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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김동진 작곡가 - 경복궁역앞 가고파 순대 국밥집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란 이들에 있어 골목길은 일종의 향수이다.

골목은 큰길과는 별도로 동네나 마을 사이로 이리저리 나 있는 좁은 길을 말하는데

인구밀도 높은 서울은 집집마다 담하나 사이에 붙어 있을 정도의 마을이 형성되면서

골목이 발달되어 왔다.

가장 오래 되었다는 서울의 골목길은 광화문 좌측의 종로구 체부동이라고 한다.

이 체부동 골목 전통시장에 40년을 한결같이 성업중인 국밥집 '가고파집'이 있는데

2009년 97세의 일기로 작고한 '가고파'의 작곡가 김동진 선생이 생전에 애용했던

대포집이기도 하다.

본디 이름이 없던 가게, 고사지낼 때 필요한 돼지머리 등을 삶아 팔던

이 식당의 명칭 '가고파'도 김동진 선생과의 인연으로 지어진 이름이다.

김동진 선생은 작고할 때까지 이 집에서 자주 지인들을 만났으며 인생 이야기,

음악 이야기 등의 대화와 더불어 돼지머릿고기, 순대에 술 한잔 하곤 했다.

경복궁역 1~2번 출구와 맞닿은 체부동 재래시장 안에 위치한 이집은

본디 상호가 따로 없이 시장 안에서 고사머리 집으로 통했다.
줄곧 같은 자리에서 40년동안 장사를 한 이집은 김동진 선생이 지인들에게

가고파집으로 호칭하기 시작한 것이 인연이 되어 지금은 아에 가고파집이란

상호를 쓰고 있다.

이 집의 주메뉴는 돼지머리국밥, 소머리국밥, 돼지족발, 순대 등이 있는데

돼지머리국밥이 일품이다. 돼지머리를 몇 개씩 삶아낸 진국물에 돼지머리고기를

숭숭 썰어 넉넉하게 한줌 넣어주는 국밥이 가히 일품으로 손색이 없다.

이 돼지국(순대국)밥을 주문하면 순대도 몇개 들어가는데 순대는 빼고 먹는 것이

좋은 이유는 직접 빚지 않는 소위 떡볶이집 순대이기 때문.

돼지사골이나 등뼈와 순수한 돼지머리 삶은 국물이 아무 냄새가 없고 먹을수록

달착지근, 구수한 맛이 좋다. 중년과 노년층 서울 토박이 인사들이 즐겨 찾는 이곳은

가격 또한 착하다.

구청에서 아예 '(가격이) 착한 가게'라고 명명된 기념패를 달아 주었다.

국밥이 큰 그릇은 5,000원, 알맞은 그릇은 4,000원이며 머릿고기 등 웬만한

술안주는 한 접시에 10,000~12,000원 수준이니 착하지 아니한가.

김동진선생이 단골로 찾으며 남겨놓은 자필사인을 이남철 성악가 등의 지인들

사인과 함께 액자에 넣어 벽에 전시해 놓았는데 선생의 체취가 느껴지는듯 하다.

엊그제 입추 지나 무더운 여름이 끝나고 선선한 가을이 시작되고 있다.

올겨울이 시작되기전, 체부동 골목 전통시장의 가고파집을 찾아

김동진 선생의 생전 흔적도 느껴보는 것도 삶의 쉼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