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사상 최대 규모의 명예퇴직을 실시하게된 배경은 무엇일까.
지난 10일부터 입사 15년차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명퇴 신청을 받아 21일 오후 6시 최종 마감한 결과 8320명이 명퇴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는 지난 2003년의 5505명, 2009년 5992명을 넘어서는 역대 최대 규모다. KT에 따르면 명퇴 신청자들의 평균 연령은 51세, 평균 재직 기간은 26년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50대 이상이 69%로 가장 많았고, 40대가 31%를 차지했다.
이로써 KT는 그동안 고질적 문제점으로 지적되어온 ‘고비용 저효율’ 구조에서 벗어나 숨통을 틀 수 있게 됐다. 명퇴 신청자들이 모두 퇴직하는 것을 가정했을 때, KT 직원은 현재 3만2188명에서 2만3868명으로 줄어들고, 평균 연령은 46.3세에서 44.5세로 낮아지게 된다.
하반기에 신규 채용을 좀더 늘리게 되면 고참이 많고 신참이 부족한 ‘역(逆)피라미드’ 구조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황창규 KT 회장이 취임 석달도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명퇴 카드’를 꺼내든 것도 사실은 현재의 고임금 구조를 깨지 않고는 혁신이 불가능하다고 본 측면이 크다. KT는 전체 3만2188명의 직원 중 15년차 이상 직원이 2만3089명으로 전체의 73.1%를 차지해왔다. 이중 20년차 이상만 1만6675명에 달했다. 반면, 가장 활발하게 일할 연차인 5~10년차 직원의 숫자는 1088명에 불과한 상황이었다. KT 관계자는 “앞으로 신규 채용을 늘려 ‘새로운 피’가 수혈되면, 장기적으로는 젊은 기업으로 바뀌는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평생 근무했던 직장을 떠나는 직원들은 그다지 유쾌한 분위기는 아니다. 일부에서는 “나가야 할 사람들에게는 사실상 권고 사직 형태로 메시지가 전해진 것으로 안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들려온다. 많은 사람들을 떠나 보내야 하는 조직 분위기도 상당히 가라앉은 상태다.
과거 공기업인 한국통신 시절에 입사한 인력들은 그동안 KT의 부담으로 존재해왔다. 한때 국가 기간 통신 사업을 이끌었지만, 이동통신이 주류(主流)가 된 이후 유선(有線) 사업은 KT의 큰 부담으로 작용해왔다. 지난 2009년 이동통신 계열사인 KTF와의 합병 이후에도 이런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유선사업 부분은 매년 4000억원씩 매출이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기존 조직과 인력을 그대로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 이유인지 이번에 명퇴를 신청한 사람들의 상당수는 이 유선 사업 부분 직군(職群)에 속해있다. KT는 이들이 떠나더라도 명퇴로 인한 인력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전화·초고속인터넷 개통 및 AS, 고객센터 업무 등 유선 부분 사업을 관계사들에 위탁할 방침이다. 대신 본사의 몸을 ‘가볍게’ 만들어 이동통신과 향후 다가올 5세대 통신 시대 준비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명퇴 신청자가 예상보다 많은 이유에 대해 “직원들 사이에서 ‘이번이 마지막 명퇴’라는 분위기도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KT 내부 직원들에 따르면, 이번 명퇴가 지난 2003년과 2009년 두 차례 실시된 대규모 명퇴에 비해 조건이 오히려 좋다고 한다. KT 관계자는 “그동안의 물가 상승률 등도 감안해야하겠지만, 어쨌든 퇴직금 외에 2년치 연봉이 주어져 1인당 평균 1억7000만원씩 명퇴금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기에 최근 KT가 대학생 학자금 지원을 중단하기로 하는 등 고령 직원들이 회사에서 받아온 혜택을 줄인 것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명퇴자 중 상당수는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분위기 속에서 회사를 떠나는 길을 선택했다고 한다.
KT는 이번에 명퇴 신청을 받으면서 KT M&S 등 7개 자회사에 재취업시키는 전직(轉職) 프로그램을 마련했으나, 신청자는 그다지 많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KT 관계자는 “회사에 남기보다는 실업 급여 등을 받으면서 다음 인생을 설계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으로 보인다”며 “회사는 창업 지원 프로그램 등 퇴직자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신청자들이 모두 명퇴가 결정될 경우 KT는 명퇴금만 1조5000억원 가까이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는 장기적으로 KT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KT는 이번 명퇴를 통해 매년 7000억원의 인건비 절감 효과를 예상하고 있다. 지난 15일 10억 달러 규모의 해외채권을 발행해 1조원이 넘는 ‘현금’도 확보한 상태다.
KT 명퇴 신청자들은 23일 인사위원회를 거쳐 오는 30일자로 최종 퇴직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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