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학부를 마치고 8월부터 하버드 교육혁신실험실에서 연구원으로 근무 중이에요. 롤랜드 프라이 교수(경제학)의 지도 아래 리서치도 하고 실험과제도 수행하는데 저녁 8시까지 정신없이 보내죠.”
-고교 졸업 당시 어려운 사람을 위한 불치병 치료약 개발이 꿈이라며 생물학을 전공하겠다고 했는데.
“학점은 좋았지만 생물학이 적성에 맞지 않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고교 시절 관심이 컸던 경제학으로 전공을 바꿨죠.”
고교 조기 졸업 등 쾌속 항진했던 만큼 전공을 바꾼 것은 첫 시행착오가 아니었나 싶은데 의외로 시원한 답이 나온다.
“제 삶의 모토가 ‘의미 있는 일에 소신 있게 투자하자’거든요. 돌아서 가는 길이 의외로 빠를 수 있지 않나요. 2년 정도 연구원으로 일한 뒤 대학원에 진학하려는 것도 마찬가지죠. 경험을 쌓고 대학원 공부를 깊이 있게 하자고 판단해 택한 것이거든요.”
똑 부러진다. 경제학 학사와 통계학 석사 학위를 동시에 취득한 그의 성적이 살짝 궁금했다.
“졸업하면서 파이 베타 카파 클럽(미국 대학 우수졸업생 모임) 회원이 됐어요.”
뿐만 아니다. 졸업 논문은 최우수상인 숨마 상을 받았고, 성적 우수자들이 받는 마그나 쿰 라우데 상을 받으며 졸업했다. 그러기까지 쉽지 않았다. 한국에서 영재 소리를 듣던 그가 언어장벽에 부딪혀 “하버드는 어떻게 들어왔대?”란 소리까지 들었다.
그가 다른 이와 달랐던 것은 거기서 꺾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민사고에서 ‘꼴찌 삼인방’이란 놀림을 받다가 조기 졸업이란 개가를 올렸던 근성이 발휘됐다. 미적분학에서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얻어 동기들의 기를 죽이고 밤샘공부를 마다하지 않았다. 자존심을 버린 채 친구들을 사귀고, “미쳤다”는 소리를 들으며 대학원 과정 강의를 들었다. 그런가 하면 아카펠라 동아리 활동에, 노숙자 지원 봉사 등 학업 외에도 열심이었다. 그가 이번에 낸 책에는 기숙사 친구들의 문란한 생활에서 받은 문화적 충격 등 4년간 그가 겪은 좌충우돌 경험과 도전이 연속이 생생히 실렸다.
-책은 어떻게 쓰게 됐는지.
“원래는 전공 외에는 책을 쓸 생각이 없었어요. 그런데 하버드에 견학 온 한국 학생들 안내를 하다가 명문대 진학에만 목 멘 모습을 보고 생각을 바꿨죠. 출판사에서 책 표지에 ‘하버드 점령기’라고 넣어 부끄럽긴 하지만 중고생들이 읽어 줬으면 해요.”
-미국 대학을 지망하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점수나 일류대 진학에 연연하기보다 자기가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하고 싶은지, 그걸 이루기 위해 어떤 경로를 밟아야 할지 체계적으로 생각해 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글=김성희 기자, 사진=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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