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교수 “대학생들 대기업만 바라보는 현실”
‘벤처신화’의 주인공 안철수 카이스트 석좌교수와 ‘시골의사’ 박경철 안동 신세계연합클리닉 원장, 개그맨 김제동이 한자리에 모였다.
27일 오후 경북 경산 영남대학교 천마아트센터 그랜드홀에서 ‘미래에 대한 도전과 바람직한 리더십’이라는 주제로 열린 대담 강연에서 이들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솔직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박경철 원장이 진행을 하고 안철수 교수와 김제동 씨가 답변을 하는 방식으로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안 교수는 강연에서 “카이스트에서 3년간 강의해보니 요즘 학생들의 실력이 우리 세대보다 더 좋았다. 단 사회 구조가 학생들로 하여금 안전한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며 말을 시작했다. 안 교수는 “우리나라 전체 인구가 필요로 하는 일자리는 약 200만개인데 대기업은 20만개 정도에 불과하며 이마저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면서 “대부분의 일자리는 중소기업이나 창업에서 얻어지는데, 한국 산업구조는 대기업 위주여서 창업이나 중소기업은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모든 대학생이 대기업만 바라보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안 교수는 “하지만 대기업은 중소기업에서 훈련받은 인재를 스카우트하는데만 몰두하고 있어 신입은 갈 곳이 없다. 또 ‘따라가기’ 전략을 내세우는 우리나라 대기업이 창의적 인재보다 실패 가능성이 낮은 인재를 원하다 보니 스펙과 학벌이 중요해졌다”고 현 상황을 분석했다. 또 “대기업이 학벌위주로 인재를 선발하는 것은 지금의 실력이 아니라 과거의 실력으로 사람을 뽑는 것으로 정의롭지 못하다”고도 말하기도 했다.
안 교수는 미국 애플사의 최고경영자 스티브 잡스의 성공 요인은 자신의 성격에 맞는 ‘일하는 방식’을 찾았기 때문이라면서, “기술을 잘 모르고 디자인을 고집하는 스티브 잡스의 일하는 방식이 개인소비자를 지향한 아이폰과 아이팟, 아이패드의 성공을 낳았다. 다른 사람의 성공 모델을 무작정 따라가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21세기는 일반대중이 리더에게 주는 것이 리더십”이라면서 “대중이 리더에게 원하는 것은 안정성, 미래에 대한 비전과 희망, 공감 능력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회적으로 성공했다고 생각하느냐”는 박 원장의 질문에 안 교수는 “1988년 이후 언론에 등장하기 시작했는데 ’성공했다’, ’최고다’라고 생각하는 순간 내리막길로 가는 것이 통상적이기 때문에 나는 꿈에도 ‘성공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안 교수가 평소 학생들에게 “첫인상보다 마지막 인상이 중요하다. 실수는 당연하다. 급한 일보다 중요한 일을 먼저 하라”고 말한다고 하자, 김제동씨도 “20대에는 실수는 있을 수 있지만 실패는 절대 없는 나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영남대 학생들과 시민 2000여명이 강연 시작 2시간 전부터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는 등 이번 강연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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