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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후 정규직 급감… 파트타임 4~5개씩 전전하는 美 젊은이

국민 90%가 33년전보다 실질소득 감소한 미국 [2]
청년층 '일자리 곡예사' 신세 - 대졸자가 베이비시터 등 학력 필요없는 직종에 몰려
청년 실업률 14.7%로 치솟아 기성세대와 일자리 놓고 갈등

2009년 아메리칸대 뮤지컬학과를 우등으로 졸업한 미아 브란코(23)는 낮에는 워싱턴DC의 스미소니언연구소 관리인으로 일하고 저녁엔 남의 아이를 봐준다. 틈틈이 연기 지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남는 시간엔 극장 매표소에서 표를 파는 브란코의 직업은 4개. 모두 파트타임, 비정규직 일자리다.

한 주에 40~50시간 정도 일하는 그의 한 달 수입은 1300달러(약 141만원) 정도다. 브란코는 "금융위기 이후 기업들은 풀타임 직원을 고용하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청년들 '일자리 곡예사' 되다

시카고대에서 국제학을 전공한 로저 피에로(26)는 오전 7시부터 자정까지 쉴 새 없이 일한다. 교과서 회사의 스페인어 자문관, 부동산 관리인, 장난감 인터넷 쇼핑몰 운영자, 옷가게 마케팅 담당자, 방송 리얼리티쇼 보조 작가…. 5개 파트타임 직업을 한꺼번에 굴리는 피에로는 '직업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으면 "안 하는 일이 없다"고 답한다. 지난 1일부터 26일까지 이번 달 그가 번 돈은 약 1800달러다.

뉴욕타임스(NYT)는 26일 금융위기 이후 사라진 일자리가 다시 생기지 않는 상황에서 학자금 대출 상환의 부담까지 안고 있는 미국 젊은이들이 파트타임 직업 전선에 닥치는 대로 나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또 이들의 노동시간은 월가(街) 금융인 못지않지만 벌어들이는 돈은 극히 적어 집세 내고 대출금을 갚기도 빠듯하다고 보도했다. NYT는 네다섯 개의 저임금 직업으로 근근이 먹고사는 이 청년들에게 '일자리 곡예사'란 별명을 붙였다.

◆졸업과 함께 2만달러 빚더미에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5.0%까지 치솟았던 미국의 청년(20~24세) 실업률은 아직까지 회복될 기미가 없다. 지난 5월에도 청년 실업률은 14.7%로 전체 실업률(9.1%)을 크게 웃돌았다.

미 시사지 애틀랜틱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 실업자들이 아직까지 구인시장을 떠돌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올해 대학을 졸업하는 젊은이들은 2008년부터 3년간 적체돼온 젊은 실업자들과 일자리를 두고 경쟁해야 한다고 전했다.

미 경제정책연구소 하이디 시어홀츠 박사는 "정부가 재정 적자를 이유로 연금을 대폭 줄이자 나이 든 세대는 어떻게든 직장에 오래 붙어 있으려 하고 젊은이들에게 일자리를 내주지 않으려 한다"면서 "50~60대는 직장을 떠날 수 없고 20대는 직장을 구할 수 없는 시대"라고 말했다.

미 러트거스대 공공정책대가 지난 5월 발표한 '일자리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위기 이후 미 대졸자 초임은 3만달러(2006·2007년)에서 2만7000달러(2009·2010년)로 10% 폭락했다. 반면 금융위기 이후 정부의 교육 보조금 삭감으로 대학 등록금이 대거 인상되면서 대학생들은 더 많은 돈을 빌려야 하는 상황이다.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칼 반호른 박사는 "올해 대학 졸업생들은 평균 2만달러의 대출금을 떠안고 일자리가 부족한 사회로 내몰려야 하는 실정"이라며 "2000년엔 대학생 한 명이 한 해 평균 약 4700달러를 빌렸지만 2010년 평균 대출금은 7100달러로 늘었다"고 말했다.

정규직을 구하지 못한 대졸자들은 베이비시터·바텐더·텔레마케터 등 대졸 학력이 무용지물인 직종을 급한 대로 움켜쥔다.

NYT는 이 같은 '불량 고용(mal-employment)' 상태에 놓인 젊은이들은 약 190만명으로 2007년에 비해 17% 늘었다면서 2009년 대학을 졸업한 젊은이 중 절반 정도가 입에 풀칠이라도 하기 위해 막무가내로 직업전선에 뛰어든다는 뜻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