT株 대량 팔아, 코스피 한달반새 최대 낙폭

코스피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코스피 상승을 견인했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IT 기업의 실적 발표 이후 이들 종목을 중심으로 차익 실현에 나섰기 때문이다. IT 대형주의 사상 최대 실적은 반도체 부문의 이익 개선 영향이 큰데, 이르면 연말부터 반도체 공급과잉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양새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이날 전일 대비 42.25포인트(1.7%) 하락한 2400.99로 거래를 마감하면서 지난 13일 사상 처음 돌파한 2400선을 간신히 지켰다. 코스피가 1% 넘게 떨어진 것은 지난달 12일 이후 한 달 보름 만이다. 개인과 기관투자가들은 각각 810억원어치와 4616억원어치를 순매수했지만 외국인이 5633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이날 외국인 순매도는 2015년 8월 24일(7291억원어치 순매도) 이후 거의 2년 만에 최대 규모다. 외국인은 최근 5거래일 연속 합계 1조6361억원의 매도 공세를 펼치면서 지수 하락을 이끌고 있다. 코스닥지수도 전일 대비 13.53포인트(2.0%)내린 652.95에 거래를 마감했다.

특히 시가총액 상위 1·2위 종목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날 각각 4.1%와 5.5% 동반 급락하면서 시장에 큰 충격을 안겼다. 이날 하루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14조7077억원(우선주 포함), SK하이닉스 시총은 2조7663억원 줄면서 하루 만에 두 종목 시총이 합계 17조원 넘게 증발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외국인이 지난 14일부터 이날까지 11거래일 연속 매도를 이어갔다. 같은 기간 누적 순매도액이 1조1300억원에 달한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전날 미국 기술주의 하락 영향으로 국내 주식시장에서도 올해 상승폭이 컸던 IT 대표 종목을 중심으로 외국인 매물이 나오고 있다"면서 "국내 주식시장은 당분간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변동성이 커질 수 있으나 기업 이익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어 이런 추세가 계속될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반도체 업황 호황에 최근 나란히 사상 최대 규모의 2분기 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 조정은 역설적이게도 반도체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비메모리만 주력해왔던 미국 인텔이 올 들어 메모리 반도체에 진출해 실적을 내기 시작했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중국 업체들이 생산한 메모리 반도체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장에 공급되면서 반도체 가격 상승세가 꺾일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장열 골든브릿지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공급 증가 요인이 조금만 뚜렷해져도 방향성이 바뀔 가능성에 투자자들이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IT산업을 선도하고 있는 미국 'FAANG(페이스북·아마존·애플·넷플릭스·구글)' 기업들의 올해 상반기 설비투자(Capex) 증가율이 감소한 것도 국내 IT 하드웨어주 투자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FAANG의 설비투자 감소가 국내 반도체 업종에도 단기 조정의 빌미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반도체 수요 확대가 공급량 증가를 크게 앞서고 있기 때문에 공급과잉에 대한 시장의 우려는 기우라는 엇갈린 의견도 있다. 6개월 사이 20~30% 이상 차익을 남긴 투자자들이 팔고 나간 뒤 단기 조정을 거쳐 새로운 투자금이 유입되면 추가 상승이 가능할 것이란 견해다.

정창원 노무라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의 D램 반도체 영업이익률이 60%, 낸드플래시는 40%까지 나오면서 이렇게 높은 영업이익률이 얼마나 더 갈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시장에 확산되고 있지만, 현재 반도체 업황은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공급 증가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같이 올라가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노무라는 삼성전자의 목표 주가를 330만원, SK하이닉스는 10만원으로 잡고 있다. 현재 주가 대비 각각 35%, 50% 더 오를 수 있다는 예측이다.

[한예경 기자 / 최재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