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 1억 들여 국수책 낸 김원일… 韓·中·日·伊 면요리 300개 수록
분당에 있는 '쯔루가메(鶴龜)'는 일본 본토 최고급 식당과 견줘도 손색없다는 평을 받는 일식집이다. 이 식당 오너 셰프(주인 겸 주방장) 김원일(58)씨가 국수 요리책을 냈다. 보내온 요리책이 하도 무거워서 저울에 달아봤다. 무려 2.6㎏, 소고기 4근이 넘는 무게다. 무게만큼 내용도 방대하다. 한국과 일본, 중국, 이탈리아 면 요리 300가지를 수록했다.
요리책을 자비 출간한 게 이번이 32권째일 만큼 김씨는 괴짜 요리사다. "이번 책 내느라 1억원 넘게 썼다"고 했다. "우리나라 면 요리가 너무 엉망이잖아요. 똑바로 보고 똑바로 하라고 냈지요."
요리사 김원일씨가 갓 삶아 얼음물에 씻은 소면을 건져 올렸다. 그는 “면 요리에서 제일 중요한 건 국수 삶기”라고 했다.
부산이 고향인 김원일씨는 원래 국수를 싫어했다. "어릴 때 국시와 칼국시, 수제비를 입에 물릴 정도로 먹고 자랐어요. 전쟁 끝나고 밀가루 배급 받았잖아요. 시끄무리한 데다 모래가 질겅질겅 씹히는 칼국시, 수제비가 너무 싫었어요. '두 번 다시 안 먹어야지' 하면서도 저녁 끼니 때가 되면 또 어쩔 수 없이 먹었지요."
김씨는 1980년대 일본으로 요리 유학을 갔다가 국수의 참맛을 발견했다. "우동면 한 가지만으로 70가지가 넘는 요리 만드는 걸 보고 탄복을 금치 못했어요. 국수에 대한 입맛이 살아났죠." 이후로 맛있다는 국숫집이 있으면 찾아가 먹어볼 정도로 마니아가 됐다. 시작하면 끝을 볼 때까지 파고드는 성격답게 국수 맛은 물론이고 식당 분위기, 서비스 방식, 그릇 사용법, 실내장식, 화장실까지 스케치해 노트에 기록했다.
국수를 맛있게 요리하는 제1 비법으로 김원일씨는 '삶기'를 꼽았다. "물을 넉넉하게 잡아야 해요. 2인분을 삶는다 하면 물이 최소한 6~7ℓ는 돼야 합니다. 비등점(물 끓는 온도)을 높이기 위해 소금을 조금만 넣어요. 국수가 끓어오를 때 찬물 50㏄를 빨리 넣어주면 물 온도를 낮춰주면서 국수가 퍼지는 걸 막아주지요. 이걸 3번 연속 합니다. 그런 다음 건져서 얼음물에 씻어야지 아주 쫄깃합니다."
그는 "수제비 반죽은 생각보다 어렵다"고 했다. "잘못하면 텁텁한 맛이 나거든요. 밀가루에 올리브기름 같은 식용유를 한 숟갈 정도 넣고 반죽한 다음 미리 만들어놓은 소금물을 더해 치대면 아주 차지고 쫀득쫀득한 수제비가 됩니다."
그가 소개한 300가지 국수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건 '동치미무 비빔국수'였다. "부산 남포동 원산냉면 골목에서 피란 내려와 천막 치고 장사하던 할매집 국시인데 집사람과 데이트할 때 1000원씩 주고 먹었던 기억이 지금도 새록새록 나네요. 간단한데 조합이 기가 막혔어요."
[Recipe] 동치미무 비빔국수
소면 800g(약 4인분), 동치미무 1개, 참기름·고춧가루·다진마늘·소금·설탕·식초·양념김채 적당량, 대파 한 뿌리, 참깨 약간
1. 동치미무는 두께 4~5㎜, 길이 5~6㎝로 채썬다. 대파는 잘게 다진다. 동치미무에 소금, 설탕, 식초, 마늘, 고춧가루를 넣고 조물조물 무친다. 다진 대파를 넣고 다시 무친다.
2. 소면을 삶는다. 소쿠리에 건져 수분을 빼둔다.
3. 그릇에 소면을 적당히 담고 준비해둔 동치미 무채를 수북이 올린다. 참기름을 듬뿍 뿌리고 고춧가루를 취향에 따라 1~2큰술 뿌린다. 양념김채, 통깨를 뿌려 비벼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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