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장녀 이부진(44) 호텔신라 사장이 지난 8일 남편인 임우재(46) 삼성전기 부사장을 상대로 이혼 조정을 신청한 데 대해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먼저 이부진 사장이 협의 이혼 대신 이혼 조정 신청을 한 것과 관련, 서로 간 재산 분할을 둘러싸고 이견(異見)이 있기 때문에 조정신청을 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이부진 사장 측 소송 대리인인 윤재윤 법무법인 세종 대표변호사는 “두 사람은 이미 중요한 부분에서 합의를 마쳤고 원만하게 이혼을 마무리하기 위해 조정을 신청했다”며 “앞으로 비공개 심리 등을 거쳐 잘 해결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협의이혼 방식을 택하면 두 당사자가 직접 가정법원에 출석해야 한다. 반면 조정을 통해 합의가 성사되면 재판을 할 필요가 없으며, 양측 대리인을 통한 조정 결정은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지닌다. 사회 유명인사들은 이러한 조정신청을 통해 이혼하는 경우가 많다.
두 번째는 이부진 사장이 왜 이 시점에서 이혼 조정신청을 냈는가 하는 점이다. 재계에서는 이건희 회장의 와병과 관련, 상속 문제가 마무리되기 전에 서둘러 법적 절차를 밟으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나온다. 하지만 재계와 법조계 관계자들은 “상속은 사위나 며느리한테는 적용하지 않기 때문에 이 사장 부부의 이혼과 삼성 상속 문제와는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다”고 말한다.
현행법은 부부가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에 대해선 이혼시 나누게 돼 있으나 상속·증여재산은 원칙적으로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하지만 해당 재산을 불리거나 유지하는 데 기여했다면 그 정도를 판단해 권리를 인정한다. 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상속재산이라는 게 무 자르듯 나눌 수 없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분쟁이 일어날 소지는 있다”고 말했다. 이부진 사장의 개인 재산은 이달 12일 현재 15억달러(약 1조6000억원, 미국 포브스誌)로 평가된다.
1999년 당시 평사원이었던 임우재 부사장과 이 사장의 결혼은 당시 이례적인 ‘러브 스토리’로 회자됐으나 성격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이혼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임 부사장은 결혼 후 미국 유학과 상무, 전무 등을 거쳐 2011년 말부터 삼성전기 부사장을 맡고 있다. 2012년 7월 런던올림픽 당시 이건희 회장 부부와 이재용·이부진·이서현 3남매와 둘째 사위인 김재열 삼성엔지니어링 사장 등 온 가족이 올림픽 경기를 관람할 당시 임우재 부사장만 보이지 않았다. 이 무렵부터 임 부사장은 그룹 공식 행사나 가족 행사 등에 거의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두 사람의 이혼은 개인사인 만큼 자세한 공개는 무리”라는 시각이 많다. 이부진 사장 본인은 이혼조정 신청을 하며 “개인 문제일 뿐”이라며 내부 임원들에게도 알리지 않은 것으로
창업주는 이혼 안했는데 3-4세는 줄줄이 이혼
-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남편 임우재 삼성전기 부사장./조선DB
들려오는 얘기는 부진씨가 우재씨를 끔찍히 좋아해 이건희 회장 부부도 어쩔 수 없이 결혼을 허락했다는 ‘감동의 러브 스토리’ 뿐이었다. 결혼 후 삼성그룹측은 우재씨를 미국으로 유학시켜 MIT대학에서 MBA과정을 이수시키는 등 스펙을 갖추도록 배려했다. 우재씨 역시 이에 부응해 공부를 열심히 했고, 귀국 뒤에는 차분히 경영수업을 받는 것으로 비쳐졌다. 한때 두 부부 사이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는 얘기가 재계에 나돌았으나 2011년 삼성전기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이런 소문을 잠재웠다.
