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봉구 독거노인촌, 30명에 들어본 그 힘든 삶]
-진짜 '나홀로 노인'은 7명뿐
30명 중 24명이 우울증 증세…
보일러·전기는 거의 안쓰고 옷 4겹, 이불 2~3개 덮고 견뎌
서울 도봉구
도봉동 626번지. 이 동네엔 독거노인 20여 가구가 살고 있다. 도봉동을 중심으로 주변 쌍문동에 40여 가구, 방학동에 40여 가구가 모여
독거노인촌을 이룬다. 이 일대는 서울에서 가장 북쪽 외곽에 있다. 집값이 다른 지역에 비해 평균 10∼20%가량 저렴하다. 보증금 100만원으로
집을 구할 수 있다.
본지 취재팀이 지난 22일부터 24일까지 3일 동안 이곳 독거노인을 관리하는 밀알재단 도봉재가노인지원센터와 동행해 그들의 얘기를 들어봤다. 그들 대부분은 가족이 있는데도 홀로 지내는 '사회적 독거노인'이었다. 독거노인 30명을 심층 면접한 결과 약 80%에 해당하는 23명이 이런 '사회적 독거노인'이었다. 나머지 7명만이 원래 결혼을 하지 않았거나, 남편이나 자식 등이 사망한 독거노인이다.
이들 대부분은 정서적으로도 고립된 상태다. 독거노인 30명 중 24명이 노인 우울척도 조사에서 '우울증' 증세를 보였다. 그중 15명은 우울증 증세가 심각한 '심도 우울증' 진단이 나왔다. 올겨울은 예년보다 춥고 일찍 시작됐다. 그들의 겨울나기를 들어봤다.
◇방안은 4도…보일러비 없어 텐트 치고 사는 76세 할아버지
김수찬(가명·76)씨는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10만원인 반지하 방에 산다. 이 방에 들어가면 제일 먼저 텐트가 보인다. 17㎡(약 5평)짜리 방을 모서리가 해진 텐트가 다 차지한다. 기름 보일러비를 감당할 수 없어 텐트를 구해왔다. 김씨는 "전에 TV에서 보니 추운 겨울에 밖에서 텐트를 치고 자더라"며 "우리 집도 바깥이나 마찬가지니 방안에 텐트를 치면 따뜻할 것 같단 생각에 (텐트를) 구해왔다"고 말했다. 이날 바깥의 온도는 영상 2도. 김씨의 집 안 온도는 영상 4도였다.
본지 취재팀이 지난 22일부터 24일까지 3일 동안 이곳 독거노인을 관리하는 밀알재단 도봉재가노인지원센터와 동행해 그들의 얘기를 들어봤다. 그들 대부분은 가족이 있는데도 홀로 지내는 '사회적 독거노인'이었다. 독거노인 30명을 심층 면접한 결과 약 80%에 해당하는 23명이 이런 '사회적 독거노인'이었다. 나머지 7명만이 원래 결혼을 하지 않았거나, 남편이나 자식 등이 사망한 독거노인이다.
이들 대부분은 정서적으로도 고립된 상태다. 독거노인 30명 중 24명이 노인 우울척도 조사에서 '우울증' 증세를 보였다. 그중 15명은 우울증 증세가 심각한 '심도 우울증' 진단이 나왔다. 올겨울은 예년보다 춥고 일찍 시작됐다. 그들의 겨울나기를 들어봤다.
◇방안은 4도…보일러비 없어 텐트 치고 사는 76세 할아버지
김수찬(가명·76)씨는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10만원인 반지하 방에 산다. 이 방에 들어가면 제일 먼저 텐트가 보인다. 17㎡(약 5평)짜리 방을 모서리가 해진 텐트가 다 차지한다. 기름 보일러비를 감당할 수 없어 텐트를 구해왔다. 김씨는 "전에 TV에서 보니 추운 겨울에 밖에서 텐트를 치고 자더라"며 "우리 집도 바깥이나 마찬가지니 방안에 텐트를 치면 따뜻할 것 같단 생각에 (텐트를) 구해왔다"고 말했다. 이날 바깥의 온도는 영상 2도. 김씨의 집 안 온도는 영상 4도였다.
- 지난 24일 자원봉사자들이 반찬 배달을 하기 위해 서울 도봉구 도봉동에 위치한 김수찬 할아버지(오른쪽 사진)의 반지하 방을 찾았다. 할아버지는 기름 값이 비싸 보일러를 틀지 않고 텐트 안에서 전기담요를 깔고 겨울을 보낸다. 쌍문동에 사는 강복자 할머니(왼쪽 사진)도 전기료를 아끼기 위해 전기장판과 보일러를 끈 채 담요로 자신의 귀를 감싸고 있다./허영한 기자·황예린 인턴기자
같은 동네 보증금 100만원짜리 반지하 방에 사는 박순임(가명·96)씨는 9년 전 이곳으로 왔다. 2남 3녀를 뒀지만, 누구도 그를 부양하지 않는다. 40년 전 남편이 죽자 아들이 있는 서울로 올라왔다. 그러나 며느리가 병에 걸리면서, 아들이 빚더미에 올랐다. 집까지 팔아 아들 빚을 갚아주고 나니 300만원이 남았다. 박씨 집 냉장고에는 김치·고추장·된장·물이 전부다. 일주일에 2번 노인지원센터에서 배달해주는 밑반찬으로 끼니를 해결한다. 이 반찬을 일주일간 나눠 먹는다. 박씨 집 창문에는 스티로폼이 곳곳에 붙어 있다. 외풍을 막기 위해서다. 그는 이번 겨울에 보일러를 한 번도 켜지 않았다. 전기장판 온도도 최고 8단계 중 '3단계' 이상을 넘겨본 적이 없다.
◇"독거노인들, 가족에 피해 갈까 봐'가족 없다'고 말해"
도봉구 쌍문동에 거주하는 강복자(가명·87)씨의 상황은 더 열악하다. 보일러는커녕, 전기도 거의 쓰지 않는다. 전기밥솥도 코드를 뽑아놓았다가 밥을 먹는 순간에만 꽂는다. 사회복지단체에서 지원품으로 나온 온풍기는 비닐도 뜯지 않았다. 그는 집 안에서 옷을 4겹씩 껴입고 지낸다. 이불도 2개씩 덮는다. 강씨는 50년 전 고부갈등으로 집을 나온 뒤 식당·파출부로 전전하며 살았다. 나이가 들어 이마저도 힘들어지자, 집세가 싼 곳을 찾아 이곳으로 왔다. 강씨는 이삿짐을 풀지 않고 지낸다. 자신이 죽고 나면 짐 정리할 가족이 없기 때문이다.
밀알재단 도봉재가노인지원센터 장경화 소장은 "독거노인 대부분이 처음에는 '가족이 없다'고 얘기한다"며 "혼자 사는 것이 부끄러우면서도 혹시라도 다른 가족에게 피해가 갈까 봐 그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독거노인들은 '사각지대'에 놓이는 경우가 많다. 서류상으로는 부양가족이 있지만, 실제로는 혼자서 살면서 끼니 해결도 제대로 못 하면서 사는 것이다. 장 소장은 "독거노인들에게는 한번 가서 손이라도 잡아주고 말이라도 건네주면 우울증·외로움 극복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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