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PB "美 영주권 시민권자 FATCA 관련 문의 늘어"

입력 : 2014.03.20 15:30 | 수정 : 2014.03.20 15:38

 

시중은행 PB "美 영주권 시민권자 FATCA 관련 문의 늘어"
韓계좌 5만달러 이상 보유자 6월기준으로 미 국세청에 통보

"미국 영주권을 포기해야 할까요?"

미국의 해외금융계좌납세협력법(FATCA) 적용을 앞두고 미국 영주권·시민권을 가진 자산가들의 움직임이 바빠지고 있다. 미 영주권·시민권자의 국내 금융사 계좌 정보가 미국 국세청에 통보돼 세금 폭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20일 시중은행 PB센터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들어 미 영주권·시민권자들의 FATCA 관련 문의가 늘어났다. 한 시중은행 PB는 "최근 미국 영주권을 포기해야 할지를 고민하는 고객이 크게 늘었다"며 "한국 금융회사에 계좌를 갖고 있는 미국 영주권·시민권 소지자의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제로금리 수준에 그쳐 한국 금융회사에 돈을 맡기고, 이를 미국 재무부에 신고하지 않은 고객의 불안이 크다는 설명이다.

미국 조세당국은 1만달러 이상의 자금을 해외금융계좌에 예치한 미국 시민권자·영주권자에 대해 1년에 한 번 재무부에 명세를 신고하도록 하고 있지만, 미뤄온 사람이 많다. 한국 정부의 협조 없이는 미 재무부가 일반인의 한국 계좌정보를 추적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사정이 달라졌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9일 미국과의 조세정보자동교환협정 제정 협상이 타결됐다고 밝혔다. 이 협정에 따라 한미 양국 국세청은 내년부터 매년 9월 정기적으로 자국 금융기관에서 보고받은 상대국의 금융계좌 정보를 교환하게 된다. 이는 7월부터 시행되는 FATCA에 따른 조치다. 미국 정부는 자국민의 탈세를 막기 위해 이 법을 만들었는데, FATCA 체결 국가의 조세당국은 자국 금융회사에 있는 미국인 금융정보를 미 조세당국에 통보하게 돼 있다.

미국 영주권·시민권자 가운데 한국 금융기관에 5만달러(약 5300만원) 이상 금융계좌를 갖고 있거나, 만기 때 돌려받는 총액이 25만달러(약 2억6800만원) 이상인 저축성 보험을 가진 사람의 금융정보가 미국에 통보된다. 그 동안 계좌 정보가 공개되지 않아 세금을 피했던 자산가들이 세금 폭탄을 맞게 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시중은행 PB들은 6월부터 자산가들의 자금이 눈에 띄게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한국과 미국 국세청은 내년 9월 처음으로 계좌 정보(전년 말 기준)를 교환하는데, 통보 대상으로 분류되는 계좌가 6월말 기준으로 가려지기 때문이다. 세무 전문가들은 이미 협약이 체결된 다른 국가 협약서 내용을 토대로 6월말 기준 금융계좌 잔액이 5만달러~100만달러인 계좌, 100만달러 이상인 계좌에 대한 실사가 엄격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시중은행 PB는 “아직 자산가들이 자신의 계좌가 FATCA 적용 대상이 되는지만 확인하고 실제 행동에 나서지는 않은 편”이라며 “6월부터는 실제로 자산을 움직이는 사람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이 적극적으로 세계 각국과 FATCA를 체결하면서 미국 국적을 포기하는 국외 거주자도 늘고 있다. 미 경제전문지 CNN머니는 지난 2월 17일 "작년에만 미국 시민권을 포기한 사람 수가 3000명을 기록해 최근 5년 사이 가장 많았다"며 "역외 탈세를 겨냥한 FATCA를 앞두고 거액의 벌금을 피하려는 사람이 늘어난 영향"이라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