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4-11-11 03:00:00 수정 2014-11-11 03:00:00
의대정원 내년 43% 늘어 2314명… 이공계 대학 “우수학생 뺏길 판”
“이러다 똑똑한 애들 다 빼앗길 판이라니까 글쎄….”
2015학년도 대학 입시에서 수험생들이 가장 주목하는 키워드 중 하나는 ‘의과대학’이다. 입학 정원이 크게 늘면서 자연스레 문턱이 크게 낮아졌다. 올해 1617명이던 의대 정원은 내년 43.1%(697명)가 늘어난 총 2314명(전국 36개 의대)이 된다.
최상위권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의대 진학의 최대 적기”라며 반기고 있다. 하지만 서울대 등 상위권 대학의 입학 관계자와 공대, 자연대 등 이공계 교수들은 적지 않게 우려하고 있다.
10일 본보가 접촉한 대학 입시 관계자와 교수들은 “의대 정원 증가가 이공계 우수인력 누출로 직결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과 수험생들이 의대와 이공계 학과를 동시 지원했다가 두 곳 모두 합격했을 때 의대 진학을 선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이들은 특히 최대 6개 대학까지 지원 가능한 ‘수시모집’에서 이런 사례가 많을 것으로 내다봤다.
권오현 서울대 입학본부장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고용 환경이 불안해지자 ‘너도 나도 의대에 가자’는 분위기가 크게 확산됐고 지금까지 이어졌다”며 “최상위권 학생들의 이공계 기피 현상이 더 심해져 학교와 국가경쟁력 악화로 이어질까봐 우려스럽다”고 진단했다.
자율형사립고 등 자사고 강세 여파로 올해 서울대(46.7%), 연세대(49.9%)에서는 처음으로 일반고 출신 비중이 전체 신입생의 50% 이하로 떨어졌다. 서울대 공대 A 교수는 “학생 중 절반 넘게 이공계로 진학하는 과학고와 달리 일반고에는 의대 진학을 원하는 학생이 훨씬 많다”며 “(의대 문이 넓어지면) 이공계로 진학하는 일반고 학생 비율이 떨어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우려에도 의대 정원이 늘어나는 건 2005년부터 설립된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 대부분이 의대 학부 시스템으로 다시 돌아오기 때문이다. 올해 27개였던 의전원 수는 내년에는 16개로, 2017년에는 5개로 줄어든다. 그동안 의대·의전원 졸업자 간의 갈등과 생물학과, 화학과 등 일부 학과가 의전원 입학을 위한 ‘입시학원’ 격으로 파행 운영되는 문제가 수차례 지적됐다.
임성호 하늘교육 대표는 앞으로 의대 편중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이공계 진학 시 주어지는 장학금, 입사 혜택 등 인센티브를 더욱 강화하는 것과 더불어 ‘순수 학문을 공부해도 성공할 수 있다’는 사회적 풍토를 지금부터라도 가꿔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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