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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증시 현황

[리서치센터장에 듣는다] 교보 김영준 "내년 코스피지수 1800 붕괴 가능"

“미국은 금리 인상 사이클에 접어들고, 중국은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조정하고, 유럽 경기도 기대에 못 미친다. 일본은 돈을 풀고 있지만 엔화 약세와 맞물려서 국내 기업 실적에 마이너스 효과로 돌아올 부분이 많다. 또 정부는 경기 부양 정책, 부동산 정책을 내놓았지만 입법이 지연돼 가시화된 것이 많지 않다. 우리나라 기업 투자, 가계 소비가 다시 좋지 않은 쪽으로 흘러갈 수 있다. 2015년 연초에는 과거에 지켜온 코스피지수 박스권 하단인 1850도 하회할 수 있다. 1분기에 1800도 깨질 수 있다.”

김영준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015년 코스피지수에 대해 다소 비관적인 전망을 제시했다. 그는 “환율, 금리 등 변수가 많아서 매수 후 보유 전략으로 접근하기는 어렵다”며 “철저하게 기업 이익을 봐야 하고, 정부가 제기한 배당 강화가 구체화될 텐데, 투자 척도로 삼으면 주식시장이 흔들려도 여전히 기회는 있다”고 설명했다.

―2014년도 증시를 평가한다면.
“당초 박스권 상향 돌파 기대를 많이 했다. 7월에 경기 부양 정책이 나오고 박스권 상단을 일시적으로 돌파하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오히려 하반기에 기업 실적과 거시 경제가 불확실해지면서 기대치보다 부진했던 한 해였다. 불확실성이 연말이 될수록 확대되고 있어 아직도 위험 요인이다.”

―2015년 한국증시 전망은.
“저점은 1750, 고점은 2150으로 예상한다. 하단이 지난 4년간의 장기 박스권 하단보다 떨어질 수 있다. 1분기에 가장 좋지 않고, 2분기부터 점차 좋아질 것이다. 1분기를 지나면서 미국 금리인상이 시장에 충분히 반영될 수 있고, 유럽 중앙은행의 양적완화, 중국의 금리 인하 등 1분기가 지나면 부양정책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다.
환율도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시기는 2~4월로 본다. 이후에는 미국의 금리 정책이 더 명확해지고, 유가도 하락이 멈추면 시장이 완만히 회복될 수 있다. 하반기에 접어들면 글로벌 주식시장이 좋을 수 있다. 상반기의 어려운 시기를 넘기면 하반기에는 2014년의 최고치를 넘어설 가능성은 있다.”

―러시아에 대한 우려가 크다.
“러시아는 1998년에 모라토리엄(채무 지불 유예)을 선언했고, 미국 헤지펀드 롱텀캐피탈매니지먼트(LTCM)이 파산했다. 후유증을 시장 참여자가 알고 있다. 저유가는 러시아가 디폴트까지 이르기 전에 합의될 것이다. 또 90년대 중·후반은 아시아에 위기가 있었지만, 세계 경제는 좋았다. 지금은 미국 경기가 회복된다고 하지만 여전히 유럽도 약하고, 리먼 사태 때 세계 경제를 받친 중국도 피로감이 많고 중국 자체 부실도 꽤 나오고 있다. 여기서 러시아가 모라토리엄을 선언하면 90년대 중·후반처럼 빠르게 글로벌 경기가 회복되기 쉽지 않다는 공감대가 있을 것이다. 러시아가 모라토리엄을 선언하면 전통적으로 러시아에 자금을 많이 빌려주는 독일이 끌려들어가고, 그럼 영국과 프랑스가 연관되며, 미국까지 이어진다. 미국이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고 하지만 위험을 감내할 정도로 글로벌 환경이 회복되지는 않았다.”

―아베 총리의 재집권 이후 엔화 움직임은 어떨까.
“2015년에 미국 달러화에 대한 엔화 환율은 달러당 125엔 정도로 본다. 현재 엔화 약세 리스크는 시장에 반영됐다. 문제는 일본 국내총생산(GDP)와 비교해 정부가 재정적자를 이렇게 계속 쌓을 수는 없다. 아베노믹스가 실패로 귀결되면 엔화 자산이 폭락할 텐데, 아직 그렇게 볼 이유는 없다.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달러당 1100원에서 1150원까지는 추가로 약세가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원과 엔은 같은 궤적을 그리더라도 엔의 하락이 더 심할 것이다.”

―2015년에 중국 증시가 MSCI 신흥국 지수에 편입되면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은.
“중국 주식시장이 개방 쪽으로 가닥을 잡았기 때문에, 편입될 가능성이 높다. 편입 발표에 앞서 2~4월에 먼저 한국에서 자금이 이탈할 변수까지 감안해서 2분기에 증시가 약세를 보일 수 있다. 국내 증시 자금 수급에 문제가 생길 수 있지만, 우리나라 주식시장과 산업은 중국과 상관도가 높다. 중국이 올라갈 때 우리나라가 하락한 적이 별로 없다. 중국 주식시장이 좋으면 자산효과가 있다는 뜻이다. 중국 소비가 살아나 중국 의존도가 높은 국내 기업에 도움을 줄 수 있다.”

―2015년 유망 업종은.
“금융과 경기 소비재다. 또 지배구조 관련주에 주목해야 한다. 금융은 대표적인 내수산업이고, 정부의 경기부양, 규제 개혁에 영향을 받는다. 경기 소비재는 대표적인 것이 자동차인데, 대형주 가운데 안정적으로 2015년에 이익이 증가할 수 있는 업종이다. 이미 미국 달러화에 대한 엔화 환율이 달러당 120엔을 넘었었기 때문에, 환율이 주가에 반영된 측면도 있다. 지배구조 관련주는 삼성그룹이 보여줬듯이, 현대자동차그룹 관련해서 삼성에스디에스역할을 할 수 있는 이노션이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또 2015년이 현 정부 3년차인데, 우리나라 재벌들이 이왕이면 지배구조 개편을 이번 정권 하에서 진행하려고 할 가능성이 크다.”

―2015년 투자전략은.
“지금은 매수 후 보유 전략을 쓸만한 증시 환경이 아니다. 대형주는 이익 성장이 유지되고 사회적인 이슈가 있는 종목, 중소형주는 성장성이 있는 종목 중 종목을 선택해 수익을 내는 전략이 좋다. 테마에 편승하는 것은 요즘 같은 장세에서는 리스크가 있다.
지금은 채권이 낫다. 지금 기준금리는 2%인데 몇 개월 전만 해도 2%가 마지노선이라고 했다. 그런데 유럽은 중앙은행이 예금금리를 마이너스로 받고, 미국은 몇 년째 제로금리다. 연 7% 대 성장하는 중국도 성장률 때문에 금리를 내렸다. 우리나라도 지금까지 가지 않은 길을 갈 수 있다. 2015년 상반기 까지는 금리 인하 이슈가 있어 채권투자가 더 좋다.”

김영준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대전자(현 SK하이닉스)에서 1995년 8월부터 2년간 일했다. 1999년부터 교보증권에서 반도체 담당 연구위원으로 근무했다. 2008년 KTB투자증권 팀장, 2009년 LIG투자증권 기업분석팀장, 2011년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을 거쳐 2014년 1월부터 리서치센터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