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1.12.04 07:45
350여개의 체인을 거느린 독일의 유명 제빵 브랜드 '와이너 파인바커'는 최근 7% 금리를 주는 5년물짜리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다.
와이너 파인바커는 매년 30%의 순이익 증가를 기록하는 우량기업. 하지만 이런 기업도 고금리를 얹어줘야만 자금 조달이 가능할만큼 지금 유럽의 자금조달 사정이 예전같지 않다.
유럽 재정위기의 버팀목 역할을 하는 독일이 이 정도니 주변국 상황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스페인의 전자부품 업체인 오르마자발의 길레르모 아만은 "지금 신용 시장은 정상이 아니다"라며 "시중에 돈이 돌지 않는데다 상황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 유리보-OIS 스프레드 금융위기 이후 최대
자금이 돌지 않는다는 건 지표로도 나타난다. 2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유럽 은행간 단기 자금사정을 나타내는 유리보(Euribor, 유로존 은행간 금리)-OIS(초단기 대출금리) 스프레드(금리차)는 1.05%로 2년9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은행들 간에도 돈빌리기가 쉽지 않아진 것이다.
리먼브러더스 파산 직후인 2008년말 일시적으로 2%까지 치솟기도 했지만, 안정국면에 접어든 이후 유리보-OIS 스프레드는 0.5%를 넘은 일이 없었다. 하지만 지난 6월을 기점으로 꾸준히 오르기 시작하더니 8월 0.5%를 넘어선 데 이어 지난달말 1%마저 넘어서기 시작했다.
금리가 오르면서 실제 은행간 거래도 감소했다. 예컨대, 글로벌 대형은행 중 하나인 HSBC는 3분기 들어 은행간 거래규모가 40%나 줄었다.
◆ 국채손실에서 시작된 은행간 생존경쟁
이는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국채금리 급등이 발단이 됐다. 은행들은 그동안 각국 정부가 발행한 국채의 가장 큰 고객이었다. 하지만 각국 재정상황이 악화되면서 이들이 보유한 국채 포지션에도 적지 않은 손실이 생겼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은행들이 보유 국채에 손실이 발생하면서 은행들의 자금경색이 심화됐다고 진단했다. 그리스 국채에 대한 50% 자본 손실은 치명타였다. 유럽은행감독국에 따르면 유럽 70개 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는 유로존 국채규모는 1060억유로(미화 1430억달러)에 달한다.
여기에 주식시장까지 요동치니 각 은행들은 자본을 늘리려 하는 반면,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돈은 내놓지 않고 있다. 이에 조달금리만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경기둔화까지 두드러지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돈이 필요한 기업들은 죽을 맛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은행가들의 의견을 빌어 “감독당국의 무리한 조치가 지금과 같은 상황을 초래했다”며 “당분간 자금경색 국면은 풀리지 않을 것”이라 강조했다.
◆ 중앙은행 총재들도 나서 “문제” 지적
이같은 자금부족 현상은 일부 유럽 재정위기 국가를 거쳐 전세계에 조금씩 확산되고 있다. 누구보다 각국 주요 은행들의 수장들이 이같은 상황을 잘 인지하고 있다. 영란은행(BOE)의 마빈 킹 총재는 이번주 "신용경색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며 "상황은 갈수록 악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일본은행의 니시무라 키요히코 부총재 역시 신용경색의 확산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고, 오스트레일리아 최대은행 ANZ도 유럽위기에 따른 자금부족 현상이 아시아를 거쳐 호주에도 들이 닥칠 것이라 경계했다. 세계은행 등 주요 국제기구에서도 이같은 점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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