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12.15 14:13 | 수정 : 2015.12.15 23:21
올해 연말 기업들이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갓 입사한 20대 직원들까지 퇴직 대상이 되고 있다. ‘희망’이란 이름의 퇴직이라고 기업들은 강변하지만, 사실상 젊은이들을 절망으로 내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 ▲ 두산그룹 채용 홈페이지 캡쳐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 8일 사무직 직원 3000명 전원을 대상으로 ‘희망 퇴직’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오는 18일까지 퇴직 신청을 받는다.
지난 2월, 9월, 11월에 이어 올 해 네 번째 퇴직 프로그램이다. 이미 600여명이 회사를 떠났다.
이번 퇴직 신청은 작년 입사한 신입 사원을 포함, 사원·대리급 직원들도 대상이다. 작년 입사한 직원들은 그룹 공채로 입사, 두산인프라코어에 배치됐다. 회사에는 “23살 여직원도 퇴직 압력을 받고 있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
지난 12월 1일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 장남 박서원(36) 오리콤 부사장을 두산 면세점 최고전략책임자(CSO·전무)로 임명한 것과 대비된다. 박 전무는 뉴욕 스쿨오브비주얼아트(SVA)에 다니던 2006년 광고 회사 빅앤트를 설립했다. 빅앤트는 2014년 두산그룹 계열사로 편입됐고, 박 전무는 이후 두산그룹 계열사인 오리콤에서 크리에이티브 총괄 부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직원들은 SNS 등 각종 게시판에 “29살에 명퇴(명예퇴직) 당하는 경험을 다 해본다”, “제조업 건설업 기반인 회사에서 광고와 홍보에만 신경을 쓴다”며 하소연 하고 있다.
“야구선수에겐 4년에 100억원을 보장하면서 두산맨이 되려고 들어온 1~2년차 직원들은 갖은 협박과 회유로 푼 돈 쥐어주면서 추운 날 쫒아내고…” 울분을 토하는 직원도 있다.
두산그룹 계열사 임원들도 “예상보다 구조조정 강도가 세다. 이러다가 그룹 조직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신입사원들까지 내보내야 하나”라며 우려하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중국 경기 침체 등으로 중국 사업에서 거액의 손실을 입고 있다. 올해 3분기 누적 2465억원의 당기 순손실을 기록했다. 2년 전인 2013년 당기순손실 1009억원의 2배가 넘는다.
재계 관계자는 “20대 사원까지 퇴직 신청 대상인 경우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인 것 같다”고 했다.
재계의 인사 담당자는 “겨우 교육 시키고 일 좀 시킬만한 직원들을 내보낸다는 것은 상황이 너무나 심각하다는 얘기다. 인력 수요 예측에 실패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앞으로 누가 두산인프라코어에 지원하겠냐"며 씁쓸해 했다.
STX조선해양도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퇴직을 진행 중이다. 20~30대 직원도 예외 없이 퇴직 대상이다. 지난 11일까지 퇴직 신청을 받았고, 15~16일 중으로 결과를 통보할 예정이다.
전체 직원 2600명의 30% 수준인 700~800명보다 퇴직 신청자가 적을 경우 권고사직 절차에 들어간다. 권고사직으로 나가면 퇴직 위로금의 절반만 받는다.
STX조선해양 관계자는 “채권단이 4500억원을 추가로 지원키로 했지만, 퇴직 절차가 진행되고 있어 회사 분위기는 침울하다”고 했다.
두산인프라코어가 경영난을 타개하겠다며 20대 신입 사원들을 대상으로 퇴직 신청을 받다가 16일 철회했다. 한창 미래를 꿈꿀 때인 신입 사원들까지 퇴직 신청을 받는 사실에 대해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자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 “신입사원 명퇴를 철회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신입사원 희망 퇴직'을 포함한 두산인프라코어 구조조정은 손동연(57·사진) 사장이 주도하고 있다.
손 사장이 지난 8일 발표한 구조조정안은 사무직 직원 전원 희망 퇴직, 임원 30% 감축, 적자 해외 법인 정리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하지만 “신입사원들과 23살 여직원도 퇴직 압력을 받고 있다”는 폭로가 이어지면서 나가도 너무 나갔다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지난 12월 1일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 장남 박서원(36) 오리콤 부사장을 두산 면세점 최고전략책임자(CSO·전무)로 임명한 것과 대비되면서, “새싹들을 짓밟지 말라"는 격한 반대에 직면했다. 박 전무는 2014년 10월 오리콤 부사장으로 입사한 지 1년 만에 두산그룹 전무에 임명됐다.
손 사장은 구조조정안을 발표하면서 “사업 정상화를 위해 조직과 인력 조정이 불가피하다. 이를 발판 삼아 회사를 하루 빨리 안정적인 궤도에 올리겠다”고 밝혔다.
손 사장은 올해 2월 두산인프라코어 최고경영자(CEO)에 임명된 뒤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2월, 9월, 11월 세 차례에 걸쳐 퇴직 신청을 받아 사무직과 생산직 직원 600명 이상을 회사에서 내보냈다.
올 해 6월 프랑스 자회사 ‘몽따베르(Montabert)’ 지분 100%를 매각했다. 지난 11월엔 핵심 사업부인 ‘공작기계 사업부’ 경영권을 팔겠다고 내놨다.
손 사장은 1989년 대우자동차에 입사한 뒤 제품 통합, 파워트레인 개발 연구를 진행한 엔지니어 출신 경영자다. 2010년 4월 한국GM 기술연구소장(부사장)을 맡았다.
2012년 한국인 최초로 GM의 글로벌 소형차개발부문 부사장에 선임됐지만, 발령 14일 만에 두산인프라코어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자리를 옮겼다.
1981년 한양대 정밀기계학과를 졸업한 뒤 서울대에서 기계공학 석사 학위, 미국 펜실베니아주립대에서 기계공학 박사 학위를 땄다. 1999년 미국 보스턴대에서 경영학 석사(MBA) 학위를 취득했다. 건설기계부품연구원 이사장직도 맡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오는 18일까지 희망 퇴직 신청을 받는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올해 3분기까지 2465억원의 누적 당기순손실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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