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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外

인종차별 '67년만의 사과'

24세때 집단 성폭행당한 美 흑인 할머니에게 앨라배마주의회 "범인들 처벌했어야" 결의안

24세 때 백인 남성들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했던 흑인 여성이 91세가 돼서야 주(州)의회로부터 사과를 받았다. 미 앨라배마주 상원은 1944년 백인 남성들에게 성폭행을 당한 레시 테일러(91) 할머니에게 당시 경찰이 인종주의 편견에 사로잡혀 성폭행범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은 행위에 대해 깊은 유감과 사과를 표하는 결의안을 지난 22일 통과시켰다. 앞서 앨라배마주 하원도 지난 3월 같은 내용의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당시 흑백 차별이 심했던 앨라배마주 남동부 애버빌에 살던 24살의 테일러는 교회에 갔다가 귀가하는 길에 백인 남성 7명으로부터 흉기로 위협당한 후 승용차 편으로 외진 숲 속으로 끌려가 성폭행을 당했다. 하지만 인종주의 편견이 있던 지역 경찰은 사건을 수사하기는커녕 오히려 테일러의 잘못된 행실 때문에 사건이 발생했다고 비난했다. 이 때문에 테일러의 집에 화염병까지 날아들어 아버지가 집 주변을 지켜야 할 정도로 위협이 끊이지 않았다. 여기에 모두 백인 남성들로 구성된 대배심은 용의자들을 끝내 기소하지 않았다. 성폭행범들은 이에 따라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고 살아오다가 수년 전 세상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테일러는 이후 한동안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어야 했다고 가족들은 전했다.

결의안 통과를 주도한 덱스터 그림즐리 주 상원 의원은 "경찰은 제대로 수사를 하지 않은 것은 물론 피해자를 놀리기까지 했다. 성폭행범들을 처벌하지 않은 행위는 도덕적으로 혐오스럽고 불쾌한 행위들"이라고 했다. 그는 "이번 사과는 앨라배마 관리들이 과거 인종주의에 사로잡혀 잘못한 행위를 늦게나마 바로 잡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고 했다.

테일러 할머니는 30여년 전 고향을 떠나 현재 플로리다주에 거주하고 있다. 그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정말 오랜 시간이 걸리기는 했지만 (주 의회가)사과를 한 점에 만족한다"고 했다. 그는 현재 건강이 좋지 않지만 오는 5월 어머니의 날에 고향을 방문해 결의안 사본을 증정하는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다