그러다 지난해 말 정기 인사에서 부진씨의 동생인 이서현씨의 남편(김재열씨)이 삼성엔지니어링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했는데 우재씨가 승진에서 누락되면서 부부 전선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들이 그룹 주변에서 돌았다. 삼성가에 정통한 인사는 "이미 지난해부터 별거를 시작했고 이혼 준비를 했다"고 필자에게 전했다. 이건희 회장의 최근 건강과 무관하게 이혼하려고 했던 것이라는 주장이다. 부진씨가 이혼을 결심하면서 ‘평강공주’와 ‘온달장군’ 같은 감동의 러브 스토리도 막을 내리게 됐다.
지난 6월 현대차 그룹 정몽구 회장의 셋째딸 윤이씨가 현대 하이스코 신성재 대표이사와의 이혼한 것도 삼성가 만큼이나 많은 뒷말을 남기고 있다. 신성재 사장 역시 통혼과는 거리가 먼 결혼이었다. 신 사장의 부친은 충청도에서 현대차에 부품을 납품하는 조그만 회사(삼우)를 경영하는 그야말로 중소기업 오너였다. 신 사장은 미국 페퍼다인대학에서 MBA를 받는 등 유학을 마쳤지만 다른 사위에 비해 집안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었다. 이 두사람이 결혼할 때도 ‘러브스토리’가 화제였다. 그러나 현대그룹 정주영 창업주 자체가 자식들의 결혼에 그렇게 관여하지 않았듯이 ‘가풍’이 자유연애를 허락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 정몽구 회장의 셋째딸인 정윤이 해비치호텔 앤드 리조트 전무와 남편인 신성재 현대하이스코 사장./조선DB
SK그룹 최종현 회장의 외동딸 기원씨의 결혼을 놓고도 말들이 많았다.최 회장은 생전에 입버릇 처럼 ‘자기 사위는 사원들중에서 고르겠다’고 말하고 다녔기 때문이다.실제로 최 회장은 사윗감으로 당시 선경정보통신시스템 차장으로 있던 김준일씨를 선택, 결혼시켰다. 준일씨 집안도 재벌가나 명망가가 아닌 평범한 곳이었다. 그래서 회사 친구들은 ‘봉’잡았다는 식으로 준일씨를 부러워했다. 평범한 사원에서 그룹 오너의 사위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 부부의 결혼은 오래가지 않았다. 이들 부부의 파혼을 놓고 역시 재벌가 사위는 아무나 하는게 아니라는 얘기들이 돌았다. 재벌가의 ‘온달장군’은 역시 소설이나 드라마에 있는 것이지, 현실과는 맞지 않음이 이번 이부진씨의 이혼으로 다시 증명해 줬다.
재벌가의 ‘온달장군’이 없는 것 처럼 ‘신데렐라’도 없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신세계 백화점 그룹의 사실상 후계자인 정용진씨가 톱 탤런트였던 고현정씨와 결혼할 때 모두 예비재벌 총수와 연예인의 환상의 조합으로 그리며 그녀를 신데렐라로 비유했다. 그러나 그녀의 결혼은 10년을 넘기지 못하고 막을 내리고 말았다. 고현정씨는 자기가 낳은 1남1녀의 친권도 정용진씨에게 양보해야 했다. 재벌가 2세와 3세 총수 들 중에 평범한 집안 출신의 여자와 결혼한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평범하다고 하는 집안이라도 중견그룹 오너나 의사, 변호사, 또는 고위 관료 집안 여식들이다. 우연히 만났는데 알고 보니 재벌가 아들이라는 식의 얘기는 드라마에 불과할 따름이다.
- 정용진 신세계 그룹 부회장과 전 부인인 탤런트 고현정./조선DB
통혼이 많아지면서 3세와 4세에 오면서 이혼도 많아지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창업주 세대는 ‘재벌총수는 이혼하지 않는다’는 불문율 같은 등식이 있었다. 이혼한 총수 회사는 거의 망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불문율’도 3세에 이르러서 깨지고 있다. 삼성그룹의 후계자인 이재용 부회장이 이혼했고, 신세계 그룹 역시 정용진 부회장이 이혼 후 재혼한 상태다. 부부 관계는 두사람만이 진실을 알 수 있다. 재벌 집안 역시 부부관계 만큼은 일반인의 행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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