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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직업

올해 들어 네 번째 사회복지직 공무원 자살

[30대 논산시청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 철로 뛰어들어 숨져]
주말에도 쉬지 못할 만큼 격무… 지난달 야근 80여 시간 달해
일기장엔 "나에게 휴식은 없고 지금 心身이 너무 힘들어…"
유족들 "업무 너무 많다고 해"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던 30대 충남 논산시청 사회복지직 9급 공무원이 달리는 열차에 뛰어들어 숨졌다. 올해 들어 네 번째 사회복지직 공무원 자살이다.

15일 오전 1시 46분쯤 논산시 덕지동 호남선 철길에서 논산시청 사회복지과 9급 김모(33)씨가 익산발 용산행 새마을호 열차에 치여 숨졌다. 기관사는 경찰에서 "한 남성이 철로 안쪽으로 걸어들어와 경적을 울리고 제동을 걸었지만 멈추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사고 전날 평소와는 달리 오후 7시 30분쯤 일찍 사무실을 나섰고, 시내에서 지인과 술을 마신 뒤 귀가하던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기사 관련 일러스트
김씨는 서울의 사립대 출신으로 천주교 신자였다. 김씨의 형(35)은 "동생이 '숨지 말고 나와서 봉사를 실천하겠다'며 사회복지직 공무원이 되기로 결심했고, 사회복지사자격증도 땄다"고 말했다. 김씨는 대학 졸업 6년 만에 공무원 시험에 합격, 작년 4월부터 논산시청에서 일해왔다. 동료 3명과 함께 1만명이 넘는 논산의 장애인 주거시설 운영비 및 단체 사업비 지원 등을 관리하는 업무를 맡았다. 김씨는 지난 2월 이후 주말에도 거의 쉬지 못할 만큼 격무에 시달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가 4월에 야근한 시간만 80여 시간에 달했다.

김씨 아버지는 "빠르면 밤 11시, 보통 자정이 넘어 귀가했다"며 "어린이날도 당직근무를 섰는데 다음 날 쉬지 못하고 또 일을 나가는 등 최근 거의 하루도 편히 쉬지 못했다"고 말했다.

동료들은 "김씨가 낮에는 민원인을 상대하느라 본인 일을 못해 퇴근시간 이후 보조금을 관리하고 도청에 제출할 자료를 정리하느라 바빴다"고 전했다. 사회복지 업무는 경력이 적은 직원들에게는 쉽지 않은 업무라는 게 주변 동료들 설명이다. 이웃 주민 최모(55)씨는 "월급의 절반 정도를 부모에게 주던 효자였고, 걸어서 출퇴근하고 형과 아버지 옷을 물려 입을 정도로 검소했다"고 전했다.

김씨의 일기장에는 그간 과도한 업무에 대한 고충이 고스란히 적혀 있다. 지난 7일자 일기에 "나에게 휴식은 없구나. 사람을 대하는 게 너무 힘들다. 일이 자꾸 쌓여만 가고, 삶이 두렵고 재미가 없다. 아침이 오는 게 두렵다"고 적었다. 지난 5일자에는 "지금 심신이 너무 힘들다. 어떻게 살아갈지 모르겠다. 지금 이곳이 내가 있어야 할 곳인가. 지금 나는 행복한가"라고 적었다. 일요일인 지난달 28일에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밥 먹고 사무실로 향했다. 하루가 정말 피곤했다. 컴퓨터를 보고 있다가도 금방 졸고 다시 깨고 이루 말 못할 정도로 피곤했고, 하루가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르겠다"고 적었다.

김씨의 형은 "동생처럼 약자를 지키는 착한 사람들이 죽어선 안 된다"며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는 사회복지직 공무원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