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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건강검진 자주 받으면 역효과” 의사들의 고해

건강의 배신/이노우에 요시야스 외 지음·김경원 옮김/354쪽·1만5000원·돌베개

이 책, 참 얄궂다. 일본 현직 의사와 관련 연구자 8명이 공동 집필했는데, 첫 장부터 상당히 자극적이다. ‘진단 피폭’이란 용어부터 으스스하다. 한마디로 병원에서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로 인한 방사선 노출이 환자의 건강을 해치고 있단 뜻이다. 영국 옥스퍼드대가 2004년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일본에서 암에 걸리는 원인의 3.2%가 진단 피폭 때문이란다. 별거 아닌 거 같다고? 담배 다음으로 높은 수치다. 남 얘기도 아니다. 2008년 기준 CT 장치 설치 대수는 한국이 일본 다음으로, 세계 2위다. 게다가 CT 검사로 인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은 세포 분열이 왕성한 어린이일수록 높다.

이뿐이 아니다. 그간 충치예방의 만능통치약인 줄 알았던 ‘불소’가 실은 그다지 효력도 없거니와 과잉 섭취하면 건강을 해치는 주범이란다. 실제로 미국에서 수돗물에 불소를 첨가하는 주는 그러지 않는 주보다 암 발병률이 많게는 50% 이상 높다고 한다. ‘검진 병’도 조심해야 한다. 건강 검진을 자주 받으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는 주장이다. 이게 무슨 씻나락 까먹는 소리냐고? 검진으로 인한 스트레스나 방사선 노출이 더 문제라는 것. 게다가 고혈압이나 콜레스테롤 수치 증가는 노화로 인한 자연스러운 현상인데, 이를 ‘병’으로 인식하고 억지로 고치려 드는 게 오히려 건강엔 마이너스라고 한다.

‘건강의 배신’은 읽기 불편한 책이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가시가 박히 듯 따끔따끔하다. 이전에도 의료사회의 부조리나 모순을 고발하는 책들은 꽤 됐다. 지난해 12월에는 역시 일본 의사가 쓴 ‘의사에게 살해당하지 않는 47가지 방법’이란 섬뜩한 책도 출간됐다. 의사들이 제발 병원에 오지 말라고 강변하다니. 도대체 그럼 어쩌란 말인지. 고해성사치곤 너무 무책임하단 기분마저 들었다.

하지만 그들이 지적하는 건 ‘현재’ 일본의 의료 시스템이다. 인간을 고치는 의술 자체를 문제 삼은 게 아니라, 온갖 이익과 기득권으로 점철된 ‘그들만의 리그’를 고발하려는 의도다. 이게 과연 일본만의 이야기인지, 이 땅의 전문가들이 더 잘 알리라. 이제 그들도 고백이든 해명이든 뭔가 할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