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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ECB 돈 확 풀어도 '불안'… 하루 뒤에야 유럽증시 상승

입력 : 2016.03.12 03:05

제로 금리·양적완화 단행, 드라기 총재 "금리인하 이제 끝"
분석 엇갈리며 증시 널뛰기

ECB 기준 금리와 예금 금리 추이 그래프

유럽중앙은행(ECB)이 최종 수단으로 내놓은 사상 첫 '제로(0)금리' 시도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추가적인 경기 부양책이 없을 것이라는 불안함과 이번 조치가 상당한 효과를 낼 것이라는 기대감이 교차하는 모습이다.

ECB는 지난 10일(현지 시각) 독일 프랑크푸르트 본부에서 열린 정례 통화정책회의에서 0.05%인 기준금리를 0.00%로 낮췄고,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은행들이 ECB에 돈을 예치할 때 적용하는 예금금리도 -0.3%에서 -0.4%로 0.1%포인트 더 낮추기로 결정했다.

또 채권 매입을 통한 양적 완화 규모를 현재 월 600억유로(약 80조원) 규모에서 월 800억유로(약 106조900억원)로 늘리는 한편, 매입 대상 채권을 국채뿐만 아니라 비금융 회사채까지 확대하는 광범한 경기 부양 패키지를 내놨다. ECB가 시중은행의 대출을 독려하는 4년 만기 저금리 장기대출 프로그램(TLTRO)도 6월부터 재가동한다.

이날 ECB의 발표는 시장의 예상보다 강도가 높았지만, 시장은 환호하기는커녕 차갑게 반응했다. 영국(-1.78%), 프랑스(-1.7%), 독일(-2.31%) 등 주요국 증시가 모두 큰 폭으로 내렸다. 개장 초반에는 주가가 2~3%씩 급등하다 마리오 드라기 총재의 기자회견에서 "이번 조치들이 경제 성장과 물가 상승에 도움 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에, 추가 금리 인하는 필요할 걸로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그간 돈을 풀어 경기 부양을 꾀하는 비둘기파적 '립서비스'를 통해 투자자들을 달랬던 드라기 총재가 돌연 '이게 끝'이라고 선언하고 나서자, 이날 장중 1유로당 1.082달러까지 떨어졌던 유로화 환율은 이 발언을 기점으로 급등(유로화 가치 상승)해 1.120달러까지 3.5% 수직 상승했다.

유럽 주요 증시 등은 그러나 하루 만에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은행들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마이너스 금리를 확대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은 것이 도이체방크 등 주요 은행주에 호재로 작용하면서 금융주가 5~6%대 급등해 독일·프랑스 등 주요국 주가가 장중 2~3%가량 올랐다. 서부텍사스원유(WTI) 등 원자재 가격이 이날 장중 상승한 것도 투자심리 호전에 도움이 됐다.

블룸버그통신은 은행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전날 (드라기 총재 발언에 대한) 시장 반응은 과도했다. 새 부양책은 기대 이상이었으며, 더 많은 돈이 흘러들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